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3
우리는 그저 잠시 슬픔을 접어두고 살아간다.
마치 잊어버린 척, 극복했다고 믿으며, 마음 속 구석 어딘가로 밀어넣는다. 하지만 슬픔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익숙한 냄새나 소리, 또는 작은 진동만으로도 숨겨놨던 슬픔은 다시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는 그때마다 다시 마주하게된 그 감정에 당황한다.
여권을 새로 신청하러 구청에 들렸다.
오랫동안 여행을 못간 아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일본이라도 다녀와야겠다 계획했다.
아이들의 여권을 만들 때, 대리인 란에 내 신상만 적어 담당자에게 건넸다.
담당자는 신청서를 되돌려주며 말했다.
"미성년 자녀는 대리인에 아빠와 엄마 두명 다 적어야 합니다."
순간 마음이 얼어붙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사망했다고 해야 하나, 하늘나라에 갔다고 해야 하나…’
내 안에서 짧은 대답들이 맴돌았다.
여권담당자가 내 눈을 보고 이미 눈치를 챈것 같았다.
"저..저 세상 갔어요"
순간 목이 잠겼다.
담당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쥴님 여권에 Wife of Lee라고 적혀 있는 것은 빼고 다시 만들어드릴까요?"
슬픔은 피할 수 없다.
슬픔이 우리에게 찾아오면, 우리는 그저 그것을 마주하고 견뎌낼 수밖에 없다.
고통과 슬픔에 몸서리쳐지는 그 순간들 속에서,
사람들은 내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는 잔인한 말을 건넨다.
그 말이 진실이기 때문에 더 아프고 가혹하다.
나의 시간은,
바램보다 천천히 흐르고,
기억보다 빠르게 스친다.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다.
이제 너의 아픔에 대한 나의 죗값 이려니
한푼도 빼먹지 않고
벌겋게 달궈진 일수 도장을
가슴에 눌러 찍는다.
내 세상 마지막에는,
잔금 대신,
인적 드믄곳에서.
혼자.
너와 같은 병을 앓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