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코로나19
IT 주식과 물가가 엄청나게 오를꺼야.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이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두 가지 투자 기회를 직감했다. 당시 아주경제 부동산 데스크를 맡고 있었는데 옆 책상을 쓰던 금융부장 후배에게 IT 주식으로 돈을 불린뒤 펜데믹이 끝나면 물가 상승에 배팅아라고 권했다. 서당개 3년에 풍월을 읊는다고, 경제지 기자로 20여 년 일하면서 직감적으로 알게 된 촉이란 게 있었다.
경제위기로 저금리 상황이 되면 돈은 미래 유망주에 몰린다. 금리는 현재 돈을 사용하는 값을 말하는 데, 현재의 돈값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현재보다 거리가 먼 미래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는 뜻이다. 당시 카카오가 유망주여서 나는 수천만 원의 쌈지돈을 카카오에 투자했다. 투자 직후 펜데믹이 심화하면서 20% 이상 주가가 떨어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경제는 가야할 곳으로 가는 법이란 걸 잘 알고 있을 때였다.
물가 상승에 배팅아라는 건 당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정부가 일시에 20조 달러를 풀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GDP의 20%가 일시에 풀렸다는 건 평균 20% 이상 물가 상승 압력이 생긴다는 의미다. 사과 하나가 천원인데, 화폐량이 1200원이 되면 사과 생산량이 늘지 않는다면 사과값은 1200원까지 올라야 한다.
나는 특히 원자재와 곡물의 가격 추이에 집중했다. 물가가 오를 때는 값이 올라도 살 수 밖에 없는 것들의 가격이 수직으로 상승한다. 석유나 식량은 얼어죽거나 굶어죽지 않으려면 집을 팔아서라도 사야하는 것이다. 펜데믹 직격탄을 맞아 전세계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석유값이 곤두박질 쳤다. 배럴당 10달러 선까지 떨어진 석유값에 바닥을 다졌다고 판단한 글로벌 투기 자금이 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석유값은 줄곧 하향곡선을 그리며 마이너스 가격으로 떨어졌다. 간단히 말해 석유를 돈주고 판다는 뜻인데 생전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었다. 선물 가격으로 석유를 산 후 석달 뒤 유조선에 실어 소비지로 나르는데 현물인 석유를 살곳이 없어 유조선을 바다위에 띄워놓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유조선 사용료를 내느니 차라리 돈을 주고라도 석유를 팔아치워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예상치 못한 마이너스 유가에 석유 선물투자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석유를 사서 창고에 쌓아둘 수도 없는 노릇였다. 카카오 주가가 목표치에 달하면 팔아서 정유추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셰브론, 브리티시페트롤리엄, 엑슨모빌 등의 사업구조를 들여다보니 엑슨모빌 정유사업 비중이 100%로 국제 유가와 주가의 상관관계가 가장 컸다. 다른 글로벌 정유사들은 친환경 에너지 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힌 상태라 국제유가와 영업이익의 상관관계가 적었다. 엑슨모빌의 경우 연간 8% 배당을 하는 배당주여서 10년만 갖고 있어도 주가가 떨어지지만 않으면 두배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2020년 말 나는 카카오로 불린 돈을 삼성전자 우선주에 단기투자를 했다. 연말이면 배당이 높은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많이 오른다는 특징을 노렸다. 운이 좋았는지 예상은 적중했고 나는 5천 만원 정도를 카카오와 삼성전자에 투자한 결과 1억5천만 원 정도의 종자돈을 마련했다.
2021년 초 국내 주식을 모두 팔아 1억 원을 엑슨모빌에 투자했다. 페트로달러 시스템의 부작용으로 IMF 외환위기를 맞았고 우리집은 그로 인해 거의 풍비박산이 났었다. 그런 내가 페트로달러 시스템의 가장 중심에 있는 엑슨모빌에 투자한 건 아이러니다. 엑슨모빌은 내가 비트코인에 투자하기 위해 종자돈을 불리는 인큐베이터같은 거였다. 내가 투자한 1억 원이 어쨌든 엑슨모빌에 도움이 된다는 건 기분 좋지 않은 일이었다. 목적을 이루려면 그 과정에서 못마땅한 일쯤은 눈을 질끈 감고 인내해야 할 필요도 있다. 나는 그렇게 스스로 위안하며 원수의 품에 1억 원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