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4월 첫째 주

땅을 팔고 양도세를 얻다

by Baker Lee

3월 29일 월요일


황사가 심한 아침이다. 건너편 광고회사 사장 맹이 와서 생과일 요구르트를 주문했다.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한 메뉴이지만 나는 한 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었다. 레시피에 쓰여 있는 대로 믹서기에 계량을 하고 얼음을 넣고 요구르트 만들 때처럼 40초를 돌렸더니 거품이 한가득이었다. 아, 생과일에는 얼음이 들어가지 않으니까 그렇게 오래 돌릴 필요가 없었겠구나 싶었다. 민트나 로즈메리로 데코도 하던데 그것도 없이 거품 가득한 요구르트가 그대로 나갔다.


영상 촬영을 위한 전문인력 지원사업을 신청해서 선정이 되었는데, 정작 전문인력을 찾지 못해서 인건비 지원을 하나 날릴 위기이다. 이런 소도시 지방으로 경력 있는 영상 촬영 인력들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민감독이 이곳저곳 구인란에 올렸고 한 두 명 지원자가 와서 인터뷰를 했는데, 서로의 요구가 맞지 않아 직원을 뽑지 못하고 있다. 오늘 또 한 명의 구직자가 와서 오랫동안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살 집 걱정을 같이 해주고 있는 걸 보니 이번 지원자는 일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가족 촬영 의뢰가 들어왔다. 포토박이 출근하는 금요일에 와서 자세한 상담을 하라고 권했다.


3월 30일 화요일


독서모임 회원들이 왔다. 그 후 줄지어 손님들이 방문을 해서 오랜만에 오전이 좀 바빴다. 덩치 큰 아들이 엄마를 꼭 안고 와서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가족사진을 물어보았고 4월 10일에 찍으러 오겠다는 얘기를 했다. 좀 더 자세한 문의는 금요일 오전 포토박이 출근할 때 와서 이야기를 하라는, 어제와 같은 멘트를 날렸다. 우리가 제공하는 기본 액자 사이즈를 보고 너무 작다며, 엄청 큼지막한, 시골집에 가면 다들 걸어놓은 대형 사이즈 액자를 찾았다. 여전히 읍내는 뭐든 큰 걸 좋아한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마카롱을 만들어야 흰자가 소진될 수 있을까. 조금 덜어낸다 싶으면 쿠키 반죽을 다시 해야 하니 또 흰자가 풍년이 된다.


오늘 하루 조금 손님이 많아서 설이 힘이 많이 든 모양이다. 작업 동선이 너무 긴 것 같다며 두 대의 냉장고 내용물을 정리해보자고 했다. 주방에는 두 대의 냉장고가 있다. 하나는 커피머신 아래에 있고, 하나는 내 작업대 뒤쪽에 있는데 그것이 훨씬 큰 냉장고이다. 커피와 관련된 건 사실 우유랑 대추농축액 정도뿐이고 나머지는 죄다 스무디나 요구르트, 수제청 같이 믹서기랑 같이 있어야 하는 것들이다. 이것들이 자기 자리를 못 잡고 엉뚱한 곳에 위치해 있어서 뭔가 하나 만들려면 이곳저곳 냉장고를 왔다 갔다 해야 했다. 불편한 문제를 해결해야겠다.


땅을 사겠다고 계약금을 보낸 사람이 소유권 이전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토지에 대한 근저당을 설정해놓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법에 대해 전혀 무지한 우리는 근저당이 무엇인지 인터넷과 언니에게 문의를 했다. 땅 소유주가 다른 사람에게 땅을 넘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법적 조치로, 다들 그렇게 하고 있긴 한가보다. 만약 근저당 설정을 해야 한다면 몇 가지 보안책을 마련해서 서류에 포함해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3월 31일 수요일


설이 쉬는 날인데 모르고 출근을 했다. 오늘 먹어버려야 할 딸기 케이크 두 개를 들려서 집으로 돌려보냈다. 3시에 출근한 종업원에게 냉장고 내용물을 바꾸자고 제안했고, 큰 냉장고에 있는 맥주들을 작은 냉장고로 옮기고 작은 냉장고 물건들을 큰 냉장고로 옮겨달라 했다. 작은 냉장고에 낀 엄청난 성에도 제거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4월 1일 목요일


아침에 냉장고를 확인해보니 부탁한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큰 냉장고를 조금 더 정리하여 드디어 동선을 줄이는 작업 환경이 완성되었다!!


