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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슴슴하게씀 Nov 14. 2021

달까지 간다, 나만 빼고

20211114

20211114 달까지 간다, 나만 빼고


<달까지 가자>를 읽었다. 과연 롤러코스터 같은 소설이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으면서 내내 생각했다. 여기서 떨어지는 거 아니겠지. 진짜 아니겠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재테크를 하는 시대다. 전철을 타면 옆에 앉은 사람이 십중팔구 주식이나 코인 앱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 번은 중학교 근처를 지나다가 제 몸보다 큰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카카오 지금 팔아야 되냐?’ 하며 토론하는 것을 들었다.


나만 금융 문맹인 것 같다. 1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장이 진짜로 한번 왔다는데 언제 어떻게 왔었는지 잘 모른다. 아는 동생 S가 돈을 넣기만 해도 번다고 자꾸 꼬셔서 코인을 해보기는 했다. 소소하지만 취준생 주머니에선 결코 소소하지 않은 손실을 봤다. 중학생도 벌고 매일 야근하는 직장인도 벌고 음악 하는 친구도 버는데 경영학과를 나온 나만 잃었다. 졸업장을 반납해야 되나 싶었다. 돈을 넣기만 해서 버는 건 없다는 당연한 사실만 재차 확인했다.



‘떡상’하는 시대에 가만히 있으면 ‘벼락거지’가 된다고 한다. 가만히 있고 싶은 사람에게는 불안한 이야기다. 다른 아는 동생 J도 그런 고민을 얘기한 적이 있다. 지금부터 투자 공부를 해야 하나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본인에게 투자해야 할 때인 것 같다는 조언을 해줬다. 멋들어진 말을 하고 집에 와서는 잠이 오지 않았다. 세상 물정 모르는 이야기를 조언이랍시고 해버린 것 같았다. 그러다 서점 앱으로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 책을 결제하기 직전까지 갔던 건 J에겐 말하지 않은 비밀이다.


멋진 선배처럼 보이고 싶었던 건 아니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멀티태스킹이 어려운 나는 틈틈이 투자까지 배울 깜냥이 되지 않으리라 느꼈다. 뭘 하겠다 작심하면 그걸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시간까지 곱절로 불어났다. 투자를 하겠다 하면 고민하는 시간만 잔뜩 늘어나 당장 할 일도 못할 것 같았다.



이런 상황에 찾아낸 해답은 신 포도 전략이었다. ‘이지 컴, 이지 고’ 일 거라 생각하며 불안을 이겨냈다. 하지만 금방 한계에 부딪혔다. 익명이 기본인 온라인에는 수익을 자랑하는 이들이 더러 있었다. 그중엔 쉽게 잃기도 어려운 금액을 인증하는 사람이 있었다. 머릿속에 드는 생각을 표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잘못된 거 아닌가. 돈으로 돈을 버는 게 합당한가. 이러면 누가 일을 하려고 할까. 물론 혼자서 이렇게 구구절절 이야기한 것은 아니고 모든 감정을 함축할 수 있다는 한 단어만 탄식처럼 내뱉었다.


퍼뜩 씁쓸해졌다. 신 포도 생각을 하면서 침이 고이다 못해 흘러넘치는 모습이 꼴사나웠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사회운동가였다고. 그저 나 말고 달까지 가는 누군가가 부러운 것뿐이었다. <달까지 가자>의 주인공이 수직 낙하하고 말 거라 예상한 것도 현실이 그래서가 아니라 소설 속에서도 달까지 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길 바란 것뿐이었다. ‘벼락거지’를 넘어 ‘벼락못난이’가 된 기분이다.



지금이라도 달까지 가는 우주선을 수소문해야 할까. 날이 갈수록 척박해지는 지구에서 아직도 내 포도를 심어보려고 하는 게 멍청한 짓일까. 어찌 됐든 달을 쳐다보면서 포도를 심을 수는 없는 것 같다. 지금은 포도를 심고 싶다. 문제는 자꾸 우주선을 힐끔힐끔 쳐다보게 되는 것이다. 그쪽은 최대한 신경 쓰지 않기 위해서 되새긴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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