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참 감사하게도
가장 순수했던 시절 난
비교적 채도 높은 그림을 그렸던 것 같아
조금 더 높이 날고
조금 더 오래 보고
시간이 두렵지 않았던 시절
곳곳에 네가 있고
매 순간 너를 초대하고
언제든 손 내밀 수 있다 믿었던 치기
늘어진 마그네틱 선
녹슨 플로피 디스크
떨어져 나간 프레스코
그들과 함께
영원히 남으리라
의심도 않고 살았지
정확히 언제였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사라진 뒤에도
차있던 너
보이지 않게
하나로 박혀 남았어
남아있고
남아서 지금의 나를
이뤄내
많이 시큰거리고
아주 오래가겠지만
널 빼고 조금씩
너로 메울게
안녕, 사랑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