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확산
2월 7일 월요일
다시 다리 저림이 심해졌다. 허리도 아프다. 이상근 문제로 병원을 다녀온 후 한동안 열심히 재활운동을 했었는데, 좀 괜찮다 싶으니까 게을러져서 멈췄더니 다시 증세가 시작되었다. 자면서 다리가 저리고 오른쪽 엉덩이 부근이 아팠다. 운동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운동. 평생 일상적으로 할 운동. 아침에 동네 한 바퀴 도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플랭크를 하고 재활치료를 했다. 평생 가져갈 운동으로.
어느 지역에나 있는 맘 카페에서 새로운 사진관이 문을 열었다는 홍보글을 보았다. 관광지나 대도시에 있는 셀프 스튜디오 개념의 사진관으로, 셀프로 찍을 수도 있고 찍어주기도 하는 그런 곳이었다. 읍내에는 구닥다리 사진관이 2군데가 있다. 오랫동안 터를 잡은 덕에 건물주가 된 그들은 오랫동안 학교 졸업 앨범을 제작하면서 여전히 잘 살고 있다. 그동안 이곳 스튜디오가 새로운 사진관이 될 뻔했으나, 홍보와 인식 부족으로 새발의 피 만도 못한 존재가 되었는데, 거기에 경쟁 업체가 턱 하니 또 생겨난 것이다. 결이 다른 스튜디오지만, 사람들은 그저 저렴한 쪽으로 돌아서기 마련이다.
바닥 기초공사를 위한 흙 다지기를 했다.
2월 8일 화요일
설 연휴가 지나고 오미크론이 휩쓸고 간 읍내에 확진자 16명이 나왔다. 가뭄에 콩 나듯 하나 둘 생기던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숫자다. 사람들이 더욱 움츠러들었다. 일상적이지만 잠시 멈춘 듯한 읍내. 우리 카페만 손님이 없는 걸까. 최악의 하루 매출이 나왔다.
주문이 늦어진 탓에 카페에 또 원두가 떨어져 간다. 연휴가 끝나고 곧장 주문을 하지 않은 탓이다. 맛없다고 투덜대는 또 그 원두를 사놓았다. 이제부터 원두가 배달 오면 한 개를 숨겨놔야 하나, 심히 고민 중이다. 재고를 확인하고도 제때 주문하지 않는 습관은 고쳐질 리가 없으니. 차라리 설이 주문을 하는 것이 맘 편할 거 같다.
바닥 기초 공사가 이어졌다.
2월 9일 수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왼쪽 귀 아래 작은 혹이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왼쪽이 부어있어 밥을 먹을 때 굉장히 불편했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있나 보다. 약이라도 처방받고자 종합병원에 갔다. 약만 사려고 했는데 피검사와 소변검사까지 하라고 해서 3만 원이나 써버렸다. 치과도 없고 이비인후과도 없는 종합병원은 거의 다 쓰러져 가는 건물에 색감도 이상한 간호사 유니폼까지, 신뢰감 제로 병원이라 웬만하면 안 가려고 하는 곳인데 돈을 쓰고 보니 사기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기존 원두가 거의 떨어져 갈 때쯤 월요일에 주문한 원두가 도착했다. 이로써 쓰지 않아도 될 원두값 24,000원을 낭비했다.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하는 날이다. 우유통 말린 것, 건전지 한 움큼, 읍내 문학관에서 발행한 오래된 문집들을 모아 모아 읍사무소 재활용 센터로 가져갔다. 재활용 센터에서의 일 순서는 이러하다. 젊은 직원 1이 책 무게를 잰다. 나이 든 직원 2는 항목별로 칸이 나눠진 종이에 ‘책’에 해당하는 칸을 찾아 직원 1이 잰 무게를 적고 무게에 따른 돈을 계산기로 두드려 나온 숫자를 밑에 적는다. 보관증과 영수증에 똑같은 가격을 적은 후, 자를 대고 잘라서 영수증을 준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는데, 오늘처럼 내 앞에 온 사람이 플라스틱부터 종이까지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들고 왔을 경우, 항목을 찾고 숫자를 적고 계산기로 두드리는 일이 더욱 느려진다. 공공 일자리 창출로 선발되어 일하는 어르신이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모바일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아날로그적 작업 처리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든, 기다림은 한없이 늘어지고 겨우 천 원을 받기 위해 버리는 시간이 아쉽기만 하다. 집에서 나오는 재활용 쓰레기를 한꺼번에 가져와야 효율적이겠다.
2월 10일 목요일
확진자 동선 중 병원 내과 1이 떴다. 내가 어제 갔던 곳. 2시 4분에 원무과에서 결제를 했다는 걸 확인했다. 아슬아슬하게 확진자 동선에서 벗어났다. 휴, 검사받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다.
2월 11일 금요일
오미크론의 전염 속도가 엄청나다. 한 태권도 관장이 확진 판정이 나면서 유치원들이 비상이 났고 그 여파로 읍내 학원 전체가 휴원했다. 격리자가 되는 게 일상이 될 수가 있겠구나. 대도시는 이미 그런 상태였을텐데 읍내는 이제 시작이 되고 있다.
초코무스케이크와 초코 라테를 즐겨먹는 빈이 일요일 본인 생일날을 위해 케이크를 주문했다. 그동안 쌓아온 적립금으로 결제를 했다. 자기 생일이지만, 꼭 선물 받은 기분을 내기 위함이라고. 결제할 때마다 쌓여있던 적립금이 많아서 ‘적립금으로 결제할까요?’라고 자주 물어봤었는데, 그런 이유가 있다면 생일이 오기 전까지는 적립금을 쓰라는 말은 하지 않아야겠다.
시멘트를 부어 바닥 기초를 다졌다.
2월 12일 토요일
읍내 확진자가 46명 발생했다. 하룻밤 새 어마어마한 숫자가 재난 문자로 도착했다. 오늘 하루 사람들이 모두 집에 있겠구나, 카페에는 손님이 하나도 없겠구나 하는 직감이 왔다.
만들어 놓은 케이크가 아직 쇼케이스에 있다. 가급적 일 만들지 않고 쉬려고 했으나, 냉장고에 낀 얼음덩어리가 맘에 걸려 힘써서 얼음을 제거했다. 윤과 장, 오전 단골손님이 다녀갔다. 조명과 에어컨이 전력 낭비를 한다. 손님 없는 카페를 채우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