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원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환상
다음주 예비창업패키지가 마감됩니다. 예비창업자 분들 사업계획서를 잘 작성하고 있으실까요? 이번편은 사업자금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지원금을 받는다면 대표자의 창업 자금은 필요 없는 걸까요?
아래는 예비창업패키지의 지원 세부 내용 항목입니다. 총사업비를 보면 대응자금 없이 100% 정부지원사업비로 구성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타지원사업도 예비단계라면 자부담은 거의 없습니다.
지난해 받은 관광벤처사업은 자부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금'이 아닌 '현물'이었어요. 즉, 시스템에서 대표자 인건비로 숫자만 입력하면 되었지요.
그럼 대표자는 0원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원사업을 운용하는데도 돈이 필요하니까요. 지난해 우당탕탕 거리면서 직접 겪은 몇 가지 사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원금으로 사무실을 임대할 수 있습니다. 저희 팀은 4인이었고 임시로 사용할 공유오피스를 알아보고 있었어요. 공유오피스라 라운지 멤버십을 이용하고 싶었는데 안되더라고요. 따로 독립된 공간만 지원금으로 집행할 수 있었습니다. 사무실 임대비가 100만 원을 훌쩍 넘더라고요. 그래도 지원금이 있으니 안심하고 들어갔어요.
하지만 독립 오피스는 '보증금'을 내야 하더라고요. 월 임대비의 3개월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증금으로 걸어야 했습니다. 당연히 보증금은 지원사업으로 처리가 되지 않습니다. 결국은 500만 원 가까이 되는 보증금을 내기 위해서 통장을 하나 깨야 했고요. 이렇듯 예상치 못한 곳에 사업자금이 필요합니다.
팀원들을 직원으로 고용했습니다. 직원 인건비를 집행하기 위해서는 4대보험 가입이 필수였어요. 그런데 처음 보험비 납입 통지서를 받아 들고 깜짝 놀랐습니다. 인당 100만 원 가량의 보험비가 사업자에게 부담되더라고요.
직장에 소속되어 부담만 해봤지. 사업자로 보험비를 부담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이렇게 큰 금액이 4대보험으로 빠지는지 몰랐어요. 다행히 국가에서 운영하는 두루누리 사회보험 지원사업이 있습니다. 근로자 10인 이하 사업장에 보험료 80%를 지원받을 수 있더라고요. 두 번째 달부터는 감면된 보험비를 부담했습니다. 여전히 초기 기업이 부담하기에는 큰 금액이었지만요.
팀원이 있는 경우 지원금을 받으면 인건비로 집행을 하겠지요. 하지만 인건비 뒤에 숨은 4대보험비를 대표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보험비도 지원금으로 집행이 되지 않습니다.
사업을 운영하며 매입하는 제품과 서비스에는 부가세가 포함되어 있어요. 10%. 하지만 지원비로 '부가세'는 처리되지 않습니다. 부가세 10%가 차곡차곡 쌓이면 꽤 큰 금액이 되고요.
부가세가 붙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거래처가 간이과세자인 경우 부가세는 면제되고요. 인건비는 부가세를 따로 납부하지 않아요. 메타 광고비의 경우도 부가세를 면제받는 방법이 있어요. 하지만 이외 거의 모든 사용에 대해서는 부가세를 부담한다고 보면 됩니다.
만약 지원금을 5000만 원을 집행해야 한다고 가정하면, 500만 원가량의 부가세를 부담한다 예상하면 편합니다. 넉넉히요. 사업비 집행 기간 동안 지원금액의 10%는 대표자가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지원금이 확정되었다고 바로 그 금액이 통장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지원사업은 선결제를 하고 증빙자료를 첨부하여 후정산을 받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외주용역비의 경우 거래처에 직접 사업비를 이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비 집행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어서 약속한 날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 거래처와 신뢰를 쌓으면서 사업을 운영해 가려면 사업비는 후정산으로 받는 게 좋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예비비가 필요하고요.
이렇듯 총사업비가 100% 지원금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서, 0원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지원금을 적시에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업자금이 필요합니다. 최소한 지원금의 10%는 필요하고, 20% 정도가 확보되어 있으면 안정적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정부지원사업을 받고자 하는 대표자라면 사업자금이 없으면 안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