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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예지 Sep 16. 2021

올바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


스마트폰 연구와 공부를 계속하다 보니, 가장 어려운 부분은 역시 "솔루션"이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도 역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가이다.



국내외 대학교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쓴 책도 읽어보고, 국가 산하 기관(한국정보화진흥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에서 쓴 연구 자료도 살펴본다.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 그리고 그 원인을 살펴보는 방식은 공감이 간다. '모두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구나.' '원인은 여러 가지 방면으로 찾아볼 수 있겠다' 싶다.



그런데, 어떻게 스마트폰 문제를 풀어나갈지에 이르러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퇴근할 때, 가방에 폰을 넣어두고, 가방을 차에 두고 내린다.' 폰을 차에 두고 집에 들어간다고??? 가방에 넣어두었던 폰도 꺼내서 집으로 들고 가야 할 것 같은에, 뭔가 와닿지 않는다. 또는, '친구나 가족과 외식을 하면 폰을 테이블에 두지 말고 가방 안에 넣어둔다.'와 같은 방법들이다. 



내가 본 모습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가방에 있던 폰을 꺼내어 테이블에 얹어 놓는 모습들뿐인데.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자연스럽게 하는 행동을 완전히 뒤집는 것은 현실성이 낮다. 물론, 가방에 넣고 눈에 띄지 않으면 덜 쓰게 될 수 있다. 어떻게든 주의를 차단해 보기 위해 고심한 해법일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가방에 넣어두면 중요한 연락이나 내가 꼭 알아야 할 사항을 제때 확인 못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 오히려 신경은 가방 안에 더 쏠릴 수 있다. 그게 맞는다는 게 아니고, 우리의 마음 작용이 그렇다는 것이다. 



'퇴근할 때 가방에 넣어 차에 두고 온다'의 솔루션을 스마트폰 디톡스의 첫 번째 해법으로 들은 사람이라면, '뭐야. 말도 안 되잖아!'하고 바로 집어치울 수도 있다. 무언가 억지스럽게 느껴진다.



나 또한 스마트폰 액션 플랜과 십계명을 준비하면서, 전문가들의 저서나 연구결과 등을 살펴보았다. 나보다 먼저 조사하고 연구하고 테스트한 결과들이 있어 도움이 되었다. 뇌 전문가의 뇌과학적 접근,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들의 상담 사례, 심리 전문가의 심리학적 접근, 경영학 교수의 사회경제적 관점까지 다각도로 이 문제를 바라볼 수 있었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운영하는 채널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8~9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제게 인터뷰 요청도 많이 왔습니다. 그런데, 요샌 오히려 없어졌어요.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말도 거의 안 쓰더라고요." 




유튜브채널 [양브로의 정신세계] 2021년 4월 8일

"집중 잘 못하고 항상 주의가 산만한 당신,혹시 성인 ADHD 검사 받아보셨나요? 증상, 치료방법 등 정신과의사 형제가 알려드립니다."



8~9년 전이면, 2013년 전후, 애플에서 아이폰을 출시한지 5~6년이 지난 시점이다. 스마트폰이 어느 정도 보급되고, 온라인 활동의 상당 부분이 모바일로 이미 넘어온 시기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 문화가 등장하면 처음에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게 된다. 사람들은 급격한 변화를 싫어하기 때문에 얼리어답터(Early Adopter 새로운 기술, 서비스, 물건 등을 선제적으로 받아들여 사용해보는 사람)를 특이한 부류로 보고, 내가 접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 가벼운 경계심을 갖기도 한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급률을 살펴보면, 2015년 83.0%로 세계 4위(KT경제경영연구소 조사), 2016년 91.0%(구글 자체 조사), 2018년 95.0%로 세계 1위(퓨 리서치, 미국 비영리 사회연구기관)이다. 성인의 95% 사용이면 최고 수준이다. 사회 활동을 하는 연령대는 99%~100% 사용하고 있다.  





