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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 May 30. 2022

사랑니


돌이켜보면 참 감사하게도

가장 순수했던 시절 난

비교적 채도 높은 그림을 그렸던 것 같아


조금 더 높이 날고

조금 더 오래 보

시간이 두렵지 않았던 시절


곳곳에 네가 있고

매 순간 너를 초대하고

언제든 손 내밀 수 있다 믿었던 치기


늘어진 마그네틱 

녹슨 플로피 디스크

떨어져 나간 프레스코


들과 함께

영원히 남으리라

의심도 않고 살았지




정확히 언제였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사라진 뒤에도


차있던 너

보이지 않게

하나로 박혀 남았


남아있고

남아서 지금의 나를

이뤄내


많이 시큰거리고

아주 오래가겠지만

널 빼고 조금씩

너로 메울게


안녕, 사랑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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