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세계 3대 피라미드와 ‘마야문명·아즈텍문명’의 인류학박물관
17번째 해외여행지 필리핀은 2001년 12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3주간 체류했으나 기억하는 에피소드가 별로 없고, 사진도 적당하지 않다. 13번째 여행지 독일에 이어 생략한다. 2000년 우즈베키스탄 여행 중 국경을 넘은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은 여행순서에서 제외한다. 두 나라는 2025년에 25년 만에 다시 방문한 내용을 바탕으로 여행기 후반에 소개할 예정이다.
2005년 9월 찾은 멕시코는 18번째 해외여행국이다. 청와대 출입기자 시절 당시 노무현 대통령 해외순방에 따라나선 여행이었다. 코스타리카와 미국 뉴욕을 묶어서 9박10일 간 진행됐다. 중남미는 처음이었다. 미국 켄터키에 있을 때 가끔 빈 권총을 들고 장난치던 페드로가 멕시코 친구였다. 센 척했으나 혈액검사를 위해 피 뽑는다고 애달프게 울던 ‘멕시칸 허세남’이었다.
비행기가 서울공항을 떠난 지 30분 정도 지났을 때 노무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가 비행기 앞쪽부터 기자들 좌석을 일일이 돌면서 인사를 건넸다.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받았다. 이어 장미 100송이가 담긴 꽃바구니와 “노무현 대통령님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는 문구가 적힌 축하케이크가 등장했다. 그의 59번째 생일(음력 8월 6일) 하루 전이었다.
몇 차례 잠들고 깨기를 반복했을까. 14시간이 흘러 멕시코시티에 도착했다. 개별적인 세관 통과 없이 활주로 인근에서 전세버스에 올랐고, 호텔을 향했다. 거리에 한국어와 스페인어로 노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이어졌다. 참고로, 지금은 멕시코시티 직항편이 있지만 당시에는 없었다. 2017년 7월에 멕시코 국적항공사가 직항운항을 시작한 것으로 나온다.
멕시코시티 한 대형 호텔 2층에 프레스룸이 마련됐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으로 쉽게 통화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2인당 1개의 전화라인이 제공됐고, 개인별로 랜선이 제공됐다. 평소 업무와 차이는 없었다. 프레스룸 뒤편에 컵라면과 간식거리가 있었고, 식사시간에는 한국 도시락이 배달됐다. 반기문 당시 외교통상부장관과 정부 관계자들이 기자단과 인사를 나눴다.
다음날 오전 노무현 대통령과 비센떼 폭스 께사다 멕시코대통령이 정상회담이 있었다. 잠깐, 이 대목에서 확인할 점은 한국과 멕시코시티 사이에 15시간의 시차가 있다는 점이다. 멕시코에서 오전에 잡힌 일정은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자정 이후 진행된다. 요즘처럼 실시간이나 라이브로 뉴스가 나오던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변을 짧게 다녀올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멕시코시티 투어버스에 올랐다. 이내 45m 꼭대기에 앙헬(Angel)이라는 황금천사가 새겨진 독립기념탑(Monumento a la Independencia)이 나온다. 1910년 독립 100주년을 맞아 건립했다. 네 모퉁이에는 법, 정의, 전쟁과 평화를 상징하는 여인상이, 바로 위로는 독립영웅이 새겨져 있고, 탑 내부에 이달고 신부, 이그나시오 알렌데, 후안 알다마 등의 유골이 안치돼 있다.
이어 소칼로광장이 나왔다. 대형 멕시코국기가 게양된 중남미 최대의 광장으로 대통령궁과 까데드랄 대성당 등이 광장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대통령궁에서는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었지만 광장은 평온하다. 멕시코국기와 기념품을 파는 이들과 바닥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9월초였지만 멕시코고원 2240m에 위치한 도시라 그런지 선선했다.
5살 정도 되는 여자아이가 갑자기 달려와서 몸에 스티커를 붙인 뒤 빤히 쳐다본다. 손에 잡히는 멕시코 동전 하나를 주니 다시 달려간다. 근처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갔는데, 여기저기서 익숙한 우리말이 들린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우리나라 여행객이 제법 있다. 선배들이 “백두산보다 높은 곳이라 술이 안 깬다”며 볼멘소리를 낸다. 애초 햄버거로 해장을 기대하면 안 되지.
다시 버스에 올랐다. 멕시코시티는 중세 유럽풍의 건물들과 멋진 현대식 건물들이 조화를 이룬 도시였다. 레포르마 대로(Paseo de la Reforma)와 폴랑코(Polanco) 일대는 마천루가 이어지고, 유럽의 여느 도시들처럼 분수와 동상으로 잘 정돈돼 있었다. 꼭대기에 화살을 당기고 있는 멋진 여인상이 조각된 라 디아나 카자도라(La Diana Cazadora)도 눈에 띄었다.
또 다음날 오후 테오티우아칸(Teotihuacan)으로 향했다. 멕시코시티 동북쪽 50km에 위치한 고대도시를 향해 30~40분 정도를 달리니, 멀리에서 고풍스러운 ‘덩어리’들이 느껴진다. 기원전 2세기경 건립돼서 전성기에는 최대 20만명이 넘는 거주민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7세기경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수수께끼를 아직까지 풀지 못하고 있었다.
‘태양의 피라미드(Piramide del sol)’와 ‘달의 피라미드(Piramide de la luna)’, ‘죽은 자의 거리’, ‘케찰코아틀 사원(깃털 달린 뱀의 신전)’ 등이 유명한 관광지였다. 일반적으로 피라미드하면 이집트를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멕시코는 세계 최다 피라미드 보유국(430여개)이었다. 이 중에서도 태양의 피라미드는 완공 당시 높이 75m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피라미드였다.
