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맞서는 건 어떻게 하는 건가요?
최근에 아주 좋아하는 친구와 술자리를 가졌다. 사실 나는 교통사고 이후 한방&양방 콜라보로 치료를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한약을 생각해서라도 술을 먹으면 안 되는 상태이긴 했는데, 친구의 인생에 들이닥친 거대한 이야기가 안 들을 수 없는 이야기라 한약을 하루 쉬기로 하고 친구를 만났다.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구구절절한 이야기들과 웃고 울고 하다 보니 '나였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그 이야기를 오늘 여기에 조금 더 펼쳐보려고 한다.
아무래도 내가 당사자가 아닌 이야기다 보니 구구절절한 모든 이야기를 늘어놓기는 어렵고, 축약하자면 이별 이야기였다. 오랫동안 사귀어온 연인을 떠나보낸 친구의 이야기에는 수많은 감정이 들어있었다. 그 감정 중에서 나를 고민에 빠트린 것은 '어쩌면 나는 세상에 맞서 본 적이 없고 연인 뒤에 숨어만 있었던 것 같아서 미안해.'라는 말이었다. 내가 아는 그 친구라 함은... 살아있어 주어서 고맙다는 생각이 종종 들 정도로 힘든 인생을 버텨온 사람인데 그걸 '세상에 맞서 본 적이 없다.'라고 하다니...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시절에 나는 너무나도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면서도 도망가거나 포기하는 대신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던 친구를 기억한다. 그 모습이 그 친구를 '강단 있는 사람'으로 평가하게 만들었고 나는 그런 친구의 모습이 참 멋졌다. 어쩌면 도망치는 것도 재주가 된 이 시대에, 이렇게 도망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어떻게든 해결해 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니.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정말 귀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런데도 친구는 자신을 세상에 맞서 본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렇게 견딘 게 세상에 맞선 게 아니라면 도대체 뭐가 세상에 맞서는 것이란 말인가?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를 돌이켜봤다. 나는 세상에 맞선 적이 있는가?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없다'라고 답을 내렸다. 이 얘기를 하려면 '세상에 맞서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데... 아직 명확히 답을 내리지 못했지만 주저리주저리 적어보자면, 나는 그게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 그리고 '꿈'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하고 싶은 것이 따로 있는데 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하는 경우, 그리고 그게 더 심화가 되어 꿈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에 어떻게 삶을 버텨나가는지가 세상에 맞서거나 혹은 세상과 타협하도록 만든다. 물론 인생은 기니까 하기 싫은 것을 하다가도 꿈을 향해 돌아갈 수 있기야 하겠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인생이 거대한 마시멜로우 실험인 것이다. 지금 당장 마시멜로우를 참는 것으로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도 있고 오히려 꿈에 가깝게 다가가는 발판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게 꼭 그렇게만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다시는 마시멜로우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릴 수도 있다. 비유를 하자면 나는 평생을 마시멜로우를 참아볼 생각도 없이 단번에 입에 집어넣고 있었던 것 같다.
중학교 2학년 때 정한 꿈을 가지고 3n살이 되도록 살아왔다. 당연히 내가 그 꿈에 가닿을 수 있으리라 믿었고 그 꿈을 이룬 사람들의 평균 연령을 고려하면 30대 초반인 나는 아직도 꿈을 향해 달려가야 하는 나이다. 그러나 그게 또 세상이 녹록지가 않아서, 30대 초반이 '꿈을 좇고 있다.'는 게 이 사회에서 그렇게 통용되는 개념은 아닌 것 같다. 어느새 친구들은 회사에서 직급이 달라지고, 받는 연봉이 달라지는데 나만 계속 그대로인 것은 아닐까 고민이 든다. 프리랜서로 사는 삶이 대개 그렇지만 안정적이지 않은 수입이 자꾸 나를 초라하게 만든다. 돈이 들어올 땐 남들에 비해 많이 받는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예 수익이 0원일 때도 있기 때문에 연봉으로 따지자면 정말 작고 귀여운 수익일 뿐이다. 수익이 없는 달엔 모아놓은 돈을 까먹으며 살아야 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적금 같은 것은 엄두도 나지를 않고 해 봐야 주식, 코인으로 소액투자를 해서 치킨 값이나 벌고 있는데, 이런 내가 어떻게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걸까? 어쩌면 내가 꿈을 포기하거나 뒤로 미루고 '하기 싫은 것'을 하며 세상에 맞서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늘 내 연인과 주변 사람들, 그리고 부모님의 안전한 그늘에 숨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들이 휘몰아쳤다. 정말로 그가 세상에 맞선 적 없는 사람이라면, 나는 세상에 맞서는 걸 고려조차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친구와도 이 이야기를 이어 보았다. 남자친구는 애당초에 내가 꾸는 꿈과 돈을 연결 짓는 순간 꿈을 이어갈 수 없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눈치 없는 인간 같으니라고... 내가 그저 혈혈단신 혼자 영원히 살아갈 사람이라면 지금처럼 사는 게 뭐가 그렇게 초라하고 부끄럽겠느냐고! 미래에 함께 할 사람이 있으니 드는 생각인 건데, 하고 구박하려던 찰나 남자친구가 말을 이었다. 돈은 차라리 내가 벌테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남자들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 걸까? 우리 아빠도, 앞서 언급했던 친구도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했던 말이다. 그들은 정말로 그렇게 했고 그러기 위해 세상에 맞서는 길을 택했다. 그런데 내가 그 말을 듣다니. 문득 눈물이 났다. 남자들은 정말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 걸까? 나는 살면서 누군가를 위해, 그 사람을 사랑해서 그 사람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세상에 맞서본 적이 있나?
