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몰랐던, 이제야 알게 된 고마운 존재들
요즘 따라
어릴 적 죽을 뻔한 순간들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장마로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려 떠내려갔던 장면,
코앞을 지나간 트럭에 놀라 기절했던 장면,
깨진 창문 유리 파편에 찔려 피 흘렸던 장면들.
그 모든 걸 다 기억하진 못한다.
하지만 몇몇 장면은 또렷하다.
떠내려가는 나를 향해
부모님이 몸을 던졌던 순간,
그 품에 안겼던 감각,
놀라 달려오던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어쩌면 꽤 큰 충격이었나 보다.
잘 살고 있는 지금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걸 보면...
한편으로는
살아 있다는 것 자체에 어딘가 빚진 느낌이 든다.
그리고,
내 하루가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희생과 도움이 있었다는 걸
이제야 조금씩 느낀다.
무엇보다
떠내려가는 날 붙잡기 위해
몸을 던졌던 부모님의 그 마음,
나를 위해 흘려진
피와 눈물들이
나이가 들수록 더 간절하게 다가온다.
.
.
.
며칠 전,
휴대폰 갤러리를 정리하다가
15년 전, 엄마가 써준 편지를 다시 보게 됐다.
남들보다 잘하는 게 없다고 느꼈고
그래도 열심히 할 수 있는 건
공부밖에 없다고 믿던 여고생.
잘 해내고 싶었지만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노력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던 시절.
매일 울다 지쳐 잠들던 날들..
그런 나를
엄마는 말없이 걱정하고 있었나 보다.
당시에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껴서
무언가 잘나야 할 것 같았던 나는
지금 돌아보면, 오히려 큰 사랑 안에 있었다.
사랑은,
한참이 지나서야
그 자리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러니
더 단단히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