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가 된 사찰음식
넷플릭스 시리즈중 chef’s table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사를 섭외해 요리장면을 촬영하고 그들의 요리철학과 삶에 대해 톱아보는 프로젝트였다. “세프”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그대로 남자의, 대체로 서양요리 - 하지만 동양요리도 첨가된 -의, 그리고 요리가 직업인 사람들이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그중에서 유일하게 요리사가 직업이 아닌 여성이 주인공인 편이 있었다. 시리즈 3의 제 1편, 셰프는 백양사 청진암의 정관스님이다.
정관스님은 한국사찰음식하면 생각나는 채식위주의 요리를 한다. 아주 옛날의 사찰음식을 생각하면 사찰음식이 무슨 요리야 하는 편견이 생길만 하지만 요즘 사찰요리는 채식, 혹은 웰빙음식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육식을 하지않는 한국사찰의 특성상 모든 음식들이 거의 채소와 콩류로 이뤄져 있으며, 자급자족을 지향하고 있어 많은 사찰들이 소규모라도 텃밭을 가지고 있고, 과일 등은 신도들의 보시로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 게다가 하동이나 강진 근처의 사찰들은 직접 차밭을 일구어 차를 내려마시는 것도 사찰만이 가진 노력과 낭만이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사찰음식을 정량화하여 건강하고 정갈한 요리로 요리법을 알려주는 클래스들도 운영되고 있다.
그렇다면 원래 불교에서 먹는 공양이 이렇게 고기가 없는 채로 야채를 위주로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이었을까? 동남아의 불교국가에 한번이라도 가보았거나 관련 다큐멘터리를 본 사람들은 주황색 가사를 입은 스님들이 아침에 커다란 금 양동이 같은 것을 들고 사람들이 주는 음식들을 가림없이 모두 받고 마지막에 그것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의식을 보았을 것이다. 초반기 인도불교의 공양은 원래 탁발(발우를 들고 집마다 돌면서 음식을 받는 행위)로 진행되어, 음식을 공양하는 집에서 만든 음식을 가림 없이 받았다. 스님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닌 가족들을 위해 넉넉히 만든 것의 일부를 분배하기 전에 스님에게 먼저 분배하고 가족들이 나머지를 먹었던 것이 기본이었다. 즉, 받은 것이 고기든, 버섯이든, 야채든 가리지 않고 공양 받은 것은 다 먹었던 것이다. 그들이 금지한 고기는 죽은 장면을 직접 본 것이나, 죽이는 소리를 들은 것, 죽이라고 명령한 것, 그들을 먹이기 위해 죽인것이었다. 또한 고온 다습한 기후 덕분에 채소와 곡식, 과실들이 풍부하게 나 더불어 짐승의 생존도 유리해 식재료가 풍성한 편이었다. 반면에 음식이 상하기 쉬워 발우자체가 불을 쪼여 음식을 한번 데울 수 있는 재질인 토기나 철기를 사용했다.
인도에서 중국으로 넘어온 불교는 열악한 환경 때문인지 탁발을 걸식이라고 칭하며 거지들이 하는 것으로 치부되었다. 분명한 사계절로 먹을 것도 계절에 따라 저장해야하는 것들이 생겼고, 탁발을 금하자 농사를 짓고 요리를 해야 했다. 또한 평야보다 산지가 많고 인도에 비해 추운 기후라 고기를 구하려면 살생을 해야했다. 직접 생명을 죽이는 것을 금하는 불교이기에, 중국에서는 자연스럽게 고기를 포기하는 대신 다른 식재료로 만든 음식들로 대신하게 된다. 하지만 티벳의 경우 야채와 곡물이 고기보다 희귀해 수행에 방해되기에 육식을 허용한다. 인도와 중국의 조리법의 차이는 발우에도 차이를 보였다. 대체로 모든 재료들을 향신료에 끊이거나 볶아 한번에 내는 인도요리와 달리 중국으로 넘어온 요리는 요리에 국물이 많아지고 반찬이 곁들여 지는 등의 분화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탁발보다는 직접 농사를 짓고 음식을 하던 중국불교의 영향으로 사찰내에서 농장을 꾸려 제철 채소와 곡식들로 음식을 만들어 내었다. 농경사회였던 조선시대에도 트랙터인 소를 그만 좀 잡아먹으라는 우금을 내려도 부위별로 구워먹을 정도로 고기를 사랑하던 민족이지만 한국 불교에서는 고기를 배제한 채로 하는 식사가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 편이다. 단지, 사찰내에서는 금하고 있지만 종파에 따라서 밖에서 사드리는 것은 드실 수 도 있으니 간혹 고기를 먹는 스님을 보더라도 너무 놀라진 말자. 김치는 해산물이 들어가지 않은 젓갈로 담그고, 콩 종주국 답게 콩이 고기를 대체해 콩고기나 두부 등을 활용하거나 표고버섯을 활용해 대부분의 고기요리를 구현해내었다. 또한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쌀밥과 국물이 분리되며 여러 반찬으로 구성된 한상차림이 등장한다. 물과 뜨거운 음식의 온도를 조절하기 위해 열전도율이 낮고 구하기 쉬운 나무로 만들어 옻칠한 기본 4개의 그릇으로 구성된 발우가 완성되었다.
재료가 무엇이든 최상의 맛을 끌어내려는 한국인의 요리습관 때문인지 최근의 사찰요리는 건강과 더불어 맛도 같이 잡아내려는 노력을 한다. 요즘은 여러 사람을 위해 지어진 식사를 자신의 발우에 직접 덜어 고춧가루 한톨도 남기지 않고 물로 헹구어 먹어야 하는 발우공양도 따로 신청하지 않으면 제공되지 않아 자칫 맛있는 음식으로 탐진치(욕심 성냄 어리석음)를 부릴 수 있지 않을 까 우려도 된다. 하지만 공양간의 사방에 붙어 있는 오관게(음식의 소중함을 5가지로 표현한 식사때 독송하는 게송)를 보고 조용히 음식을 먹으며 음식을 덜은 식기를 직접 설거지를 하다보면 적정함에 대한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지금의 늘어난 무게와 더워진 환경도 적정함을 잃어서 그런건가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