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탱고 레슨을 받으러 서면에 나왔다.
올해 2월에 시작했지만 아직도 걸음마 중이다.
시간이 좀 남아 저녁을 먹으러 나섰는데 아내가 근처 수제 햄버거집에 기자고 한다.
아내는 저녁을 먹고 싶지는 않으니 내가 햄버거를 먹으면 감자튀김과 맥주를 마시겠다는 것이다.
(서면에 버거 올마이티라는 수제 햄버거집이 있는데 여기 꽤 맛이 있다. 여기는 빵을 직접 만든다. 서면 맛집으로 더 유명하고 아주 비싼 햄버거집도 있는데, 거기보다 여기가 낫다. )
아내는 감자에 맥주 한잔이 간절한 것 같았으나 오늘 나는 점심에 샌드위치를 먹은 고로 별로 햄버거가 내키지 않았다.
다른 대안이 없나 하고 아내에게 서면 시장을 가로질러 가자고 했는데 아내는 시장에서 뭘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다.
소득 없이 시장을 돌고 햄버거집을 향하면서 잠시 망설이다 아내에게 말했다.
'나는 오늘 햄버거 먹고 싶지 않아. 별로 당기질 않네.'
아내는 알았다고 말하고는 혼자 먹고 오라고 돌아섰다.
돼지국밥 골목에서 아무 데나 들어가서 그 집의 시그니쳐 메뉴라는 오겹 국밥이란 걸 시켰다.
돼지 껍데기가 붙어있는 쫄깃한 오겹살을 넣은 국밥이다.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뭐 일단 돼지국밥이란 건 맛이 없는 게 불가능한 음식이다.
국물까지 싹 비우고 일어서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배스킨라빈스에서 보자고 한다.
가보니 아내가 좋아하는 민트 초코와 500월을 할인받을 수 있는 이달의 추천 메뉴를 시켜놨다.
물론 추천 메뉴는 내 것이다. 맛있다.
민트 초코를 제외한 모든 아이스크림은 다 맛이 있으니까.
나는 민트 초코를 먹느니 초콜릿을 먹고 치약을 빨아먹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파인애플이 넉넉하게 올라와 있는 하와이안 피자를 너무 좋아한다. 사과피자도 좋아하는데 그건 파는 곳이 거의 없다.
아내는 이해를 못하는데, 우리 둘은 피차 상대방의 취향을 잘 알고 결혼했다.
나도 가끔은 하기 싫은 일을 꾸역꾸역 할 때가 있다.
그러나 때로 사소한 거절을 확실히 하는 것은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지키는 중요한 방법이다.
타인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마음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