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테스트하다
3월 8일 월요일
청소년 스포츠 클럽에서 일하는 훈이 단가 3천 원짜리 간식을 의뢰했다. 비록 3천 원 밖에 안 하지만 풍성해 보였으면 좋겠고, 수제 간식이라는 표시가 있으면 좋겠고, 이 카페 이미지에 피해가 가지 않을 정도의 양과 모양이면 좋겠단다. 수량은 100개. 많이 넣어서 10개의 쿠키를 담는다면 100 봉지를 만들기 위해 1000개의 쿠키가 필요하다는 결론. 우리의 저 소박한 오븐으로 대략 24시간을 돌려야 완성할 수 있겠다. 와우~ 이번 주에 샘플을 만들어야 한다. 빌어먹을, 아주 신나는 일이군.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은 수채화 동아리 모임이 있다. 작년 예술동아리 지원사업으로 시작한 모임이었는데 지원이 끝나고도 계속 이어져오는, 아주 바람직한 모임이다. 물론 한가한 카페라서 가능한 일이겠다. 스케치북과 물감을 늘어놓고 꽃이나 과일 같은 정물도 올려져야 하니, 보통 가장 큰 테이블 두 개를 차지해야 한다. 손님이 많다면 어림 반푼 어치도 없는 일이다. 끝나고 난 자리마다 지우개 가루가 있어서 물걸레질로는 쉽게 없앨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어쨌든 우리처럼 한가한 카페라서 다행이다.
3월 9일 화요일
오전으로 시간을 옮긴 책모임 회원들이 왔다. 일부는 나의 재봉 회원과 겹친다. 사실 이 두 모임은 초등학교 학부모 동아리이다. 카페 운영 주체인 두 가족 역시 학교 학부모로 처음 만난 사이이며, 이 카페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 또한 그러하다. 카페를 오픈 한 이래, 각종 학교 모임이 여기에서 열린다. 학교의 큰 배려라 할 수 있다. 이 카페가 망할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도 학부모들이며 그래서 변두리에 있지만 되도록 찾아와서 팔아주려는 배려가 카페를 지탱하고 있다.
책모임 회원들에게 새로운 디저트 크로플을 먹어보라 권했다. 초반 내 서툰 카페라테를 마셔준 그들에게 다시 시험대상이 되기를 부탁했다. 미리 작다고 얘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작다고 놀라워했다. 2차 발효를 덜 해서 크기가 작은 것인지 다시 테스트를 해봐야겠다. (그날 맛에 대한 평가는 듣지 못했는데, 이미 집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크로플을 만들어먹고 있던 희가 이틀 후 자기가 한 것보다 바삭하다며 어떤 제품인지 물어보았다. )
종업원이 자가격리에서 풀려났다.
3월 10일 수요일
즐거운 월급날이다. 아침에 직원들 급여를 넣어주었다. 카페 외에 영상이며 촬영 일이 없어서 회사 자금이 볼품없이 쪼그라들고 있다.
마땅히 할 사람이 없는 관계로, 내가 이 회사의 회계를 겸하고 있다. 정말 복잡하고 어려운 일들, 혹은 정말 쉬운데도 못하는 모든 회계는 사실 친언니의 도움으로 해결한다. 물건 구입하고 각종 재료값을 이체해주고 매일매일 장부 정리하는 것이 진짜 내가 하는 회계업무다. 정말 하찮기 그지없지만 그것도 1원 하나 맞지 않으면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 된다.
3월 11일 목요일
어제 만들어두었던 쿠키 반죽을 테스트한 결과, 모양과 맛에서 실패했다. 다시 유튜브에서 세 가지 맛 사브레 쿠키 만들기를 찾아보았고 그 레시피를 내 레시피 북에 적어두었다.
바느질 모임날이다. 인턴과 함께 주방 쪽 아래 부분을 가릴 가림막을 만들었다. 스테인리스 싱크대라서 자석으로 고정을 시킬 생각이었는데, 다 만들고 자석을 꽂으니 그냥 바닥으로 자석이 툭 떨어졌다. 100% 스테인리스는 자석이 붙지 않는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설이 다이소에서 작은 커튼봉을 사 와 고정시키기로 했다.
