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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익 Jul 14. 2022

[김창익 칼럼] 트럼프의 덫에 걸린 바이든

- 바이든이 빈살만을 만나 석유 증산을 이끌어 내려면

바이든이 트럼프의 덫에 걸렸다. 석유 문제와 관련해 그렇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지지도가 추락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즈가 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의 전국 지지율은 33%에 불과했다. 민주당 지지자의 64%가 2024년 대선에서 다른 후보를 원한다고 답했다.


바이든의 발목을 잡은 건 경제다. 특히 인플레이션 문제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상승하면서 물가 상승 부담이 더욱 커졌다. 유가 상승의 영향이 컸다. 경기 침체 우려로 WTI 기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수급 문제를 고려하면 국제유가를 300달러까지 급등할 것이란 전망도 월가에서 나왔다.


유가를 잡지 못하면 바이든은 추락하는 지지율의 꼬리를 잡을 수 없다. 취임후 전화 통화조차 거부했단 빈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에게 손을 내민 이유다.


오는 15일(현지시간) 빈살만 왕세자와의 만남에서 사우디의 증산을 이끌어 내겠다는 게 바이든의 계획이라고 한다.


사우디가 증산 여력이 있는지 여부를 차치하고 증산을 한다고 해도 국제유가가 안정될 지는 미지수다. 경기 침체로 석유 수요가 급감하지 않는한 사우디의 증산 능력과 석유 수요 증가 사이엔 큰 갭이 존재한다.


어쨌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빈살만이 바이든의 손을 잡아준다면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릴 매력적인 카드가 될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빌살만의 환심을 살만한 선물 보따리를 바이든이 풀어 놓을 수 있느냐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재로 2020년 9얼 맺어진 아브라함 협정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아브라함 협정은 이스라엘과 바레인, 아랍에미레이트가 국교 정상화 서류에 서명한 협정이다. 기독교와 이슬람, 유대교 공통의 조상인 아브라함의 이름에서 협정명을 따왔다.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가 체면상 서명 당사자로서는 이름을 빼긴 했지만 사실상 이스라엘과 수니파 국가들의 동맹인 셈이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이스라엘과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의 환심을 사는 데 공을 들였다. 국제정치서 협정서란 종이 조각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트럼프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이스라엘과 이슬람 국가들의 국교 정상화를 이끌어 냈다.


무서운건 그 대상이 수니파 이슬람 국가란 점이다. 아브라함 협정으로 팔레스타인과 이란은 사실상 고립무원의 신세가 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중립 입장이었던 사우디가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를 앞세워 이스라엘과 사실상 국교정상화를 하면서 팔레스타엔에게 등을 돌렸다. 팔레스타인은 수니파 국가로 사우디란 동맹을 잃은 셈이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과의 갈등 문제가 표면화할 경우 시아파 맨주인 이란에게 도움을 청할 수 밖에 없다. 적의 적은 나의 아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을 공동의 적으로 파가 다른 이슬람국가간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우디가 이를 좌시할 리 없다.


아브라함 협정이 위력적인 건 이스라엘이 이란을 견제할 힘을 얻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침공할 경우 또는 이 반대의 경우 사우디는 아브라함 협정상 같은 이슬람 국가인 이란을 도울 수 없다. 과거엔 수니파와 시아파가 싸우면서도 이스라엘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이해관계를 같이 했는데 이같은 이슬람 공동전선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요약하면 아브라함 협정은 이스라엘 입장에선 팔레스타인을 고립시킨 협정이고, 사우디 입장에선 시아파 맹주인 이란을 외토리로 만든 협정이다.


바이든이 공약으로 내건 이란 핵협정 재개, 즉 이란 경제제재 해재는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동시에 자극하는 악수였다. 이란이란 화약고에 불을 붙인 셈이다.


빈살만 입장에서 바이든의 선물 보따리에 들어있기를 바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란의 경제제재 해제 불가 약속이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가 짜놓은 교묘한 덫이다. 미군을 철수해도 중동문제가 이스라엘과 사우디, 이란간의 역학 관계에 의해 자동으로 해결되는 시스템이다.


바이든이 이 틀을 깨는 건 사실상 물가능하다. 이 협정으로 명실상부 중동의 맹주가 된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반발을 감내하기란 현재 세계경제 질서를 지배하는 페트로 달러 시스템에선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유대인의 자금과 사우디의 석유 없이는 달러의 생존은 생각할 수 없다.


바이든이 이란과의 정상화 약속을 백지화 하는 건 자신은 물론 민주당의 자존심에 치명상을 입히는 카드다. 정치인 입장에서 정체성을 버리는 건 수치지만 선거에 지는 것보다는 낫다.


바이든이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를 진짜로 걱정하는 상황이라면 이란 핵협정 재개 드를 버리겠다는 굴욕적인 약속을 빈살만에게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유가상승과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극복할 다른 카드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그 것은 최소한 투명한 유리상자엔 들어있지 않다. 보이지 않는 보자기에 꽁꽁 싸놓았을 것이다. 너무 은밀해서 정치 전문가나 경제 전문가조차 짐작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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