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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ker Lee Jul 26. 2022

22년 2월 첫째 주

서울 인 앤 아웃

1월 30일 일요일


파주에 있는 아빠 산소에 인사를 드리고 성산대교를 넘어 엄마 집으로 가던 길, 서부간선 지하도로를 만났다. 그런 터널이 생긴 줄도 모르고 얼떨결에 그곳으로 들어가 버린 후,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신정교를 건너 신도림 쪽으로 가야 하는데 오도 가도 못한 채 금천 IC까지 갈 수밖에 없었다. 들어갈 때는 잘 빠지는가 싶더니, 중간부터 막히기 시작, 짜증이 올라오면서 폐쇄공포증처럼 나를 옭아매더니 방광을 자극하여 급하게 소변이 마려웠다. 서울 사람이 아닌데 자꾸 서울 사람인 것처럼 네비도 켜지 않고 간 게 문제였다. 어찌어찌 터널을 빠져나왔지만 내 ‘볼 일’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그 찰나, 백화점이 나타났다! 차에서 내려 QR코드를 찍고 매장을 지나 화장실로 직진~ 터널 한 번 잘못 들어가면 오줌보가 터지는 수가 있다.  


1월 31일 월요일


스케줄 상, 오늘이 쇼핑할 수 있는 유일한 날인데 아쉽게도 대부분의 백화점이 문을 닫았다. 그중 문을 연 신촌 현대백화점으로 딸 셋과 함께 갔다. 오늘의 쇼핑 목록은 둘째 딸 숏 패딩과 운동화. 쇼핑이 끝나고 보니 첫째 딸 숏 패딩과 막내딸 운동화와 목도리가 더해져 있었다.


2월 1일 화요일


1월 내내 디즈니 플러스에서 마블 영화와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막내딸과 함께 보았다. 그리고 오늘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을 보러 갔다. 토비와 앤드류의 나이 듦이 가슴 아팠다. 아, 나도 가슴 아픈 나이가 훨씬 지나고 있구나. 이제 또 한 살을 먹었으니.


연휴에 제주도로 놀러 갔던 시누네가 돌아왔다. 저녁을 같이 먹기 위해 근처 횟집에서 방어와 광어를 사 왔다. 광어회 접시는 텅 비었고 방어회 접시도 절반 이상 먹어가는 와중, 둘째 딸이 방어회에 붙어있는 실지렁이 같은 벌레를 발견했다! 지금까지 회를 먹으면서 그런 벌레는 처음 보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생선 몸에 굉장히 흔하게 볼 수 있는 벌레라는 거. 다들 입맛을 잃었고 기분이 나빴으며 그래서 조카가 반품을 하러 횟집으로 갔는데, 횟집 아줌마의 반응이 더 가관이었다고. ‘그래도 많이 드셔서 다행이네요’ 입가심으로 피자를 주문했는데 1시간 후에 도착했다. 새해 첫날, 사람들은 모두 배달 음식을 시켜먹나 보다.   


2월 2일 수요일


휴일이 끝났다. 염색을 하겠다고 챙겨 온 염색약은 그대로 짐가방에 놓여있었고, 공부하라고 챙겨 넣은 둘째 딸의 영어문제집도 그 옆에 얌전히 누워있었다.  서울 올라갈 때와 마찬가지로 시원하게 뚫린 길을 막힘없이 내려왔다. 집에 도착하니, 냉동실에 얼려둔 코다리찜을 잊어버리고 보내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하는 시어머니의 전화가 걸려왔다.


2월 3일 목요일


디시 카페로. 연휴 내내 카페를 지킨 종업원 최와 민감독은 오늘 하루 쉬기 위해 설에게 저녁 근무를 부탁했다. 그래서 오전은 나의 몫. 연휴 동안 쌓인 카페 매출 전표를 정리하고 완벽하게 비어버린 쇼케이스를 채울 준비를 했다. 케이크 시트 2개를 굽고, 치즈케이크를 만들었다.  


2월 4일 금요일


1월 수입과 지출을 계산하기 위해 은행을 이곳저곳 다니며 통장을 정리하고 토마토를 사러 시장을 들렀다가 카페에 도착했다. 대출금 갚기 프로젝트로 적금을 들기로 결정하고 민감독에게 통보했다. 긴축 재정을  나름 시작하고, 되도록 재료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봐야겠다. 오픈하고 2년이 지나서 깨닫다니, 너무 방만하게 운영을 하고 있었던 거 같다. 사업체가 온전히 내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인가.


2월 5일 토요일


밤새 눈이 내렸다. 기온이 내려가고 오전 내내 드문드문 눈발이 흩날렸다. 둘째 딸은 남자 친구와 데이트를 나갔고, 나는 어제 하지 못한 케이크 만들기에 돌입했다.  생크림을 만들고 있는데 단골장이 왔다. 커피를 내려주고 다시 작업대로 와서 초코크림을 완성하고  번째 케이크를 완성하기 직전, 손님  명이 와서 다시 작업을 멈췄다. 단골 청소년 윤의 키위주스는 양해를 구하고 나머지 케이크 하나를 먼저 완성한  키위를 깎기 시작했다. 단골장은 대선 토론회 이야기를 혼자 주절주절 읊어댔다. 귀에 들어오지도 않을 이야기, 이미 나도 어디선가 듣고 읽은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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