태양의 피라미드를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 변의 길이는 대략 220m로, 250여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65m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완공 당시 75m에서 신전이 무너지고, 꼭대기 부분이 깎여나가면서 현재는 65m를 유지하고 있다. 고고학자들은 테오티와칸 유적을 완성하는데 30년간 1만5000명을 투입해서 350만t의 돌과 흙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만큼 웅장했다.
올메까(Olmeca), 떼오띠우아깐, 사뽀떼까(Zapoteca), 마야(Maya), 모치까(Mochica), 나스까(Nasca), 치무(Chimu), 따이로나(Tairona), 똘떼까(Tolteca), 아스떼까(Azteca), 미슈떼까(Mixteca), 차빈(Chavin), 잉카(Inca)로 이어지는 화려한 문명들이 거쳐간 곳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피라미드와 박물관 정도를 제외하면 도색이 벗겨지고 돌무더기가 쌓인 폐허에 가까웠다.
피라미드 정상에서 히스패닉계 커플이 격정적인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노총각 당시에 심기가 불편했지만, 저러다 치아 빠지는 게 아닐까 걱정스러울 정도로 몰입도가 뛰어났다. 좋을 때다.
호텔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낮에 멕시코 내 한류스타 팬클럽 회원 30여명이 호텔로 찾아와 “대통령님, 장동건 안재욱 오빠를 멕시코로 오게 해주세요”라며 시위를 벌였던 것이다. 서툰 한글로 작성된 유인물을 배포하고, ‘아리랑’과 ‘오 필승 코리아’를 부르며 ‘대한민국’을 외치기도 했다. 차를 타고 나가던 대통령은 웃음을 띠운 채 손을 흔들 수밖에 없었다.
멕시코의 한류열풍은 지난 2002년, 장동건과 안재욱이 출연한 한국 드라마가 방송되면서부터 시작됐고 한다. 여기에 국빈방문에 때를 맞춰 멕시코 공영방송인 ‘메히켄쎄’가 배용준, 최지우 주연의 ‘겨울연가’를 방영하는 바람에 한류열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당시 장동건, 안재욱, 강타 등 연예인의 멕시콘 팬클럽회원이 35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크고, 인류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치를 평가받고 있는 멕시코 국립인류학박물관(National Museum of Anthropology)은 호텔에서 가까운 차플테펙공원 내에 있었다. 아스떼까문명의 태양의 돌(Stone of the Sun)을 포함해서 고대 유물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멕시코시티 시민의 대표적인 휴식처로 가는 길이 널찍하고, 기념품 노점상이 많았다.
박물관 입구로 들어서니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비롯해 인파가 북적인다. 박물관 안쪽에 커다란 마당 같은 공간이 있었고, 주변으로 2층으로 된 ‘ㅁ’자 모양의 건물이 둘러싸고 있었다.
18세기부터 원주민, 아즈텍, 마야문명 등의 유물을 꾸준히 축적해온 멕시코 인류학 박물관은 내용뿐 아니라 1964년 천재 건축가 페드로 라미레스 바스케스의 설계로 만들어진 건축물로 유명하다. 박물관 입구에 설치된 기둥 하나가 거대한 지붕을 받치고 있고, 원래 기둥 근처에서 인공비가 내리는데 이날은 가동하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작은 공연들도 계속되고 있었다.
제1관 인류학입문관, 제2관 중앙아메리카관, 제3관 기원관, 제4관 전기고대관, 제5관 떼오띠와깐관, 제6관 똘데까관, 제7관 아스떼까관, 제8관 오악사까관, 제9관 멕시코만지방관, 제10관 마야관, 제11관 북부멕시코관, 제12관 서부멕시코 등이 있었다. 1관부터 차근차근 관람하기 시작했다. 사진촬영을 허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먼저,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정교하게 잘 다듬어뒀다. 실제 크기로 만들어진 원시인 인형은 털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갖춰져 있었고, 커다란 코끼리와 싸우는 장면, 사람을 잡아먹는 장면, 심지어 아이를 낳는 장면까지 모두 작은 모형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마야를 비롯해 멕시코 인디오의 문화 수준이 높아서 멕시코 여행자라면 꼭 거치는 곳이었다.
박물관 견학 중에 노 대통령 부부와 조우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등장에 박물관 방문객들이 환호하면서 사진을 찍었고, 덩달아 괜히 카메라를 들었다. 근처에 갈 수는 없었지만 반가웠다.
[멕시코시티 MTA] 레포르마 대로(Paseo de la Reforma), 폴랑코(Polanco), 국립 인류학 박물관(Museo Nacional de Antropología), 프리다 칼로 미술관(Museo Frida Kahlo), 독립기념탑(Monumento a la Independencia), 역사 지구(Centro Historico), 소칼로 광장(Zocalo, Plaza de Constitucion), 멕시코 국립궁전(National Palace), 멕시코 예술 궁전(Palacio de Bellas Artes), 소우마야 미술관(Museo Soumaya), 멕시코시티 메트로폴리타나 대성당(Metropolitan Cathedral), 템플로 마요르(Museo del Templo Mayor), 멕시코시티 혁명 기념관(Monumento y Museo de la Revolucion), 과달루페 성모 성당(Basilica de Santa Maria de Guadalupe), 차풀테펙 궁성(Chapultepec Castle)
[테오티우아칸 MTA] 태양의 피라미드(Piramide del sol), 달의 피라미드(Piramide de la luna), 죽은 자의 거리(Calzada de los Muertos), 케찰코아틀 사원(Pirámide de Quetzalcóatl), 케찰파팔로틀 궁전(Palacio de Quetzalpapál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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