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 집으로 돌아온 사람.
아직 해가 가시지 않은 여름날, 산채로 쪄지는 듯한 공기를 뚫고 을지로 R3028로 향했다.
지인이 진심을 담아 준비한 그 어떤 것을 보러.
가는 길엔 이제껏 봐왔던 것보다 많은 이들이 있었다.
이상하게도 이전에 그 골목을 돌았을 때 보다 밝다고 느껴졌다.
몇번을 지나갔던 계단에서는 평소보다 많은 고양이들이 보였고 골목에도 역시 많은 이들이 있었다.
"돌아오고싶지 않아 프랑스로 갔다가 뿌리를 찾아 돌아온 사람이예요"
눈을 초롱이며 말을 추천을 해주었던 작가의 말이 맴돌았다.
포스터와 그의 추천사에 각인된 이미지외에 아무정보도 없던 상태로 전시회에 들어갔다.
포스터를 보며 참으로 사랑스러운 분이군, 하고 생각했다.
일종의 전시라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 전시가 아니었다.
어떨 것이다 라는 기대나 예상은 하지 않았는데, 포스터만 보고 전시라고 생각했던것은 나의 편견이었다.
이서작가님의 연대기를 이서작가님이 나와 모노드라마처럼 펼치는 새로운 형태의 어떤 것이었다.
그녀는 이야기했다.
그녀는 설치미술을 했다.
그녀는 사진을 찍었다.
그녀는 그림을 그렸다.
그녀는 영상을 제작했다.
그녀는 신디사이저를 쳤다.
그녀는 노래를 불렀다.
흥미가 더해갈 때 누군가 방해했다.
그녀의 흐름이 가늘어졌다.
그녀는 흐름을 조금더 두껍게 빗어내려 노력했다.
사실은, 나에겐 방해 이후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https://www.youtube.com/watch?v=B-qx9cDeqGQ
타국인들은 상상하지 못한 질문을 한다.
질문은 꼬리를 물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임이 없이 이어진다.
그것은 좀처럼 끊어지지 않아 머리속에서는 그 띠를 끊기 위해 최대한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습관, 생각들의 본질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그런 생각들로 만든 도구.
그런 생각들은 결국은 한가지로 귀결된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집이란 것이 결론이 아니라 가는 길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녀가 이야기한 집은 내게는 사실
형태를 지닌 무언가가 아닌
나, 그리고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였다.
만화
워킹홀리데이
영상
스쿠터여행
가이드
내가 했던 모든 활동은 내가 누구인가로 귀결이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천연 이방인으로서 삶았던 내게,
이서 작가님의 전시는 숨구멍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