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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관매니저 Nov 19. 2023

영화관 관계자가 분석하는 CGV 23년 3분기 실적

정말 호실적인가?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3배?

자료출처: [조선비즈] 영화관 ‘빅3′ 중 CGV만 활짝… 해외 실적이 갈랐다 / 최온정 기자

국내 기업들의 2023년 3분기 실적이 발표되었다. 영화관 업계에서는 CGV의 실적이 돋보였다.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는 전년 동분기 대비 매출과 실적이 모두 악화했는데 CGV는 매출은 유지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3배 가까이 나왔다.


어떻게 멀티플렉스 3사 중 CGV만 이렇게 높은 실적을 얻은 것일까? CGV 공식홈페이지 올라온 IR 자료를 살펴보자.






CGV의 매출원가가 낮아졌다

먼저 간단한 영업이익 계산 공식을 되새겨 보자.


영업이익 = 매출액 - 매출원가 - 판매관리비


영업이익이 늘어나려면 매출액이 늘어나거나, 매출원가나 판매관리비가 감소해야 한다. 이제 아래 IR자료를 봐보자. 매출액은 22년 3분기 대비 0.6% 거의 유지, 판매관리비는 -1.5%로 소폭 감소했다. 이에 반해 매출원가는 무려 7.2%나 감소했다. 매출원가율로 계산하면 22년 3분기 62%에서 23년 3분기 57%로 무려 5%p가 감소했다. 즉, 매출원가율의 감소가 실적을 견인한 것이다.


CGV 3분기 영업실적 자료 (출처: CGV 2023년도 3분기 IR 자료)


매출원가가 낮아졌다는 것은 굉장히 좋은 신호이다. 매출의 질이 높아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전에 썼던 '영화 가격은 왜 이렇게 비싸졌을까?'에서 밝혔듯, 영화관은 티켓 판매로만은 좋은 실적을 낼 수가 없다. 티켓으로 나오는 매출 이익률이 35~44%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매점 판매와 광고는 60~80%대에 이르는 매출이익률을 자랑한다. 따라서 영화관이 영업이익률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매점 판매와 광고에 힘을 쏟아야 한다.


https://brunch.co.kr/@f007613562b4465/12


CGV는 코로나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이후로 모기업인 CJ로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재무 건전화를 위한 지원을 받아왔다. 그중에 큰 조치가 CJ올리버네트웍스IT에서 CJ파워캐스트를 흡수합병하면서 알짜인 광고사업부를 CGV로 넘긴 것이다. CJ파워캐스트는 국내 옥외광고계의 강자이기에 이로 인해 CGV는 4가지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① 영화관의 스크린광고와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광고사업부의 획득, ② 파워캐스트로 지불하던 수수료 절감, ③ 안정적인 매출과 영업이익 확보, ④ 영화상영업 외 새로운 사업 동력 확보이다. CGV는 광고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적게는 연간 66억 원에서 많게는 249억 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추가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한다.(출처: [딜사이트] CJ그룹의 눈길 끄는 'CGV 일병 구하기' 전략)


필자는 출근 시 2호선을 타는데 전철 문 상단의 디스플레이 광고가 CGV 광고구좌인 것을 알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CGV가 광고사업부라는 알짜 사업을 얻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23년 3분기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그 효과가 두드러진다. 전년도에 비해 광고 판매가 198억 원 늘었으며, 매점 판매는 460억 원이나 늘었다. 대관 및 위탁운영 수수료 등을 포함한 기타 판매도 전분기 대비 2배가 늘었으며, 4DX, Screen X 등의 기술특화관 포맷 및 장비 판매도 170억 원 가량이나 상승했다. 즉, 이익률이 낮은 티켓 판매가 아니라 이익률이 높은 다양한 부분의 판매 증대로 판매원가를 낮추고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이다.


CJ CGV 매출액 비중 (출처: DART 전자공시시스템)




중국에서의 호실적

CGV는 롯데시네마나 메가박스와 다르게 해외 매출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7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특히 터키 1위 극장사업자인 MARS를 인수하면서 세계 5위에 해당하는 스크린 개수를 보유하게 되었다. 바로 이 터키에 했던 무리한 투자로 인해 코로나 시기 무려 4천억 원이 넘는 손해를 본 것이 다른 극장사업자보다 CGV가 더 큰 타격을 받게 된 원인이기는 했다.


CGV의 세계 스크린 숫자 (출처: CGV 2023년 3분기 IR자료)


여하튼 간에 이번 CGV의 3분기 실적은 위에서 말했던 원가율의 감소로 인한 영향도 컸지만 중국에서의 호실적도 큰 역할을 했다. 무려 +146억 원의 영업손익을 보였는데 22년 3분기에 -196억 원이었으니 증감이 무려 +342억 원이다. 사실상 이번 실적의 일등 공신이라 봐도 무방하다.


