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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인은 폐가 크고 간이 작다. 이마가 넓고 눈에서 태양인 특유의 광채가 난다. 그 숫자가 적어 깊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하였으나, 남보다 사고력이 뛰어나고 사람과 사귀기를 잘하며, 판단력과 진취성이 강하다.
지훈은 책을 덮고 한숨을 푹 쉬었다. 책등에 금색으로 새겨진 제목 <사상체질로 보는 성공의 열쇠> 글귀가 반짝였다. 지훈은 책장에 뒤통수를 쿵쿵 쳤다.
미은과 면담을 한 후, 이제 공부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주말이 되니 좀처럼 도서관에 앉아 있기 힘들었다.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집중이 더 안 됐다. 도서관의 모든 것이 방해 요소였다. 글자들은 눈에서 튕겨 나갔다. 머릿속에 자리가 없었다. 지훈은 한 시간째 똑같은 페이지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화장실에 갔다가, 휴게실에 갔다가, 중앙열람실에 들어왔다. ‘동양사상’ 열이 눈에 들어와 그 자리에서 스무 권 넘는 책을 훑어본 것이다.
배가 고파진 지훈은 터덜거리는 걸음으로 매점에 갔다. 삼각김밥과 컵라면을 사 들고 구석진 자리에 앉자 마자 체크카드 잔액 문자가 날아왔다.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끼니를 때운 지훈은 주저하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엄마, 지금 도서관이에요. 네. 그냥 뭐… 점심 먹고 있었어요. 그, 뭐냐, 지금 돈이 좀, 떨어졌네. 하하…”
전화를 받은 어머니는 바로 돈을 부쳐주겠다고 답했다. 그리곤 지난 주 삼촌네에 다녀온 것으로 당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똘똘했던 지훈이 이렇게 오래 공부를 하게 될지 몰랐다는 말을 들었으며, 작년에 취직한 사촌 지영이도 지훈이 아직 공무원 시험을 보는지 물어봤다는 내용이었다. 다음은 엄마 친구의 아들로 이어졌는데, 그 아들의 회사에서 특별상여금이 나와 그 돈으로 가족 여행을 갔다는 이야기였다. 그 밖에도 많은 청춘들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통화를 하며 지훈은 몸 여기저기를 긁어댔다. 온몸이 화끈거려서 가려웠다. 자신의 몸을 가만히 둘 수 없기도 했다.
“응, 엄마. 아니에요, 방해는 뭐. 잠시 쉬고 있었던 거야. 부담? 에이, 용돈도 주는 데 부담은 무슨. 나도 올해는 될 거 같아요. 그럼, 자신 있지. 느낌이 좋아. 응, 응. 그래요. 다음에 또 전화할게요. 끊어요.”
지훈은 또 뒤의 벽에 머리를 찧었다. 소리가 커서 주변 사람들이 쳐다본 건 아닐까 했지만, 별 관심 없는 듯했다.
앳된 얼굴의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딱 봐도 새내기인 듯한 그들의 모습이 제법 귀여웠다. 지훈은 새내기 시절을 떠올렸다. 갓 스무 살이 됐을 때만 해도 서른까지 자리를 못 잡을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그러고 보니 새내기 때 도서관을 온 적이 있던가? 짚이는 기억이 없었다.
지훈은 옆 자리의 학생들을 흘끗 훔쳐보았다. 한창 입씨름을 하는 어린 학생들의 손에 <7급 공무원 행정법 기출문제풀이> 책이 언뜻 보였다.
몸이 다시 화끈거렸다. 목이 붉어질 때까지 벅벅 긁었다. 이번엔 주변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 같았다. 더는 그 자리에 앉아있을 수 없었다. 지훈은 도망치듯 일어나 열람실로 들어갔다.
두 시간이 지났다. 지훈은 종로1가 사거리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마스크를 쓴 지훈은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었다. 숨의 열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뭘 하자고 여기에 온 걸까. 지훈은 하릴없이 횡단보도를 돌고 돌았다. 꽉 막힌 머리가 무거웠다.
그러던 중 지훈은 보신각 앞에서 뜻밖의 인물을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