한국갤럽 「2012-2021 스마트폰 사용률, 브랜드 조사」





너무 편리하기 때문에, 유용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은 계속 우리의 삶과 함께 하게 될 것이다. 기기는 더 고 사양화되고 서비스는 더 진화할 것이다. 따라서, 해법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자'로 포커스를 맞춰서는 안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도구의 역할을 넘어서지 못하게 하는 것'이 스마트폰 사용에 관한 내 목표이다. 



물론  '사용하지 말자'가 목표가 되는 연령대가 있다. 만 12세, 우리나라 기준 초등학생까지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미취학 아동은 무조건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모님들이 가끔 착각하는 경우가, 콘텐츠가 '학습'일 경우에는 괜찮다는 생각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TV에 나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기도 했다. 



오락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보다 덜한 것이지 결코 괜찮지 않다. 이전에 쓴 글 중에 같은 내용이라도 종이책으로 볼 때와 온라인 화면으로 볼 때 두뇌 작용이 달라진다는 내용이 있다. (스마트폰 디톡스 코칭 프로그램 안내실제 미국에서 실험을 한 사례이고, 우리의 감정 상태나 신체 상태를 봐도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식수준이 높고, 각 분야의 전문가로 자리매김한 사람들이 제시하는 솔루션이 비현실적인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았다. 스마트폰 중독 문제가 사회의 심각한 이유로 '아직' 떠오르지 않았다. 일부 심각성을 자각한 분들도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처음부터 정해진 좋은 해법이라는 건 거의 없다. 많은 문제들이 대두되고, 수많은 사례가 등장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더 나은,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부모도 첫째 아이가 키우기 힘들고, 시행착오의 반복을 겪는다, 둘째, 셋째 아이는 좀 감이 오고 한결 수월해진다. 회사에서의 일도, 반복하고 경력이 쌓일수록 처리가 수월해진다. 교육도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가 누적되며 더 나은 방법을 찾는다. 모든 일이 이런 과정을 겪는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시대가 시작되었다. 기기 자체는 별문제가 없다. 이 조그만, 손바닥만 한 기기를 통해 제공하는, 우리를 자극하는, 플랫폼과 서비스, 콘텐츠가 원인이다. 지금 나이 서른(92년생) 정도의 성인만 해도, 10대 후반에 들어서야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처음 등장했다. 두뇌가 완성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 성숙한 이후의 나이다. 오프라인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이후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아이들은, 영유아 시절부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같은 스마트 기기를 접했다. 실제로 이런 기기들을 통해 애니메이션이나 유아용 학습 콘텐츠를 시청하며 자랐다.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어떤 이슈가 부각될까? 사회는 지금의 모습과 또 달라질까? 



문제가 드러나고, 많은 사람들이 심각성을 깨닫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이전에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방법들을 찾아 미리 준비하고 예방하고 싶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상황을 맞이하고 싶다. 사회적 문제는 둘째치고, 그 과정에서 고생하는 아이들이 너무 안타깝다. 그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는 자신의 인생이 세상의 전부이니까. 





페이스북에서, 자사의 인스타그램 서비스가 10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것을 인정했음에도, '어린이용 인스타그램'을 개발 중에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기사제목 「페이스북, 10대에 '인스타그램 유해성' 자체 조사로 거듭 확인」 한겨레 신문, 2021년 9월 15일) 화가 났다. 자본과 이익 앞에서는 어떤 것도 의미가 없는 것인가? 페이스북이나 CEO인 마크 저커버그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전혀 없지만,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노안, 거북목증후군, 안구건조증, 수면 부족 등 신체적인 문제도 스마트폰과 관련해서 늘 등장하는 단골 이슈이다. 하지만, 노안 좀 온다고, 목 좀 굽는다고 생명에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보다는 '지금 당장' 폰에서 주는 쾌락과 즐거움, 위안이 훨씬 크니까 그렇게 선택하는 것 같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기 위해 백신은 다 맞으면서, 왜 정신적인, 인생의 중요한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그냥 넘어가려고 할까? 



아직 해법을 완성하지는 못했다. 찾아가는 과정이다. 사람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자기가 원해서 하는 일에는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실리는 법이다. 올바른 해답을 찾아서 계속 나아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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