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의 첫발이라고 할 수 있겠죠?
소비통제는 나름대로 잘 이어가고 있고, 블로그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에 얘기한 적이 있는데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블로그에서 좋은 소식이 있어서 가져왔다!
2014년부터 가지고만 있던 블로그에 새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2025년 1월 4일부터다. 그때도 글 하나만 달랑 올려놓고서 방치만 하다가 재테크의 수단으로 글을 계속해서 올리기 시작한 건 3월 중순부터인데, 이제 4월 중순이니까 한 달 정도 열심히 운영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다 저번주쯤... 체험단에 드디어 당첨이 되었다! 체험단 시스템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그쪽에서 나를 먼저 찾아서 연락을 하는 경우는 잘 없고 (대단한 인플루언서라면 가능할지도!?) 내가 체험단 사이트를 찾아들어가서 직접 신청을 하는 방식이다. 어째 저째 검색을 통해 알음알음 체험단 사이트를 들어가긴 했는데, 어떤 체험단이 나에게 유리한지, 내 블로그가 체험단에 뽑히기 적합한지 아닌지 조차 모르고 몇 개를 신청했더랬다. 그때 신청한 건 식당과 바였는데 방문형 체험단이라 뽑힌다면 직접 방문해서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고 후기를 남기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당연히 나를 뽑지 않았고, 그저 아쉬웠을 뿐 나조차도 그들이 나를 뽑지 않은 게 이해가 갔기 때문에 괜찮았다. 그리고 한 동안 체험단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가, 얼마 전 도서 체험단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방문형처럼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되고, 그쪽에서 우리 집으로 책을 보내주면 읽은 뒤에 리뷰를 쓰면 되는 거였다. 내 블로그 자체가 영화, 책, 전시회를 메인 토픽으로 잡고 있어서 이건 어쩌면 유리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곧장 신청했다.
결과는 당첨! 책뿐 아니라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포인트를 5,000포인트 주는 체험단이었다. 책 가격이 12,000원가량 했으니 17,000원짜리 체험단인 것이다. 담당자가 내 개인번호로 연락이 와서 당첨이 되었다는 걸 알았고, 70명이 넘게 지원하고 2명 뽑는 자리에 내가 뽑힌 거였다! 얼떨떨하게 담당자에게 주소를 알려주고, 친필 싸인에 들어갈 내 이름을 알려주고, 책을 받았다. 다시 지원글을 확인해 보니 블로그의 등급에 관계없이 담당자가 하나하나 읽어보고 선정한다는 문구가 있었다. 내 블로그가 대단히 인기 있는 블로그는 아니어도, 담당자가 읽어보기에 이 사람이라면 리뷰를 맡길만하다는 뜻인 것 같아서 기뻤다. 어쨌든 재테크를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긴 해도 메인 토픽에 관해서는 덕후의 마음으로 쓰기 때문에... 그 글을 읽고 나를 인정해 주었다는 게 기뻤던 것 같다.
