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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익 Jul 21. 2024

마이 티처 '히틀러'

[작정하고 트럼프] MAGA는 '세계화의 구조적 해체' 선언


힘들어지면 끼리끼리 모인다.      


‘먹이가 줄면, 같은 깃털색의 새들끼리 모인다’는 미국 속담이 있다. 먹고살기 힘들어지면 끼리끼리 모인다는 뜻이다. 패거리 문화, 즉 극우주의는 경제가 어려울 때 그 힘을 발휘한다. 백인과 유색인종이 대립하고, 아시아와 유럽이 으르렁거린다. 공산주의가 다시 발호하고, 그 기세에 자본주의가 다시 동맹을 굳건히 한다.      

극우주의는 마녀사냥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원래 우수한 집단이고. 현재의 고통은 우리의 탓이 아니라 그들때문이란 논리를 만든다. 대중으로부터 서서히 힘을 얻은 극우주의는 우리가 다시 위대해지려면 그들을 때려부숴야 한다는 광기로 이어지기 일쑤다.      


미국인들은 위대한 20세기를 살았다.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지나 영국으로부터 패권의 바톤을 이어받은 미국은 달러패권의 우산 아래서 여유로운 인생을 즐겼다. 베트남 전쟁 이후 80년대엔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저금리로 돈을 빌려 값싼 중국제품을 흥청망청 소비했다. 세계 최강대국 시민이란 자부심이 몸에 뱄다.      

어느순간 그 모든 것이 신기루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빚이라는 모래성 위에 쌓아온 풍요였다. 만기가 돌아온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속출했다. 공장에 다니던 아버지는 하루아침에 해고를 당해 집에 틀어박혀 술과 약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술과 약조차 중국제품이다. 파병을 간 아들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접한 어머니는 충격에 실신한다. 우리가 왜 바다건너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치르고, 피를 흘려야 하는 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글로벌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Fed가 막대한 달러를 풀어 위기를 모면하는 듯 보였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먹고사는 문제는 더울 고달프다. 공장은 문을 닫고 구조조정은 더욱 가속화했다. 지갑은 얇아지고,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값은 하루가 멀다하고 가파르게 올랐다.     


나만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월가 펀드매니저들은 록펠러 센터에서 1인분에 170달러짜리 스테이크를 아무러지도 않게 썰고 있다. 히스패닉 불법이민자들 때문에 취할 일자리도 점점 줄어든다. 죽어라고 공부해도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게 점점 힘들다. 아버지 세대는 호황의 추억이라도 있는데 나는 태어날때부터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이런 생각이 점점더 스스로를 무기력하게 만들 때 누군가 나타나 지금의 고통은 당신의 탓이 아니라고 말한다. 당신은 열심히 살았고 원래 위대한 민족의 한 사람인데 그들 때문에 당신이 지금 힘들다고 외친다. 통곡이 환호로 바뀌는 순간이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은 1933년 아돌프 히틀러의 총리 취임 당시와 많은 게 닮았다.      

기독교 백인 중산층은 원래 세계 최강대국 USA를 건설한 위대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어떤 나쁜 세력들로 인해 기독교 백인 중산층의 삶이 퍽퍽해졌다.      


중국이 기독교 백인 중산층의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 월가 펀드매니저들의 기독교 백인 중산층의 월급봉투를 약탈해 갔다. 군산복합체들의 무기를 팔기 위해 전쟁을 내고, 그로 인해 기독교 백인 중산층의 아들들이 전쟁에 끌려가 피를 흘리고 있다. 제약카르텔이 중독성 진통제를 팔아 기독교 백인 중산층 가정의 아버지들을 중독시키고 심장마비를 일으키고 있다. 좌파가 장악한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다양성주의와 평등주의를 세뇌시키면서 유색인종 TO를 만들어 기독교 백인 중산층 가정의 자녀들이 능력이 있어도 진학하지 못한다.      


트럼프는 글로벌리스트, 즉 세계화주의자들이 치밀하고 철저하게 이같은 상황을 구조화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가 마녀로 지목한 세계화주의자는 달러 발행권을 손에 쥔 유대 금융세력을 말한다. 로스차일드를 중심으로 유대 금융세력은 미국 중앙은행 Fed의 대주주로, 달러 발행 액면가의 6%를 수수료로 챙긴다. 달러 발행량이 증가할수록 유대 금융세력의 수익이 늘어난다.      


달러 발행량을 늘리려면 일단 미국 정부가 예산을 많이 집행해야 한다. 이렇게 풀린 달러로 미국 시민들이 막대한 중국제품을 수입해야 한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로 중국은 공장을 돌리고 난방을 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막대한 석유를 수입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오일달러를 미국 국채에 투자해 4% 안팎의 안정적인 수익을 챙긴다. 이것이 유대 금융세력이 세계화를 통해 구조화한 세계경제질서다.      


이같은 세계경제질서는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라는 불균형을 전제로 한다. 불균형 상태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불안정 상태라는 의미다. 따라서 세계경제질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미국의 쌍둥이 적자에 대한 인위적인 조정을 시의적절하게 해야 한다. 1985년 독일 마르크화와 일본 엔화의 평가절상에 합의한 프라자합의가 인위적인 조정의 대표적인 예다.      


