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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슴슴하게씀 Nov 28. 2021

당신의 기운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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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여기서 뭐하냐?”

“어? 나, 뭐, 저기, 집중 안 돼서, 학원 열람실… 넌 어쩐 일이야?”

재현의 당황한 모습에 지훈은 큰 소리를 내며 웃었다. 재현도 머뭇거리다 그답지 않게 웃음을 터트렸다. 한참을 웃던 둘은 크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길가의 차량 진입 방지석에 턱 앉았다. 폭소의 마침표를 찍듯 동시에 한숨을 쉬었고, 웃음기가 싹 가셨다.

“유재현을 이렇게까지 방황하게 만들다니. 그 할아버지가 확실히 뭐가 있긴 있어.”

“방황은… 이제 들어갈 거야. 그리고 꼭 그 할아버지 때문인 것도 아니고.”

“그럼 뭐 때문인데?” 재현은 답이 없었다. 그의 시선은 바로 앞의 노인에게 가 있었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그를 관찰하는 것 같진 않았다. 지훈은 재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헤아렸다.

“지훈아.” 

“왜.”

“너 부모님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냐?”

“글쎄, 꽤 됐지. 설에도 안 내려 갔으니까…”

“야, 지훈아.” 한참 입을 다물고 있던 재현이 다시 말을 꺼냈다.

“왜.”

“우리, 올해는 될까? 내년엔 서른인데.”

“그 할아버지가 된댔잖아. 우리도 될 때 됐어. 되겠지… 돼야지.”

“안 되면 어떡하지?”

“어머, 웬일로 재수없는 소리를 다 하네. 너도 싱숭생숭하긴 한가 보다. 야, 안 되면 안 돼. 너 그런 생각 안 돼. 솔직히 안 되면… 답 없잖아.” 지훈의 농담이 말미에 힘을 잃었다. 또다시 무거운 침묵이 찾아왔다. 고요했다. 사거리를 바삐 지나는 자동차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듯했다.

“그래. 그런 생각하면 안 되지. 이럴 시간에 공부하자. 내 책 빌려 줄게.” 재현이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지훈은 잠시 고민하다 일어났다. 학원 방향 횡단보도로 향하던 지훈은 마지막으로 사거리를 둘러보았다. 지훈의 시선이 어떤 힘에 끌린 듯 오른편의 횡단보도 건너에 꽂혔다.

그곳에 그 노인이 있었다.

그는 이쪽으로 오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는 듯했다. 지훈은 그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재현을 툭툭 치며 노인 쪽을 가리켰다. 그 바람에 노인도 이쪽을 눈치챘는지 모자를 푹 눌러썼다. 노인은 홱 돌아서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호는 바뀌지 않았다.

발만 구르고 있을 동안 노인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지훈은 횡단보도로 뛰어들었다.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렸다. 상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지훈은 손만 펼쳐 보이며 눈으로 노인을 쫓았다. 서너 번을 치일 뻔했으나 노인이 접어든 골목에 눈을 떼지 않았다.

횡단보도를 건너자 마자 달리기 시작했다. 약재 냄새가 났다. 냄새를 따라 골목 사이를 분주히 뛰었다. 행인들은 안중에 없었다. 노인의 뒷모습이 보일 듯 말 듯했다.

인사동 네거리에 이르렀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쌈지길 방향 저 만치에 노인이 유유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풍물패가 지훈의 앞을 지났다. 대열이 촘촘했다. 북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들을 밀쳐버리고 싶었다. 까치발을 들고 노인을 다시 눈으로 뒤쫓았다. 그러다 중심을 잃었다. 지훈은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시끄러운 꽹과리 소리가 귀를 찢을 듯했다. 지훈은 망연자실하게 주저앉아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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