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다가온다
9월 13일 월요일
시부모님이 계신 서울 다가구 주택 1층에 시누네가 산다. 시누의 큰딸이 어제 코로나 양성 확진 판정을 받고 무증상자로 분류되어 119 구급차가 와서 경기도에 있는 확진자 시설로 데리고 갔다. 다행히 오늘 다른 식구들은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했는데, 추석 연휴에 서울로 가려고 했던 계획이 심히 흔들리고 있다.
포토 박은 1차 예방접종을 맞은 후 그대로 공사 현장으로 가서 일을 했다.
어제 주문받은 쿠키가 있어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반죽기에 버터를 계량해 놓고 달걀을 냉장고에서 꺼내 찬기를 없앴다. 냉동실에 있던 사브레 쿠키 반죽을 실온에 30분 꺼내 놓은 후 굽기를 4번 반복하면서 초코칩 쿠키 반죽을 완성했다. 오후 1시가 되어서 주문 물량은 완성되었고, 이어 스콘 반죽을 5개 만들었다. 너무 많은 일을 한 것 같아 일찍 퇴근하는 길, 미용실에 들러 추석맞이 머리단장을 했다.
9월 14일 화요일
회계 대리인과 정식 계약을 했다. 매달 계좌이체를 직접 해주고 싶었는데 자동이체에 목숨을 거는 회사인지, 굉장히 껄끄러운 답이 돌아와서 ‘옛다’ 하며 자동이체에 승인해주었다. 이로서 월 16만 5천 원의 고정 지출이 새로 생겼다. 법인이라는, 법으로서 존재하는 이 허상의 인물은 사람들에게 월급도 주고 물건도 구입하고 나라에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 이것저것 아낌없이 나누고 베푼다. 남는 게 없다면 그건 법인으로서 잘 살았다는 증거이다. 우리 법인도 나름 잘 버티며 살고 있다.
어제 이어 오늘 또다시 쿠키 주문을 받았다. 만드는 시간을 조금 줄일까 해서 출근하는 설에게 달걀과 버터를 꺼내놓으라고 부탁했다. 반죽을 하는 와중에 치즈케이크 주문이 들어와 또 맘이 급해졌다.
2호 카공족 욱이 와서 공부를 하는 와중, 위층 사무실 할아버지들이 몰려왔다. 목소리가 높아지자 ‘옆에서 공부하니 조용히 하라’고 일행 중 한 분이 이야기했지만, 정작 그 자신이 더 큰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욱은 시장통에서 공부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9월 15일 수요일
회계사무실에서 올해 통장 입출금 내역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지난 이틀 동안 쿠키 만드느라 전혀 시간이 나지 않아 못주고 있다가 오늘에야 겨우 컴퓨터 앞에 앉을 수 있었다. 은행 사이트에서 15일 단위로 엑셀 파일을 다운로드하였더니 8월까지 16개 파일이 되었다. 그걸 하나로 합치는 작업을 구글에게 물어보니, 정말 간단한 방법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엑셀 바보가 컴맹을 탈출하는 방법은 옆사람에게 물어보거나 구글에게 질문하면 게임 끝이다.
명절에 서울을 가게 될지 아닐지 알 수 없지만, 안 가더라도 카페에는 출근하고 싶지 않아 가능한 많은 케이크를 만들어놓기 위해 오늘부터 열심히 오븐을 돌렸다. 케이크 시트 3개를 만들고, 한 개로 생크림 케이크를 완성했으며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 볼 생각으로 주문한 미니 파운드 틀에 연유 파운드케이크를 구웠다.
9월 16일 목요일
지난주, 재봉 회원들끼리 한데 모여 주문한 이케아 물건이 어제 도착하였다. 모임날, 박스를 개봉하고 본인이 주문한 물건을 챙겼다. 몇 천 원에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비록 꼭 필요한 물건들은 아니지만.
