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정착한 대승불교
2020년 코로나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여러 방면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그 이전부터도 서서히 올라왔던 ‘힐링’이라는 키워드가 코로나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유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일상에서 벗어나 쉬거나 여유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히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제주나 속초 등 바다가 보이는 여유로운 곳에서 한 달 살기, 여행지에서 낮에 일하고 밤에는 문화를 즐기는 워케이션, 아예 인터넷이 잘 통하지 않는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캠핑등이 인기가 올라갔다. 코로나 격리가 본격 시행되기 이전 산속에 고즈넉이 자리 잡은 사찰에서 하룻밤 묵는 템플스테이도 힐링의 대명사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템플스테이하면 그려지는 이미지는 무얼까? 하루에 5대, 배차 간격이 2시간이 넘는 버스가 산중을 돌아 돌아 여러 마을을 들리며 oo마을, 혹은 oo사 입구라는 마지막 정거장에 도착한다. 난데없이 큰 주차장과 버스의 회차공간에 한번 놀라고, 버스 정거장에서 사찰의 진짜입구까지 적어도 10여분은 산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 것에서 두 번 놀란다. 그런 와중에 잘 닦여진 산길을 따라가다 보면 단청으로 색칠된 커다란 나무문이 덩그러니 나오고 조금 더 따라 올라가면 오래된 궁인가 싶은 한옥이 나온다. 그 한옥에서 울려 퍼지는 북과 종, 염불소리 가운데서 피톤치드를 듬뿍 마시며 마음을 챙기는 명상, 그리고 그곳에 계신 스님이 주신 차를 마시며 나누는 인생상담. 요즘 템플스테이는 이런 느낌으로 대표되는 듯하다.
힐링이라는 편안한 이미지와 상반되는 놀라운 그림이 여기 있다. 한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다면 미술교과서에서 한 번쯤 이 그림을 봤을 것이다. 부리부리한 눈매와 매부리코가 영 한국인 같지 않은 생김새에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다. 눈가에 주름마저 진하게 있어 영 편하지 않은 표정인데, 템플스테이 힐링의 축을 담당하고 있는 명상과 차 수련의 창시자 달마대사이다.
달마대사는 인도 팔라바 왕국의 세 번째 왕자로 태어나 여승 프라기야타라에게 부처님 말씀(불법)을 배웠다. 그리고 부처님 제자 중 종단을 이끌 사람에게만 물려준다는 부처님의 가사(동남아 스님들이 입는 주황색 승복)와 발우(밥그릇)를 받아 28대 조사(가톨릭으로 치면 교황)가 되었다. 하지만 스승인 프라기야타의 유언인 ‘동쪽(중국)으로 가서 부처님의 말씀을 설법하라’는 말을 듣고 중국으로 향한다.
당시 중국은 남북조시대로 나라가 십여 개로 쪼개진 상황이었다. 불교신자였던 양 무제는 인도에서 넘어온 고승 달마대사를 섭외하기 위해 만난다. 자신이 얼마나 신실한 불자인지 자랑하기 위해 그는 자신의 돈으로 쌓아 올린 사찰과 경전, 불상들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공덕이 얼마나 되냐고 묻는다. 달마대사는 단칼에 “없다”라고 대답한다. 양 무제는 몇 가지의 질문을 더했지만 달마대사의 대답은 그의 욕구를 채워줄 수 없었다. 양 무제와의 문답과 혼잡스러운 중국의 상황을 본 달마대사는 한 나라에 머물러 불법을 전하는 대신 다른 방법을 찾는다. 그는 소림사로 가서 벽을 보고 명상수련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눈꺼풀이 자꾸 감겨 명상을 방해하자, 그는 눈꺼풀을 잘라 등뒤로 던져버렸다. 그 눈꺼풀은 땅에 뿌리내려 식물이 되었는데, 바람 불면 실려오는 그 식물의 향기가 좋아 달여먹었더니 머리가 맑아져 명상이 잘 되었다. 달마대사는 9년 면벽 명상 후 깨달음을 얻었고, 선종이라는 종파를 만들었다.
길다란 내용이 더 있지만 간략하게 줄였다. 전설과 같이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달마대사가 중국에 왔던 당시 소림사라는 절이 없었다는 것이 사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달마대사가 중국으로 넘어오면서 차가 일상인 중국인들과 교류하며 다도가 불교로 스며들었고 그의 수행법이 선종이 되었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다. 중국에서 성립된 선종은 자연스레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되었다. 1700여 년전 한반도에 발을 들여놓은 불교는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여러 가지 종파를 받아들여져 통합되고, 나눠지고, 없어지고 다시 생기길 반복했다.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가진 현재 한반도에 불교계의 제일 큰 종파는 조계종이지만 그외에도 우리가 알 수 없는 종단이 약 20개 가량 존재한다. 개중 제일 크고 잘 알려진 종단인 조계종은 달마대사의 6번째 제자인 혜능의 별호 ‘조계’를 따 선종을 잇고 있다. 따라서 달마대사의 전설에서 이어진 차와 참선(명상)이 우리나라의 사찰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수행방법이 되었다. 이외에도 한국에선 달마대사를 테마로 한 콘텐츠나 물건이 은은히 우리 생활에 깃들어있다. 예를 들어 대놓고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배용균 감독 1989년작)이라든지, ‘달마야 놀자’(박철관 감독 2001년작)이라고 대놓고 달마대사의 제목을 넣어 영화를 만든 예도 있다. 또한 불교를 믿는 집에서 자라거나 사찰에 가서 불교용품점에 들렀다면 수묵화로 그려진 두 눈 부릅뜬 사내의 그림을 한 두 번쯤 봤을 법한데, 많은 사람들이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벽사의 의미로 걸어놓기도 한다. 게다가 그의 수행법은 현재 우리가 템플스테이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수행법 중 하나가 되었다. 그가 만들어낸 선종이 아시아의 극 동쪽인 우리나라를 너머 일본까지 도달해 현재까지 이어진 것을 보면, 달마대사와 그의 스승의 소원은 잘 이뤄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