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는 여인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방금 자신이 먹어치운게 인육이라는 말을 듣고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 말을 못알아 들은 건 아니지만, 듣고도 그 것이 현실이라고는 자각하지 못했다. 더구나 그 것이 어린아이라니. “웁. 웩” 지오는 치밀어오르는 구토를 참지 못하고 마침내 먹은 것을 모두 토해냈다. 속이 뒤집혀 토사물과 함께 내장들이 입밖으로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여인은 그런 지오를 이해한다는 듯이 바라봤다. 하지만 구토를 하는 지오의 행동에 어떤 개입도 하지 않았다. 이해는 하지만 당신도 곧 현실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전쟁후 뇌가 반쪽인 아이들이 태어나더군요. 왜 이 지역에서 특히 그런 아이들의 출산이 많은 지는 모르겠어요. 심지어 뇌가 없는 아이들이 나오는 경우도 부지기수에요. 그런 아이들은 먹기도 합니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니까요.” 여인의 표정은 담담했다. 어쩌면 그런 표정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육을 먹는 것에 어떤 감정을 갖게 되면 어떤 사람이 그 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면, 먹어도 되는 건가요.” 지오는 자신이 질문을 한 것인지, 있을 수 없는 일에 대한 분노를 표현한 것인지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먹지 않으면, 적어도 살아남아야할 가족들이 고통을 느끼게 되니까요.”
“누군가를 위해서 다른 누군가를 먹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지오는 끝내 울분을 터뜨렸다. “언제부터인가 세상엔 온통 있을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해요, 이상한 일들이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세상이죠.” 여인은 여전히 담담했다.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의 파도를 이미 넘어온 것 같았다.
“처음부터 아이 사체를 먹은 건 아니에요.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먹을 건 없는 데 먹여야할 아이들은 많고, 처음엔 어둠을 틈타 멀리 가져가 버렸죠. 그럼 들짐승들이 뜯어 먹었어요. 그 것을 본 사람들은 처음엔 굶주린 다른 아이들을 먹이고, 서서히 본인들도 먹기 시작했죠. 이렇게 사느니 죽는게 낫겠다고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결국은 살게되더라구요. 나중엔 일부러 보이는 곳에 아이를 버리는 사람도 생겼어요. 그렇게 하면 그 것을 먹은 사람들이 그 사람이 보이는 곳에 자신들의 아이를 버리고 갔죠. 자기 자식을 먹을 수는 없으니까요. 사람의 탈을 쓰고 차마 그렇게는 못하니까요.”
"자신이 살겠다고 다른 이의, 그 것도 어린 아이의 삶을 파괴하는 건 용서할 수 없는 죄악입니다." 지오는 치를 떨었다.
"그 것을 누가 판단할 수 있을까요. 먹지 않으면 죽는데, 그래서 먹었다고 누가 그 것을 죄라고 할 수 있을까요. 신이라도 그렇게 할 수 없을꺼에요. 신이라면 우리를 이렇게 방치하지도 않았겠죠. 우리는 이렇게까지 하면서 행복해지려는 게 아니에요. 최대한 덜 불행해지고 싶은 것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