그렇게 받아 본 책은 사실 내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이게 어쨌든 소정의 금액을 받고 체험단으로 임하는 것이다 보니 나쁜 말을 쓸 순 없어서 어떻게 이걸 풀어가면 좋을까 고민을 했다. 책이 나쁘다는 건 아닌데 대문자 T인 나에게는 너무 F감성이라 오글거린다는 느낌이 있었고, 대체로 그렇게 나를 오글거리게 하는 무언가를 잘 보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골머리를 앓았다. 누군가에게 분명히 위로가 될 텐데... 그게 나는 아닐 뿐인데... 하면서.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떻게든 좋게 보려고 하니 조금씩 책에 집중이 잘됐다. 뭔가 중구난방인가 싶었는데, 작가를 찾아보고 그 사람의 삶을 알게 되고 하다 보니 책의 전체적인 구조가 들어왔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생각하다 보니 책의 전체 주제가 눈에 띄었다. 아! 이런 따뜻함의 구조와 주제를 차가운 머리로 써 내려가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에세이집이라 내 개인의 경험을 말하기에도 유용했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길이었다.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인데도 이 책은 이러한 역할을 해냈다! 얼마나 좋은 스토리텔링인가. 나를 믿어준 담당자의 마음을 저버리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썼다. 다 쓰고는 그쪽으로 URL을 업데이트해두었는데, 슬슬 담당자분도 읽어보시지 않을까 싶다. 잘 쓴 글이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느끼실는지 모르겠다. 최대한 그들이 지정한 가이드라인 내에서 마음을 담아 썼다. 비록 내 수중에 남은 건 책 한 권과 5,000원뿐이지만 소중한 첫 체험단의 경험이기에 모두에게 이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번 체험단에 당첨이 되었더니, 일반 체험단에는 잘 뽑힐 수 있는 등급으로 블로그가 선정되었다. 체험단이 무슨 프리미엄이 붙는 것도 있고 그런데 일반 체험단은 우리가 쉽게 아는, 방문해서 서비스 체험을 하거나 하는 식이 많다. 일반 체험단에서 지원해 주는 금액이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잘 활용하면 식비나 카페비를 꽤 많이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근데 소비통제를 열심히 하다 보니 식비나 카페비가 많이 들진 않아서... 그냥 친구나 남자친구와 나들이용으로 사용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블로그 글을 쓰는데 내가 소요하는 시간은 보통 30분 내외인데, 메인 토픽 글은 기본으로 그 2배, 혹은 4배까지도 소요된다. 맛집 리뷰나 카페 리뷰 같은 건 즐겁지 않아도 충분히 쓸 수 있는데, 메인 토픽의 글은 즐거움 없이는 쓰기가 좀 힘들다. 그래도 어쨌든 내가 본 영화, 내가 읽은 책, 내가 다녀온 전시회의 감회를 아카이빙 하는 게 가치가 있는 일 같아서 열심히 쓰고는 있다. 글을 쓰는데 소요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성비는 떨어지는데... 그렇다고 소요하는 시간이 너무 짧으면 글의 퀄리티가 떨어지니 고민이다. 지금이야 백수라 시간이 많아서 오랫동안 붙잡고 글을 쓸 수 있지만 나중에 일이라도 시작하면 어쩌려나 덜컥 고민이 든다. 최근 문형배 헌법재판관의 블로그가 이슈가 크게 되고 있는데(물론 그는 재테크 수단으로 블로그를 운영한 게 아니었지만), 그의 독후감 형식을 보며 감명을 크게 받았다. 나는 사실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글에 강해서 그처럼 깔끔하게 정리하는 데는 소질이 없는데, 그렇게 정리를 해놓으면 훗날 아카이빙 자료로써 크게 활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마 그 글을 쓰는데 소요하는 시간도 많이 줄어들 것 같고. 그런 정리해서 글을 쓰는 방법도 좀 익혀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고민해 보면 블로그 운영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기록해 둔다.
어릴 때부터 글을 써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이번 블로그 체험단으로 거기에 가까워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 기분을 원동력 삼아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야지... 앞으로 체험단을 통해 생활비를 아끼는 방법에 대해서 조금 더 고민해 볼 예정이다. 이게 어쨌든 글을 쓰는데 드는 절대적인 시간이라는 게 있어서, 무지성으로 활용할 순 없을 것 같다. 어쨌든 하릴없는 백수가 선택한 재테크 수단으로써는 블로그만 한 게 없구나 싶고, 하루라도 빨리 시작한 게 다행이다 싶고 그렇다. 오랜만에 브런치에도 작지만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어 행복하다. 불경기에 좋은 일이라곤 하나 없는데 이번 체험단은 정말 단비 같은 경험이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시고 있나요? 타인의 일상이 이처럼 궁금한 건 참 오랜만이다. 다들 무탈하게, 그리고 드디어 온 아름다운 봄을 만끽하고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