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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쥴 Oct 10. 2024

자격 상실

Epilogue3


우리는 그저 잠시 슬픔을 접어두고 살아간다.

마치 잊어버린 척, 극복했다고 믿으며, 마음 속 구석 어딘가로 밀어넣는다. 하지만 슬픔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익숙한 냄새나 소리, 또는 작은 진동만으로도 숨겨놨던 슬픔은 다시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는 그때마다 다시 마주하게된 그 감정에 당황한다.





여권을 새로 신청하러 구청에 들렸다.

오랫동안 여행을 못간 아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일본이라도 다녀와야겠다 계획했다.
아이들의 여권을 만들 때, 대리인 란에 내 신상만 적어 담당자에게 건넸다.

담당자는 신청서를 되돌려주며 말했다.

"미성년 자녀는 대리인에 아빠와 엄마 두명 다 적어야 합니다."


순간 마음이 얼어붙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사망했다고 해야 하나, 하늘나라에 갔다고 해야 하나…’

내 안에서 짧은 대답들이 맴돌았다.


여권담당자가 내 눈을 보고 이미 눈치를 챈것 같았다.

"저..저 세상 갔어요"

순간 목이 잠겼다.


담당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쥴님 여권에 Wife of Lee라고 적혀 있는 것은 빼고 다시 만들어드릴까요?"




슬픔은 피할 수 없다.

슬픔이 우리에게 찾아오면, 우리는 그저 그것을 마주하고 견뎌낼 수밖에 없다.


고통과 슬픔에 몸서리쳐지는 그 순간들 속에서,

사람들은 내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는 잔인한 말을 건넨다.

그 말이 진실이기 때문에 더 아프고 가혹하다.




나의 시간은,

바램보다 천천히 흐르고,

기억보다 빠르게 스친다.




일수도장을 찍는다.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다.

이제 너의 아픔에 대한 나의 죗값 이려니

한푼도 빼먹지 않고

벌겋게 달궈진 일수 도장을

가슴에 눌러 찍는다.


내 세상 마지막에는,

잔금 대신,

인적 드믄곳에서.


혼자.


너와 같은 병을 앓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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