유대 금융세력은 막대한 자금력을 이용해 미국 행정부와 의회 곳곳에 자기 사람을 심었다, 1974년 닉슨 행정부 당시 미국 의회를 통과한 예산법은 이같은 모의의 결과물이었다. 미국 정부가 의회가 통과시킨 예산안을 줄이지 못하고 그대로 집행해야 한다는 법안이었다.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막대하게 불어난 건 이 법안 때문이었다.      


트럼프도 히틀러와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유대 금융세력에 대한 반감을 키웠다.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형사기소를 당한 전직 대통령이다. 트럼프를 기소한 검사들 대부분은 뉴욕주의 지방검사들이다. 연방검사가 아니라 지방검사들이 트럼프를 형사고소한 것은 지방검사들이 기소한 형사소송에서 실형을 받을 경우 셀프 사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연방검사가 기소한 형사소송에서는 실형을 받아도 대통령이 될 경우 셀프 사면이 가능하다. 트럼프는 자신을 기소한 뉴욕주 지방검사들을 좌파 조지 소로스의 사주를 받은 ‘소로스 검사’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트럼프는 소로스 검사를 의회와 정부 깊숙한 곳에서 유대 금융자본에 유리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딥스테이트의 일원으로 간주한다.      


트럼프는 유대 금융자본 때문에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구조화 됐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의 선전선동이 방대한 학습을 통해 철저하게 기획됐다는 방증이다. 트럼프는 아젠다47에서 예산법을 개정해 의회가 갖고 있는 예산권을 행정부가 되찾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용예산을 금지한 예산법을 뜯어고쳐 행정부가 불필요한 예산을 절감해야 한다는 게 트럼프의 생각이다. 예산이 줄어들면 달러 발행은 그만큼 감소한다.      


트럼프가 외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즉 MAGA는 유대 금융세력이 구조화한 세계경제질서를 깨고 새로운 경제질서를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간단히 말하면 반세계화다.      


트럼프는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문제를 해결해하는 게 그 시작이라고 판단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글로벌 GDP 성장에는 기여했지만 기독교 백인 중산층의 삶은 그로 인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는 게 트럼프의 생각이다. 중국에 빼앗긴 기독교 백인 중산층의 일자리를 찾아오려면 중국에 있는 공장들을 미국으로 찾아와야 한다. 미국에 물건을 팔려면 미국에 공장을 지으란 것이다. 히스패닉 불법 이민자들에게 빼앗긴 일자를 찾기 위해서는 국경에 성벽을 쌓겠다는 게 트럼프식 해법이다.      


좌파에 대한 반감도 트럼프와 히틀러가 유사하다. 히틀러는 러시아 공산혁명을 주도한 세력이 유대인이고 그들이 독일에 공산주의를 이식할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했다.      


유대인들이 주도한 세계화는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하지만 이념적으로는 평등주의와 다양성주의를 바탕으로 한다. 세계는 피부색과 언어, 민족 등에 상관없이 평등하다는 개념이다. 백인과 흑인이 다른 것은 우열이 아니라 다양성으로 해석한다. 만약 세계가 피부색과 언어, 민족 등으로 갈라진다면 자유무역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세계화가 구조화될 수 없었을 것이란 의미다.      


트럼프는 유대 금융세력이 세계화를 위해 미국의 교육에도 깊숙이 침투해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비리크 대학들에게 막대한 기부금을 주고, 자신들이 원하는 교육 이념을 이식했다는 것이다. 수능 점수가 아니라 인종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건 평등주의란 좌파 이데올로기가 대학을 오염시켰기 때문이란 게 트럼프식 분석이다. 트럼프는 교육개혁을 통해 유대 금융세력의 손에 오염된 미국의 대학을 정화시키겠다고 외친다. 평등성과 정치적 올바름을 가르치는 대학은 기부금을 세금으로 환수하겠다는 공약을 아젠다47을 통해 밝혔다.      


트럼프는 아젠다47에서 세계화주의자와 전쟁광을 유대 금융세력이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트럼프는 실리주의자다. 핵무기를 가진 나라와는 잘 지내야 한다며 김정은과의 친분의 중요성을 강조했듯, 필요한 세력이나 힘이 센 세력과는 잘 지내야 한다는 게 트럼프식 사고다. 유대 금융세력은 달러 패권과 핵을 가졌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이다.      


히틀러가 유대인을 직접 마녀로 지목한 것과는 달리 트럼프는 생활고에 지친 미국 기독교 백인 중산층의 울분울 쏟아낼 대상을 보다 세분화 했다. 아젠다47에서 세분화된 마녀들은 세계화주의자. 전쟁광, 소로스 검사들, 그림자 정부, 제약 카르텔. 중국 등이다. 하지만 이 가지들의 뿌리는 결국 유대 금융세력이다. 트럼프가 집권을 위해 뿌리를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찌만 집권후엔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관계도 예전과는 사뭇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세계화의 구조적인 해체가 트펌프 때문은 아니다. 세계화는 자체적인 모순 때문에 붕괴하거나 다른 모습으로 진화해야할 시기다. 하지만 트럼프가 세계화의 해체를 개속화시킬 인물인 것은 확실하다. 그것도 아주 철저하고 치밀하고 강력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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