지난주에 청년들에게 던져준 지원사업 아이템은 문서 작성을 못 한 관계로 포기하기로 했다. 정부 시책에 맞는 방향을 정확하게 집어내어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 작업은 앞으로 굉장히 유용하게 쓰일 일이다. 이제 정부(또는 지방 정부)는 시민들에게 자금을 주고 시민들이 아이디어를 내어 재미있게 놀기를 바란다. 공무원의 머리로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을 시민들이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글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발로 뽑히는 거라 허점도 분명 있지만 미래 사회에는 이런 일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젊은 인턴 설에게 한번 작성해 보라고 던져줄 걸 하는 후회가 잠깐 스쳤다. 내년을 기약해 봐야겠다.
3월 12일 금요일
지난주에 왔던 다이아몬드 문신남이 다시 찾아왔다. 본인이 말한 대로 그날 오후에 카페에 왔었다며 내가 오전 근무자인 줄 그때 알았단다. 오늘은 중요한 손님을 만날 계획이라 미리 자리 예약을 하러 왔다며 그 ‘중요한’ 분에게 줄 꽃다발도 맡겨두고 떠났다. 사실 자리를 예약할 만큼 붐비는 카페는 아니지만, 한 팀이라도 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구석진 소파 자리에 가기 때문에 그 자리에 시간 맞춰 앉히려면 약속 시간 30분 전에는 예약석인 것을 표시해 두긴 해야겠다. 그 후 정확히 2시 10분 전에 예약 손님이 도착했다. '중요한' 여성분도 도착했고 맡겨두었던 꽃다발도 전달했다. 문신남은 좌석으로 메뉴판을 들고 가서는 다방 같은 곳에서 하듯 앉아서 나를 불렀다. ‘중요한’ 분의 조언으로 문신남은 카운터로 와서 주문하는데 성공. 아무래도 '중요한' 분 앞에서 엄청 허둥대는 느낌이 들었다. 대화 내용은 잘 모르겠으나 계속 남자의 목소리만 들렸다. 역시 중년을 넘은 남자는 수다스럽다. 그렇게 말을 많이 하면 앞사람이 지친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안타까운 일이다.
새롭게 봐 둔 레시피로 사브레 쿠키 반죽을 해서 냉동에 2시간 굳힌 후 꺼내서 설탕에 굴려 오븐에 구웠다. 동그란 모양 잡기가 부족해서 형태는 조금 맘에 들지 않지만, 맛은 괜찮았다. 미리 구입해 둔 봉지에 9개를 넣어봤는데 사이즈가 작아서 그런지 풍성한 맛이 없었다. 다시 15개로 넣어보니 3천 원 값어치에 근접했다. 지난 설 연휴, 방문 고객에게 마카롱 선물을 줄 때 사용하려고 제작한 '복 많이 받으소' 스티커로 마무리하여 쇼 케이스 위에 진열하였다. 덕분에 새로운 판매 아이템 추가! 이제 대량 생산을 위해 버터와 밀가루, 슈가파우더를 대량 구매해야 한다. 더불어 기성품 '홈메이드' 스티커도.
3월 13일 토요일
이번 주는 정말 케이크가 팔리지 않았다. 오늘까지 진열된 상품은 팔아야 하며 팔리지 않는다면 먹어치워야 한다. 친구 집에 놀러 가는 셋째 딸에게 케이크 3개를 주었고, 단골 장과 케이크 1개를 나눠먹었으며, 학원을 다녀온 둘째 딸에게 케이크를 나눠주었다. 이렇게 나눠 먹는 날은 상당히 기분이 안 좋다.
주말 동안 팔 케이크로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오전에 만들었다. 오후에 온 사진 수업 수강생 열이 와서 화이트데이를 위한 케이크를 예약했다. 곧 나는 퇴근을 할 것이며 내일은 나오지 않으므로 새로 케이크를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예약을 받을 수 없는 상태였으나 마침 아침에 만들어 두었던 딸기 케이크가 그대로 있어서 그걸 주기로 했다. 이렇게 한 판이 팔리면 상당히 기분이 좋다. 결국 오늘은 기분이 좋은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오늘 판매할 크로플을 만드는 와중에 인턴 설이 왔다. 남은 두 개의 크로플을 만들어보라고 했다. 오후에는 달고나 만드는 법을 보여주었다. 내가 두 판을 만들어놨으니 다음 주에 한 번 만들어보라고 해봐야겠다. 카페 일이 익숙해지면 내가 하는 디저트 작업 몇몇 개를 설에게 기꺼이 넘겨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