CGV 23년 3분기 중국 실적 (출처: CGV 2023년 3분기 IR 자료)


어떻게 이런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 침체된 세계 영화업계의 분위기와 달리 중국 영화업계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시작되고 최대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고주일척>, <소실적타>, <봉신제일부> 등의 로컬 영화로 세계 영화업계 역사상 가장 높은 실적을 보였던 2019년보다도 더 높은 극장 실적을 보였다고 한다. 또한 코로나 기간 동안 지속된 판관비 감소 노력이 빛을 발했다고 한다.(아마 상당수는 직원 줄이기였을 테지만...)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303024




실적을 갉아먹는 높은 금융비용

하지만 이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CGV의 앞에는 아직 험난한 가시밭길이 깔려있다. 그중 하나는 높은 금융비용이다. 영업외손익 항목에서 금융손익(금융수익-금융비용)이 무려 -306억 원이나 된다. 그동안 코로나를 견뎌내기 위해 막대한 자금수혈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받은 것도 채무 상환의 목적이 컸다. 최근 금리까지 높아져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CGV 3분기 영업실적 자료 (출처: CGV 2023년도 3분기 IR 자료)


장기인 신종자본증권은 제무재표상 자본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부채로 계상되지는 않았지만, 잔액이 거의 1조에 달하는 수준이다. 아래 표에서 미상환된 신종자본증권의 이율을 살펴보면 1%는 문제가 없지만 5.5%, 8.5% 증권은 빨리 갚는 것이 좋다. 안 그러면 높은 금융비용으로 계속 현금을 까먹는 결과를 낳게 된다.


CGV 신종자본증권 미상환 잔액 (출처: Dart 전자공시시스템)
CGV 미상환 신종자본증권 내역 일부 (출처: Dart 전자공시시스템)


또한 아래 표에서 보듯 당장 1년 이내 도래하는 회사채 잔액이 무려 3천억 원에 이른다. 이를 갚기 위해 CGV는 어쩔 수 없이 최근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이다. 하지만 주가가 떨어지며 원하는 만큼의 자금을 받지 못해 아직 현금이 부족한 상태로, 2천 억 원 규모의 2년짜리 회사채 발행을 추가로 추진한다고 한다.

CGV가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회사채 규모 (출처: Dart 전자공시시스템)

https://news.nate.com/view/20231103n12067


CGV는 이번 유상증자 시에 올리브네트웍스IT를 제3자 유상증자로 받아 자본규모를 늘려 부채율을 낮추고 자금을 조금 더 좋은 이율로 받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었는데, 법원의 제동으로 빠르게 실행되지는 못하고 있다. 재무 정상화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버는 족족 빚 갚는 데만 쓰이게 된 상황이라 사실 전망이 어둡다고 볼 수 있다. 




여전히 터키는 불안정하다

이번에 CGV 실적 자료를 보면서 의아했던 부분이 바로 '순화폐성자산에서 발생하는 손익'이었다. 대체 이게 뭐길래 무려 +236억 원이나 했다는 것인가? 금융손익이 -306억 원인 상황에서 이 순화폐성 자산 손익 덕분에 세전손익과 당기순손익이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다.


아래 주석에는 '터키 초인플레이션 회계기준 적용으로 반영된 영업외손익'이라고 하여 대체 이게 뭔지 찾아봤다. CGV 실적 자료를 바탕으로 이를 아주 잘 설명한 글을 찾았으니 혹 이해하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아래 링크를 들어가 보시면 된다.


https://blog.naver.com/numberlab/223172032449


터키는 현재 물가상승률이 60%대에 이르는 엄청난 초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현금구매력이 떨어지고 부동산은 폭등한다. CGV는 터키에 무려 8천억 원을 투자했는데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과 당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가 박살 나며 리라화 환율이 대폭 하락했고, 그 과정에서 '총스윕스왑(TRS)'이라는 계약에 따라 환율로 인한 투자자의 손실을 보전해 주면서 4천 억 원 이상의 손실을 보았다. 아직도 터키의 리라화 가치는 바닥이고, 물가상승률은 높아 불안정한 상황이다. CGV의 부채 문제만큼 터키의 불안정한 문제도 CGV에게 있어서는 재무 정상화를 향하는데 큰 걸림돌이다.




총평: 갈 길이 먼 CGV

23년 3분기 큰 폭의 영업이익으로 CGV의 미래가 밝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내년에는 법원에 제동이 걸렸던 올리브네트웍스IT가 합병되면서 부채비율이 낮아질 것이고, 영업이익은 창사이래 최대이익이었던 2019년의 1,200억 원을 훌쩍 넘어 1,500억 원을 달성할 거라고 한다. 


하지만 갚아야 할 빚이 너무나도 많다. 당장 3천억 원을 1년 안에 해결해야 하고, 이번에 새로 발행할 2천 억 원의 회사채도 발행 후 2년 안에 갚아야 한다. 8.5%나 되는 5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과 이 외 CJ 제일제당과 다양한 곳에서 수혈한 6% 이율대의 채권도 갚아야 한다. 예상처럼 호실적이 이어진다는 전제 하에 CGV는 향후 최소 4~5년은 빚을 갚는데 집중해야 한다. 


킬러 콘텐츠의 부재, OTT의 도전 등 영화관 업계가 암울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최근 대안 콘텐츠 브랜드인 ICECON이 스포츠 경기 중계나 롤드컵 중계, 아티스트 콘서트 실황 상영 등으로 잘 되고 있고, 실내 클라이밍 브랜드 PEAKERS 및 실내 골프 연습장 브랜드 어프로치 등 영화관을 개조한 신사업 실적도 나쁘지 않다고 한다. 현 영화관 업계에 근무하는 1인으로서, 한 때 CGV 직원으로서, CGV를 비롯한 영화관 업계가 정상화되기를 기원한다. 




모노플렉스 및 영화관 사업/인허가 관련 문의
E-Mail   lbm@monople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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