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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슴슴하게씀 Nov 28. 2021

당신의 기운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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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은 홀린 것처럼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화가 계속 울리고 있었지만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인사동 대로변의 카페에 잠복하고 있는 것이 벌써 사흘 째였다.

월요일 오전부터 지훈은 학원이 아닌 인사동으로 나왔다. 지훈은 골목을 들쑤시며 노인을 찾았다. 인상착의와 특유의 약재 냄새를 설명하며 수소문했다. 인사동에 그런 할아버지가 한둘이냐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한약방에도 들러 보고, 조계사까지 가봤지만 허탕이었다.

이리저리 쏘다니다 보니 해가 지고 있었다. 재현으로부터 왜 학원에 오지 않았냐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 몸이 안 좋다고 답한 뒤 핸드폰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지훈은 대로변의 2층 카페에 들어가 떡과 커피를 주문했다. 떡을 욱여넣으면서도 창밖의 거리를 내다보았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노인을 놓칠 것만 같았다. 카페 마감시간이 올 때까지 노인은 보이지 않았다.

조금만 더 있다 보면 찾을 수 있겠지, 하다 사흘이 지났다.

며칠을 죽치고 있는 지훈을 알바생이 심상치 않게 보았다. 그 시선이 달갑지 않았다. 노인을 찾을 때까지만 모른 체할 셈이었다. 분명 그 노인은 인사동에 있었다. 인사동에 있어야만 했다. 길고 오묘했던 둘만의 숨바꼭질을 끝내고 모습을 드러내야 했다. 노인을 붙잡고, 제 인생은 어떻게 되는지요, 물어야만 했다. 그래야만 비로소 몇 주간의 방황으로, 아니 몇 년간의 수험 생활로 꼬여버린 인생에 해답이 보이는 것이다.

“아저씨, 아저씨.” 알바생이 지훈을 불렀다. 지훈은 그를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알바생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테이블 위에서 연신 울리고 있는 전화를 가리켰다.

그동안 재현이 몇 번씩이나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남겼다. 스터디 조원들이 개인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제는 미은이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다. 이렇게까지 오래 잠수탈 생각은 없었는데. 하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

이번의 수신음은 오랫동안 끊기지 않았다. 지훈은 핸드폰을 가방에 넣으려 집어 들었다. 모르는 번호였다.

노인의 전화다.

직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범상치 않은 기운이 전자파를 타고 와 닿았다. 지훈은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다.

“지훈 군인가.” 긴 침묵을 깬 것은 저쪽의 목소리였다. 노인이었다.

“…인사동, 곡목 찻집으로 오게. 주소를 문자로 보내겠네. 휠 곡에 나무 목, 한자로 된 간판이 있는 집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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