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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바우어 던] "나는 적어도 사람을 먹지는 않소."

- 측은지심이 없는 사람

by 김창익

거친 물살은 모든 것을 집어삼킬 기세였다. 돼지 한 마리와 한 사내가 물살에 휘말려 떠내려가고 있었다. 지오가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눈 앞의 한 사내가 갈고리를 뻗는다. 지오는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사내가 갈고리로 건져 올린 건 사람이 아니라 돼지였다. 그 사이 물살에 떠내려가던 사내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모습이 사라졌다. "왜 사람을 구하지 않습니까." 지오는 허탈함에 힘이 빠졌다. "사람을 먹을 수는 없지 않소." 사내는 자신의 행동이 도덕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람을 구하지 않은 이유가 그를 먹지 않기 위해서란 말이다. "그것이 말이 됩니까. 그것이 죽어가는 사람을 놔두고 돼지를 건져 올린 이유가 된다는 말이오? 당신이 인간이오?" 지오는 사내의 말에 분노가 치밀었다. "돼지가 아니라 저 사내를 구했다면, 내가 죽었을 것이오. 나는 나를 구한 것입니다. 누구도 내가 인간답게 사는 데 힘을 보탠 적이 없소. 내가 왜 돼지를 건졌다는 이유로 당신에게 비난을 받아야 합니까?" 사내는 오히려 지오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나는 적어도 사람을 먹지는 않는단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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