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투자를 위해 이혼을 결심하다.

9. 인플레이션

by 김창익


다운로드 (6).jpeg


나도 힘들지만, 적은 더 힘들다.


인플레이션은 나같은 개미, 소시민들에겐 버거운 상황이다. 실질 소득이 줄어든다는 건 열심히 일하고도 임금을 못받는 것과 같다. 나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카페 프렌차이즈 사업을 하는 본부의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물가가 상승할 때는 필수품의 가격이 더 큰 폭으로 오른다. 석유나 곡물 등 식량은 비싸도 죽지 않기 위해 사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수직적인 상승곡선을 그리는 경향을 보여왔다. 커피 원두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와 기후변화로 인한 흉작에 물가상승까지 겹치며 스타벅스 원두를 기준으로 코스트코 가격은 2만4천 원에서 2만9천원까지 20%가 올랐다. 흉작의 여파가 적어도 내년까지 미친다고 보면 커피값은 더 오를 게 분명하다.


이같은 인플레이션 상황이 싫지만은 않은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정부가 국내 로스터리(커피 생두를 볶아 원두를 만드는 일) 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생두 수입 관세를 낮췄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원두처럼 완성된 형태의 원두 가격은 오르는데 국내에서 로스팅한 원두 가격은 그대로여서 사실상 내린 셈이다. 더 좋은 품질과 등급의 생두를 볶아 자체 원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가맹점 공급가도 이전 스타벅스 원두에 비해 10% 이상 싸다. 돈세이돈 제철원두(Seasonal Bean)의 탄생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덕분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인플레이션이 달러 패권에 치명적이란 점이다.


달러 패권의 본질은 달러가 찍어도 찍어도 인플레이션 걱정이 없는 세계 유일의 화폐고 그런 화폐는 달러 이외엔 역사상 전무후무하다는 의미다.


어렸을 때 엄마가 돈걱정을 하면 조폐창에서 돈을 많이 찍어내면 되는데란 생각을 했었다. 그 때는 원화를 찍는 기관 이름이 조폐창이었다. 경제원리 정도를 배우고 나서야 돈을 너무 많이 찍으면 인플레이션이란 상황이 돼 돈은 안찍은 것만 못한 상황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남미 국가들이 포퓰리즘 정치가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서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맞게 된 건 그들 국가의 화폐가 달러처럼 인플레이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패권 화폐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돈을 두배로 찍어서 풀면 우리나라에선 아마도 한강변 아파트 집값이 천억 원을 호가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한국에선 한강변 아파트가 환금성이 가장 좋은 안전자산이기 때문이다.


FRB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극도로 무서워 하는 건 달러도 너무 많이 찍으면 그 수요를 맞출 수 없다는 한계를 드러내는 명백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 공포가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서점가엔 달러 패권의 몰락과 관련된 책의 출간이 줄을 잇고 있다. 화폐금융론의 관점에서 주로 이 문제가 다뤄지지만, 눈에 띄는건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달러 패권을 다루는 책들이 최근 부쩍 많아졌다는 점이다. 그 것은 주로 달러 패권에 균열이 간 건 맞지만 미국의 지정학적 특성상 그 패권이 파운드나 그 이전의 기축통화만큼 쉽게 몰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나 또한 이런 관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절대 권능에 대한 의심을 받는 반지는 이미 절대 반지가 아니다. 달러 패권에 대한 의심은 이미 달러의 위상이 변곡점을 지났다는 의미다.


내가 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하는 이유도 있다.


인플레이션은 풀린 달러가 그 수요를 찾지 못했다는 의미고 미국 정부는 이럴 때 사용하는 전가의 보도를 갖고 있다. 그 것은 석유값을 올리는 일이고, 역사적으로 미국이 석유값을 올릴 필요가 있을 때마다 공교롭게 중동에서 전쟁이 났었다.


석유값을 올리면 달러는 손쉽게 수요를 맞출 수 있다. 하루 100억 달러의 원유가 거래되는데 석유값이 두배로 오르면 100억 달러의 수요가 더 생긴다는 의미다. 최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발발한 이팔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관건은 미국이 참전해 이란을 공격하느냐다. 이란을 공격해 이란 석유 수출이 봉쇄되면 원유값은 수직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을 앞두고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해 이란을 공격할 지 아니면 득표수를 늘리기 위해 석유값을 낮춰야할 지 고민해야 한다. 그가 미국의 패권과 자신의 재선 중 어느 것에 더 비중을 두느냐의 문제인데 권력을 둘러싼 게임에서 애국심은 대부분 포장된 이기심에 불과하다는 게 그나마 전쟁 공포를 줄이는 위안이 된다.









keyword
이전 08화비트코인 투자를 위해 이혼을 결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