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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슴슴하게씀 Jul 18. 2021

처음으로 중고거래를 했다

20210718

20210718 처음으로 중고거래를 했다


처음으로 중고거래를 했다.


이사를 오면서 들고 온 책상을 둘 자리가 애매해 중고로 팔기로 했다.


전부터 중고거래를 못 미덥게 생각했다. 남의 손을 탔던 물건을 쓰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지만 더 큰 이유는 중고거래를 하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인터넷에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평화로운’ 사례에는 자주 새로운 일들이 추가됐다.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거나 어수룩한 속임수를 쓰려는 이들을 보며 실소를 터트리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중고거래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하자 있는 물건을 아무 문제없는 것처럼 판매하려던 걸 주변에서 실제로 본 적도 있었다.


파는 입장이니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하며 중고거래 앱에 판매 글을 올렸다. 금세 여러 명이 메시지를 보냈다. 맨 처음 구매를 희망한 사람과 약속을 잡았다. 답장이 얼마나 오랫동안 안 오면 다음 사람으로 넘어가야 하는지, 맨 처음 연락한 사람에게 팔기로 했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잘 말해야 하는지, 거래 과정에서 문제가 없게끔 신경을 썼다. 다른 이들에게 먼저 연락 온 사람이 있었다고 정중하게 답장을 남긴 후 구매자가 오길 기다렸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구매자가 끌고 온 차에 책상 부품들을 싣다가 프레임 하나가 없다고 했다. 그게 없으면 책상이 자꾸 흔들려서 못 쓸 거라 했다. 집안에 두고 나온 건 아니었다. 아마 이삿짐을 실었던 트럭에 두고 내린 듯했다. 죄송하다고 말하면서도 아, 이게 어디 갔지, 아이고, 혼잣말로 크게 중얼거렸다. 부품이 없는 물건을 은근슬쩍 팔아넘기려 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결국 돈을 돌려준 후 구매자와 함께 책상을 들고 다시 올라갔다. 퇴근하고 귀갓길에 들른 거라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을 집 앞에서 면목없이 배웅했다.

다음날 트럭 기사님에게 찾아가 프레임을 받아왔다. 다행히도 추측대로였다. 집으로 돌아와 이번엔 조그만 나사의 개수까지 하나하나 다 확인한 후 구매자에게 연락했다. 편한 시간에 와도 된다고 하고 약속을 잡았다.


약속한 날에 다시 찾아온 구매자는 나를 보자마자 웃으며 프레임을 찾아서 다행이라 했다. 다 갖춰진 부품들을 무사히 싣는 걸 보고 계좌를 확인한 후에 조심히 가시라고 꾸벅 인사를 했다. 그 후 앱에서 거래완료를 누르니 거래 상대에게 후기를 남기라는 화면이 떴다. 선택할 수 있는 따뜻한 후기를 모두 골라 보냈다.

첫 중고거래는 문자 그대로 평화로웠다. 판매 금액 이상의 만족감이 있었다. 판매자 입장이라 그런 것일 수도, 호의적인 사람을 만나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구매를 할 땐 완전히 딴판일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평화로운’ 사례를 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한 번 누군가와 따뜻한 후기를 주고받을 수 있길 바라며 앱에서 수시로 전자레인지 선반을 검색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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