그래서 결국 내 생각은 이렇게 귀결되었다. 소비통제를 더 확실히 하고 졸라맨만큼 재테크와 부업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 보자고. 누군가가 나를 불러주는 걸 기다리고만 있지 말고 뭐라도 꿈틀대보자고. 뭐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거라면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나를 위해, 혹은 내 꿈을 위해 삶을 영위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벌겠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귀한지 알기에 더 힘을 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꿈에 가닿을 수 있을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알게 되겠지만, 거기까지 달려가는 데에 드는 노력은 내가 통제할 수 있으니까. 한 글자라도 더 쓰고 한 글자라도 더 읽으며 더 지혜로운 인간이 되어야지. 그러면서도 내가 우리의 삶을 영위하는데 단 한 푼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뭐든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설령 남자친구의 말이 말 뿐인 허울이라고 해도 너무 고마운 말이 아닌가. 나를 위해 세상에 맞서겠다니 말이다. 나도 이제 숨는 대신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세상에 맞설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재테크는 어렵고 수익을 내는 건 더 어렵다. 다만 언제 어떻게 주식이 더 오를지 몰라 내내 갖고만 있느니 조금이라도 수익을 내고 재투자를 하는 게 이득이라는 걸 어렴풋이 알았다. 유명한 대형주 하나를 갖고 있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내게 수익을 내주는 여러 개의 주식들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한 일이라는 걸 알았다. 모든 주식이 사회의 흐름에 따라 변동성을 띄게 되는 것도 알았다. 재테크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후에 브런치를 연재한 게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매번 이렇게 일기장 마냥 구구절절 내 삶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서도 이 브런치북의 본질이 '재테크'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생각하게 된다. 글을 쓰지 않을 때에도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재테크에 관심을 갖게 된다. 최근에는 내년쯤에 이사를 하지 않을까 싶어 집을 알아보다가 부동산 경매 사이트까지 들여다보게 되었다. 당장에 내가 경매에 나온 물건을 구매하는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이런 방법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언젠가 분명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느꼈다. 재테크의 일환으로 내 가치를 높이는 일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 들어 영어가 자꾸 내 발목을 잡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남들 다 한다는 스픽 앱으로 스피킹 연습을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 영어 공부에 재미가 붙는 느낌이라 또 계속 이어 나가보고자 브런치에 기록을 남긴다.
세상에 맞서는 게 어떤 것이라고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는 못하겠지만, 내 이 발버둥들이 쌓여 언젠가 세상에 맞서야 할 때가 온다면 과감하게 맞설 수 있으면 좋겠다. 친구의 이별이야기에서 내 인생을 돌이켜보기까지 참 희한한 흐름이지만 의미 있는 고민이었다. 그리고 이 고민을 이 글 한 편으로 끝낼 것은 아니고... 앞으로도 종종 계속해서 고민해보려고 한다. 지금 생각한 해결책들이 적확한 정답은 아닐 것 같기에 말이다. 한 편으론 이런 생각도 참 많이 들었다. 사람 사는 게 다 이런가? 그래서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여러분도 이렇게 세상에 맞서며 살고 있느냐고, 그런 삶은 어떤 거냐고 말이다. 세상에 맞서는 당신의 삶에 힐링이 되는 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어떻게 그렇게 세상에 맞서게 되었는지, 세상에 맞서는 노하우라는 건 따로 있는 것인지 같은 것들 말이다. 자꾸만 사람들의 삶이 궁금해진다. 나같은 쪼졸이가 세상에 또 있는지, 그들은 또 어떻게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