어제 만들어 둔 파운드케이크를 개봉하여 여러 사람들과 나누어 먹었다. 좀 목이 멘다 싶은 퍽퍽함이 있었는데, 파운드케이크란 대부분 그렇다는 것이 중론이라 안도했다. 나의 출근과 함께 들어온 임이 파운드케이크는 한번 먹을 때마다 1파운드씩 몸무게가 불어난다고 하는 설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다이어터들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메뉴라는 말이겠다.
태풍 ‘찬투’가 올라오고 있다. 오후 무렵 하늘이 흐려지고 비가 날리기 시작했다. 추석맞이 직원들에게 줄 과일을 예약해놓은 것이 있어서 한 군데 과일집에서 귤 상자를 찾고, 다른 과일집으로 가 사과를 구입했다. 물건을 픽업하고 카페로 와서 범에게 선물을 건네고 설의 차에도 실어주라 부탁했다. 뭘 줄까로 근 3일 동안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결말을 짓고 후련하게 떨쳐버렸다.
지난주부터 오른쪽 다리에 찌릿한 저림이 시작되고 하루에 한 번씩은 꼭 그런 느낌을 받았다. 포탈에 ‘다리 저림’으로 검색을 하면 하지정맥류에 도달한다. 1년 넘게 카페를 하면서 반나절은 꼬박 서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 되었을까 의심을 해본다. 걱정되는 마음에 벽에 다리를 올리고 누워서 순환을 촉진해보았다. 연휴가 끝나면 병원에 가봐야 하나 싶다.
9월 17일 금요일
막내딸이 서울에 가기 싫어한다. 지난번 코로나 검사 때 기억이 너무 안 좋아서, 서울 가게 되면 오는 길에 검사하고 와야 한다 했더니 계속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나도 검사받는 게 싫어서 가지 말까를 심히 고민 중이다. 안 간다고 해도 누가 뭐라 하진 않겠지만, 아들과 손주들을 기다리는 시부모님이 많이 서운해하실 거 같다. 아직도 명절 서울행은 고민 중이다.
어제는 초콜릿 케이크를 2개 만들어놓았고, 오늘은 티라미수 2개와 치즈케이크를 만들어놓을 차례. 파운드케이크도 다시 한번 만들었고, 냉동실에 있던 마카롱도 꺼내놓았다. 이제 추석 카페 준비는 얼추 마무리되어 간다
점심 이후 온 손님이 커피를 배달시킬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우리는 배달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지만, 혹시나 나중에라고 하게 될지 모르니 설이 배달업체에 전화를 해서 가격을 물어보았다. 계약되지 않은 업체도 배달은 가능하나, 배달료가 5천 원이나 된다고. 업주와 소비자가 반반 부담을 하든, 업주가 다 부담을 하든 어쨌든 배달료는 5천 원. 비싸구나.
명절 전, 읍내 곳곳에 사람들이 그득하다. 재난지원금을 받은 사람들, 학교에서 2-3만 원의 지역상품권을 받은 학생들이 명절 시작을 즐기러 나왔나 보다.
9월 18일 토요일
명절 준비로 전을 부치다 잠시 카페에 들른 옥은 느끼함을 달래는 커피를 마셨다. 명절이지만 주말 축구 동아리는 빠질 수 없던 엽은 동료들과 운동 후 차를 마시러 왔다. 단은 아이들과 함께 독서 나들이를 왔고, 엽이 카페에서 만난 단의 아이들에게 케이크를 사주었다.
단골장이 명절 선물을 많이 받았다고 자랑했다. 남아도는 거 있음 하나 달라고 했더니, 퇴근길에 커피 한잔 배달시키면서 커피를 건네는 나에게 큼직한 배 선물 상자를 하나 주었다. 농담으로 건네었는데 진짜 선물이 왔다! 무척 고마운 일이긴 하나, 우리 식구들이 잘 안 먹는 과일 중 하나라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