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3월 넷째 주

장터로 간 마카롱

by Baker Lee

3월 22일 월요일


월요일은 내 작업이 많다. 하루 5시간 4일 근무하는 인턴 설에게 수요일 대신 월요일에 출근하도록 했다. 역시나 비어있는 쇼케이스. 오늘 열심히 밑 작업을 하면 내일은 채울 수 있다.


지난주에 개인 카페를 폐업한 종업원이 온전히 이곳에 집중하여 출근하기 시작했다. 늘 생각만 해왔던 메뉴 개발을 준비하는 것 같다.

이곳 카페 메뉴는 종업원의 개인 카페에 있던 메뉴가 그대로 옮겨온 형태이다. 거기에 내가 달고나와 청귤청 관련 메뉴를 넣었으며, 종업원이 개인 카페 아르바이트생에게 배운 대추라떼를 선보였던 것이 최근 신메뉴의 전부이다. 유행을 빠르게 쫓아가야 하는 도심의 카페는 아니라서 매번 새로운 메뉴가 나올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가끔 신메뉴는 나와줘야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다.

종업원과 민감독은 생과일로 만든 메뉴를 줄곧 이야기했다. 이번에 만들어본 것은 요구르트를 직접 만들어서 생과일 요구르트를 내놓으려 한다.


9년 전 우리는 귀농을 했다. 포토 박은 사진을 그만두고 농부가 되었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살던 집이 자꾸 고장 나기 시작했다. 이미 부실하게 지어진 채였기 때문에 나빠질 일만 남은 집. 다시 도시로 돌아갈 계획이 없으므로 우리는 집다운 집이 필요했다. 집을 짓기 위해 그나마 조금 있던 논을 팔기로 했다. 동네 사람 허가 사겠다며 구두로 약속한 상태지만, 그는 현금이 없었다. 그의 조언으로 농지은행을 통한 거래를 하기로 했다.

농지은행 직원의 말에 따르면 이렇게 구두 계약을 한 상태로 와서 농지은행에 땅을 위탁하는, 우리 같은 경우에 80~90%는 다른 사람과 거래가 된다고 한다. 여러 사람들이 농지은행에 내놓은 땅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3월 23일 화요일


독서모임 회원들이 오전을 채워주었고, 오후에는 수채화 모임이 이어졌다. 어제 실험한 요구르트를 맛보겠다고 보가 와서 주문했다. 신메뉴 개발 중이라는 인스타를 보고 곧바로 정이 와서 또 주문을 했다. 아직 정식 메뉴가 정해지지 않았는데 단골들의 주문이 이어져 종업원과 설이 미리 준비하지 못한 과일을 즉석에서 손질하느라 바빴다. 난 아직 메뉴 숙지가 되어 있지 않아 만들어보지 못한 상태이다.


쿠키 생산으로 어마어마하게 남은 흰자를 사용할 요량으로 프레첼 머랭 쿠키를 만들어보았다. 단점은 1시간 40분 동안 구워야 하고 오븐 안에서 식혀야 한다는 점. 결국 나는 결과물을 보지 못한 채 설에게 뒷마무리를 부탁하고 퇴근하였다.


3월 24일 수요일


흰자의 폭탄을 생각하며 어쩔 수 없이 마카롱 작업에 돌입했다. 흰자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많이 만들어놓는 건 좋은데 이것을 어디에서 팔아야 하나 하는 문제가 있다. 판매할 카페가 있는데도 이런 걱정을 해야 할 만큼, 마카롱 판매량이 너무 미비하다. 이번 주 올라온 밴드 소식을 참고해보고 토요일 다른 읍에서 열리는 대안장터에서 팔기로 결정했다.


카페를 열기 전, 정확하게 말하면 코로나가 휩쓸고 가기 전 개인적으로 마카롱을 만들어 팔던 대안 장터가 두 곳이 있다. 하나는 이곳 읍내이고, 다른 하나가 인근 읍내에 있다. 작년 한 해 모든 장터가 문을 닫았고 이제 다시 열어볼까 하는 중이다. 인근 읍내 장터가 이번 주에 열린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제 다시는 장에서 물건 팔 일이 없을 줄 알고 단톡 방에서도 나온 상태인데, 이렇게 다시 출점하게 될 줄이야. 오랜만에 바깥바람도 쐬고 반가운 얼굴들도 보는 기회로 위안을 삼는다.


3월 25일 목요일


어제 작업에 이어서 계속 마카롱을 만들었다. 바느질 모임이 있는 날인데, 요 근래 바느질은커녕 바느질하는 테이블에도 앉아있지를 못했다. 너무 할 일이 많아서. 오전에 일찍 나와 반죽을 두 번 끝낸 상태라 회원들과 오랜만에 수다를 떨 수 있었다. 12시에 출근한 설 덕분에 짧은 드라이브를 즐기며 레스토랑에 가서 돈가스와 생선가스를 썰고 왔다. 도로 양 옆에 늘어선 벚꽃나무가 벌써 하얗게 나부끼고 있었다. 봄이 온 줄도 모르고 건물 안에 처박혀 있다가 겨우 빠져나와 봄을 보았다.


농지은행에 위탁한 땅을 보고 누군가 등기우편을 보내 연락을 달라고 했다. 전화를 했더니 구두 계약한 금액보다 높게 가격을 제시했다. 우리는 망설일 일이 없었다. 돈을 더 준다는 사람에게 파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3월 26일 금요일


마카롱 작업을 마무리하고 주말 판매를 위한 케이크 시트 작업을 했다.

민감독과 종업원과 설이 손님 없는 카페에서 커피 맛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모든 카페의 주인들은 자신들의 커피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다 가지고 있을까. 그들이 가진 철학이 과연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긍정을 얻어낼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신 맛과 떫은맛 정도의 차이밖에 모르는 나는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3월 27일 토요일


날씨가 궂다. 궂은 토요일은 손님들이 올 가능성이 좀 더 높다. 주말 판매를 위한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만들어두었다. 12시가 되어 설이 출근한 후 나는 한 주동안 만들어둔 마카롱을 챙겨 들고 인근 읍내 장터로 출발하였다.


비가 온다는 건 이미 날씨 예보에 나와있지만, 예보 상 많은 비는 아닐 거라 해서 장터는 열기로 하였다. 시작 시간에 겨우 맞춰 도착했다. 거의 1년 넘게 못 가서 굉장히 오랜만에 장꾼들을 만났다. 한 달에 한번 장터에서만 만났지만 그래도 3-4년은 이어온 관계라 얼굴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결국 날씨가 장터를 일찍 문 닫게 만들었다. 비바람이 점점 거세지더니 기둥에 붙들어맨 플래카드를 세차게 때렸고 장꾼들 테이블에 올려놓은 가벼운 물건들을 날려버렸다. 1시간 만에 폐장을 하고 겨우겨우 물건을 추슬러 집으로 돌아왔다. 기름값이나 나왔으려나 싶다. 딸이 신다 던져놓았던 운동화를 겨우내 신고 다녔는데 밑창이 벌어져서 빗물이 들어갔다. 이제 쓰레기통에 넣어야겠다.


법인세 관련 모든 서류가 끝이 났다. 지난해 정산을 하면서 이것저것 모르는 것 투성이었는데, 앞으로는 제대로 돈 정리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영업에서는 손실인데, 지원받은 금액이 많아서 법인세가 꽤 나갈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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