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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권 Apr 13. 2021

누에보 탱고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오블리비온에 맞춰 추는 댄스 

https://www.youtube.com/watch?v=e1Hy6WE0SHU



요즘 탱고를 배우다가 새롭게 알게된 것 하나. 


우리가 알고 탱고음악은 탱고중에서 Nuevo(New) Tango 라고 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탱고와는 다르며 탱고를 배우거나 추는 장소(밀롱가)에서 피아졸라의 오블리비온이 잘 나오지 않는 이유가 그것인데. 


이 영상은 그래서 밀롱가에서 사람들이 많이 추는 탱고와는 다르다.


일반적인 탱고음악은 애당초 춤을 위한 것이니 박자가 명확하여 스텝을 밟을때 그 박자를 기준으로 삼기 쉽다.


그러나 이 영상에서 보면 잘 드러나지 않는 내적인 박자를 댄서들이 쪼개서 그것을 기준으로 춤을 추고 있다.


탱고 특유의 유장함을  탱고 동작 특유의 곡선으로 표현 하면서. 


당연히, 쉬운 춤이 아니다. 


피아졸라 스스로가 "내 탱고는 발이아니라 귀를 위한 것이다." 라고 말했듯이, 


누에보 탱고는 댄서에서 친절한 음악이 아니지만 그래도 아름답다.  


그리고 이런 음악과 음악의 육체적 표현인 탱고 댄스가 태어나게 된 과정, 그리고 누에보 탱고 탄생의 과정은 


 세상의 아름다음이나 탁월함이 어디서부터 오는가에 대한 힌트를 준다. 


탱고가 태어난 것은 유럽인이 자리잡은 남미의 사회경제적인 특이성, 


거기에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노예로서 불려온 아프리카인들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아프리카의 전통춤과 클래식 음악의 유산, 그리고 그것이 남미특유의 슬픔과 정열과 만나서 이런 문화가 태어났다.


(정작 아르헨티나의 백인들은 아프리카 기원설을 부정하려 노력한다고 한다.)  


누에보탱고, 즉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음악이 태어난 과정도 극적인데


오른쪽발에 장애를 갖고 태어난 그를 위해 가난한 이발사였던 아버지는 아르헨티나의 전통악기 반도네온을 사줬고, 


그아이가 음악으로 성공하기를 바랬다. 


생활을 위해 밤무대에서 반도네온을 연주하던 피아졸라는 자신의 삶을 부끄러워했고,


클래식 작곡가로서 성공하고 싶었다.


그러나 음악공부를 위해서 찾아간 프랑스에서 나디아블랑제라는 그의 선생은 


그의 클래식 작품이 기존 작품들의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피아졸라 자신의 음악은 어디에 있는가 하고 비판한다.


잘하는 악기를 연주해보라고 했을때 그는 어렸을때부터 생활을 위해 연주해온 반도네온을 꺼냈고


나디아블랑제는, 이 아름다운 탱고를 포기하지 말고 당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한 세계를 보여달라고 응원한다.


34살에 아르헨티나로 돌아와 클래식도, 전통적인 탱고음악의 구성도 아닌


바이올린, 전자기타, 베이스, 피아노, 반도네온으로 구성된 밴드를 조직한 그는 


클래식의 구성과 재즈의 즉흥연주, 그리고 전통적인 탱고음악이 결합한 새로운 음악을 시작하나, 


춤을 위한 기존의 탱고음악과 달리 이질적이었던 그는 고국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근 20년간 아르헨티나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채 활동하다가 1974년 유럽으로 건너가 활동을 시작한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자신만의 탱고를 발표하고, 연주하던 그는 


마침내 1980년대에는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그의 나이가 60세가 넘어서 얻은 성공이다. 


그는 1990년에 뇌출혈로 사망한다. 


그의 음악은 다양한 문화적들이 충돌하던 남미사회의 역동성에 뿌리를 두고 


클래식 음악의 수련과 근세에 탄생한 미국재즈의 영향아래 태어난 자기자신만의 것이었고,


그러기에 시대를 넘는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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