재봉 모임이다. 예전에 만들어서 쓰고 있던 오븐 장갑이 터졌다. 오늘은 짬을 내어 작업대에 같이 앉아 오븐 장갑을 만들었다.


땅을 팔았다. 근저당을 하는 게 조금 찜찜해서 지금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계약금은 안 돌려주고 끝내겠다고 했다. 그래서 모든 서류를 제대로 밟아 소유권 이전을 마쳤다. 그런데 팔고 보니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8년 차가 겨우 5개월 남짓 남아있었다. 도장 찍는 것을 몇 달만 늦췄으면 좋았을 걸. 결국 동네 사람에게 판 것 보다 더 비싸게 팔았지만, 더 받은 땅값은 세금으로 나가게 생겼다. 밤새 센 바람이 불어서 장작 더미를 눌러놓았던 슬레이트 조각이 날아갔다. 내 마음도 갈기갈기 바람에 짓이겨졌다. 세금에 무지한 문맹인의 말로이다.


4월 2일 금요일


월요일에 예약한 사진 손님이 상담을 위해 방문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세 가족이 여행을 다녀온 후 함께 사진을 찍는다는 계획이다. 부모님 사진을 각각 찍었음 하는데 영정사진이라고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단독 사진을 찍도록 분위기를 만들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사실 이쯤 되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것이 영정사진이구나 하는 건 부모님들은 단번에 직감한다. 그래도 그러려니 하고 찍긴 하겠지만, 단어 자체가 주는 어감이 좀 그러니 자식 된 입장에서는 알면서도 숨기고 싶은 바람이 있기 마련이다.

화요일에 왔던 사진 의뢰인은 오지 않았다. 전화번호를 받아두지 않았는데, 이것이 예약을 우리가 받은 건지, 진짜 찍으러 오긴 하는 건지 애매하다.

청소년센터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 관련 일을 하는 추가 사진 상담을 요청했다. 내일 다시 포토박이 나와야 한다. 겨우내 할 일 없이 세워져 있던 조명의 먼지를 털어내야 할 때인가 보다. 봄은 봄이로다.


4월 3일 토요일


3주째 비가 내리는 주말이다. 초등교사 단이 아이들과 함께 카페에 와서 크로플은 굽는 날이 따로 있냐고 물었다. 사실 매일 조금씩 구워놓고 팔아야 하지만, 팔지 못하고 다음날 눅눅해진 크로플을 먹어치운 게 이틀이나 되어서 그 이후 굽지 않고 있었다. 누군가 먹으려고 온다 하면 미리 준비할 텐데, 카페란 그런 예약까지 해가며 먹으러 오는 곳은 아니지 않나. 주로 주말에 등장하는 단을 위해 담주에는 꼭 준비해놓아야겠다.


청소년 센터 상담사 추가 가족사진 상담을 했다. 카페 입구에는 한 사람씩 찍어놓은 프로필 사진이 샘플로 걸려있다. 잡지에서나 봄 직한 멋진 사진들을 사람들은 오며 가며 구경을 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한때 포토 박은 잡지사에서 그런 인터뷰 사진을 많이 촬영했었다. 하지만 그런 종류의 사진을 찍겠다고 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해봤자 다들 가족사진만 찍겠다 한다. 역시나 그녀도 가족사진을 의뢰했는데, 특이하게도 그런 프로필 사진 같은 가족사진을 원했다. 포토 박은 단번에 불가하다는 답변을 했다. 스튜디오 공간 상 두 명 이상 사진에 담게 되면 그냥 일반 가족사진 같은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원하는 분 혼자 찍으면 그런 분위기는 가능하다 했으니, 원하는 추가 찍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흰자를 소진할 다른 레시피를 찾던 중 랑그 드 샤(고양이의 혀라는 뜻의 쿠크다스 맛이 나는 계란 과자)를 발견했다! 월요일에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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