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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익 Jul 20. 2024

왜 우리만 힘들어?

[작정하고 트럼프] 세계화의 부작용에 신음하는 미국 중산층. 

     

나는 트럼프 옹호론자는 아니다. 다만 트럼프가 많은 오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 관계라면 상대에 대한 오해가 그리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트럼프는 누가 봐도 거물이다. 등장만으로도 세계를 긴장시키는 영향력이 있다. 이런 인물을 오해의 시선과 선입견으로 바라보는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 더 위험하다. 이런 잘못된 관점조차 트럼프에겐 비웃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네가 나에 대해 뭘 알아?”라고 한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   

   

우리는 트럼프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트럼프는 세계사적 변곡점에서 글로벌 정치와 경제판도를 리드할 인물이기 때문이다. 세계사적 변곡점이라고 말한 건 역사가 향후 수십년 내에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뒤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때문은 아니다. 트럼프는 이런 시대적인 요구에 맞는 인물이기 때문에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것이다. 그로 인해 변곡점을 통과하는 변화의 속도가 가속이 붙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아니어도 세계사는 제2, 제3의 트럼프를 찾았을 것이다.

      

나는 경제학을 전공했고. 25년간 경제신문사에서 일했다. 역사를 보는 눈 또한 경제적인 틀에 맞춰져 있을 수 밖에 없다. 트럼프를 보는 관점도 경제가 중심이다. 지금 세계 경제상황이 왜 트럼프같은 인물을 요구하는 지. 트럼프가 다시 미국의 대통령이 되면 세계 경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 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세계화의 부작용을 눈치챈 글로벌 중산층들.     


1970년대 이후 세계경제는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눈부신 성장을 했다. 1880년대 이전만 해도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0%대였다. 경제의 성장이란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았다. 베트남 전쟁 이후 신자유주의 물결이 세계사를 뒤덮고 냉전체제가 붕괴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선 대문과 담벼락이 없어졌다. 이머징마켓은 두자릿수 경제성장을 지속했다. 20세기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속도로 경제가 발전했다.      


세계사엔 주체가 있다, 세계 경제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움직이는 작동원리가 존재하고, 그 작동원리를 만든 주체가 있다. 지난 50년간 세계를 지배한 세계화란 작동원리를 만든 주인공은 금융세력이다. 금융세력은 달러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한대의 수요를 창출해야 했고, 세계화는 달러패권의 화수분 역할을 충실히 했다. 석유를 달러로만 결제할 수 있는 페트로달러 시스템을 구축하고, 세계화란 기치 아래 전세계 시장을 하나로 연결함으로써 세계 모든 사람이 달러를 사야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같은 작동원리는 철저히 비밀이었다. 경제학 어느 과목에서도 금융세력이 어떻게 돈을 버는 지, 세계화란 거대한 비즈니스 모델이 갖는 비용과 수익을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천년 가는 비밀은 없는 법이다. 꼭꼭 숨겨놓은 영업비밀을은 서서히 세상에 알려지고 세계회의 그늘에서 신음하는 수많은 글로벌 중산층들이 그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세계화는 글로벌 경제를 빠른 속도로 성장시켰다. 금융세력은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막대한 달러를 유통시켜 엄청난 수익을 거두었다. 하지만 세계화는 세상을 둘로 갈라놓았다.      


생산국가 중국과 소비국가 미국이란 기형적인 구조가 탄생했다. 토지와 자본이란 자산을 가진 부자와 갑종근로소득세를 내며 살아가는 다수의 중산층으로 신분이 양분됐다. 시간이 가면서 부는 자산가에게 더 몰리게 되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월급봉투가 두꺼워져도 중산층의 구매력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졌다.      


처음에는 다 좋았다.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은 흥청망청 세상이 됐다. 은행에서는 저금리에 돈을 빌려줬다. 미국 중산층은 빚을 내 집을 사고 차를 샀다. 타깃에서 저가 중국산 제품을 헐값에 살 수 있었다. 자동차와 집만 빼면 거의 모든 일상용품은 ‘메이드 인 차이나’로 채워졌다. 한 때 중국 제품없이 살아보기란 프로그램이 공전의 히트를 친 적도 있다. 그 프로그램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미국인은 더 이상 중국 제품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흥청망청 50년을 보낸 미국 중산층은 이제 중국 때문에 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중국 제품없이는 살 수 없게 되는 사이 모든 일자리가 중국으로 갔다. 미국에서는 더 이상 팬티 등 면제품과 젓가락을 만들지 않는다.      

이같은 불균형 상태는 지속될 수 없다. 일방적으로 한 쪽만 이익을 보는 거래가 어떻게 백년을 이어갈 수 있을까.      


미국 백인 중산층들은 자신들이 지금 왜 힘든지를 자문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회사에 다니던 아버지가 어느 순간 해고를 당하고, 약물에 중독돼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공부를 잘해도 유색인종 TO 때문에 하버드 대학 등 아이비리그 대학에 가지못했다. 제약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려고 해도 기소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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