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태국… ‘자연’ 푸껫 vs. ‘역사’ 방콕

[태국] 놀라울 정도로 깨끗했던 피피섬과 어마어마한 농눅빌리지

by Keeper of HOPE

다시 24번째 여행국 태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11월 푸껫(Phuket) 여행은 갑작스럽게 결정했다. 개인적으로는 아시아권에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여행한 뒤였고, 동남아국가로는 필리핀에 이어 두 번째였다. 주변 친구들은 가까운 동남아를 먼저 다녀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오히려 미주와 유럽을 먼저 여행하고 나중에 우리나라 인근 국가를 여행한 셈이었다.


푸껫은 태국 남부 안다만해에 위치한 휴양도시로 언덕을 뜻하는 말레이어 부킷(Bukit)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태국에서 가장 큰 섬인데, 관광지 많기로 소문난 태국에서도 고급 리조트가 많기로 유명하다.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대부분이었다. 패키지로 진행한 여행이었는데 2004년 남아시아 대지진 발생 이후 3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관광객이 크게 붐비진 않았다.


푸켓은 동남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휴양지로 유명하다. 제임스 본드섬으로 알려진 피피섬은 단골 관광지다.


남아시아 대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의 최고 높이가 50.9m였다고 하는데, 가장 피해가 컸던 인도네시아를 비롯해서 미얀마, 방글라데시, 태국, 스리랑카를 강타한 뒤 아프리카까지 도달했다고 한다. 아프리카에서도 수백 명의 사상자와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동남아의 피해가 워낙 엄청난 바람에 주목 받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23만명 이상이 사망한 자연재해였다.


휴양지가 많은 지역이다보니 외국인 사망자도 최소 2200명 이상으로 추정하는데, 실제로는 9000명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스웨덴이 543명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나라도 그 시점에 태국을 방문한 한국인을 1200명으로 추산하는데, 확인된 사망자는 20명이었다. 20세기와 21세기를 통틀어 역사상 두 번째로 컸던 지진으로 기록됐다. 2000년 이후로 제한하면 단연 1위다.




피피섬은 사람이 거주하는 ‘피피돈’, 작은 섬을 ‘피피레’로 부르며 주변에 홍섬 등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푸껫은 태국의 수도 방콕(Bangkok)에서 약 860km나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한국에서는 직항으로 도착할 수 있으며, 방콕 여행과 묶기는 사실상 어렵다. 인도네시아 발리(Bali),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Kota Kinabalu), 랑카위(Langkawi)와 함께 휴양지로 유명하다. 쓰나미 이후 관광객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커다란 리조트 객실을 비교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도착 다음 날 코끼리 투어에 참여했다. 2022년 일부 여행사에서 동물학대를 이유로 관련 패키지가 폐쇄됐다고 하는데, 당시에는 그 정도로 논란이 크진 않았다. 코끼리에 오르니 가이드의 안내로 작은 강(개천)을 따라 이동한다. 강물은 흙탕이었고, 진흙 속에서 웅크린 채 낮잠을 자는 들소도 있었다.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20~30분 정도 강 주변을 한 바퀴 돌았던 것 같다.


이어 강변에서 길쭉한 보트에 올라 20~30분 달리는데, 어느새 흙탕물이던 강을 지나 푸른 물결의 바다로 이어진다. 주변 풍경이 흔한 표현으로 ‘한 폭의 그림’ 같다. 어느 동양화에서 볼법한 산과 절벽이 수면 위로 이어지다 끊어지다를 반복하는데, 곳곳에서 관광객의 탄성이 이어진다. 이내 깔끔하게 관리된 팡아만 수상마을이 나타났고, 이곳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다시 보트에 올라 20분을 달리니 피피섬(Koh Phi Phi)이 나타났다. 푸켓과 안다만해 사이에 있는 작은 군도 중 하나다. 두 개의 섬으로 구성되는데 유인도인 큰 섬을 ‘피피돈(Koh Phi Phi Don)’, 작은 섬을 ‘피피레(Koh Phi Phi Leh)’라고 부른다. 보통 피피섬이라고 하면 피피돈을 의미한다. 제임스 본드의 영화 ‘007시리즈’ “황금총을 든 사나이”의 배경지로 유명하다.


마야베이(Maya Bay) 바로 앞 바다에 기다란 역삼각형의 바위를 꽂아놓은 듯한 멋진 풍경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모든 관광객들이 이 경치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여념 없다. 팡아만 주변에서 카누에 오르니 기암괴석으로 만들어진 섬 사이를 오가는 투어가 시작된다. 아무리 조심해도 옷은 젖기 마련이고, 아무리 잘 찍으려고 해도 사진의 수평을 잡기가 어려웠다.


카누에서 손을 뻗으면 천장이 닿을만한 아슬아슬한 수면을 통과하니 섬 한 가운데 커다란 공간이 나온다. 바다와 섬이 만들어낸 거대한 중정(中庭)인양 싶다. 주변으로 많은 나무들이 있었는데, 다들 잘 자라고 있는 게 눈에 띈다. 파도 때문인지 거대한 바위섬의 아랫부분은 안쪽으로 깊이 패여 있었다. 천혜의 관광자원을 갖춘 곳이라는 점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피피섬은 에메랄드빛 맑은 물이 인상적이다. 배의 하단과 바다 바닥이 고스란히 보일 정도로 깨끗하다.


다음날은 스노클링을 하기 위해 다시 피피섬을 향했다. 이번에는 피피레였다. 삐레 만(Pi Leh Lagoon)은 초록빛으로 우거진 수풀 위에 우뚝 솟은 석회암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수십 미터 아래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은 에메랄드빛 물이 특징이었다. 투명한 물위에 떠있는 배들이 마치 공중에 걸어놓은 처마 끝 풍경(風磬)처럼 보였고, 당장 바다 아래로 뛰어들고 싶었다.


스노클링 장비를 빌려서 바다로 뛰어들었으나 잠수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두툼한 구명조끼를 반드시 착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몇 차례 무리하게 잠수를 시도했으나 바로 튕겨져 나온다. 가이드에게 문의했으나 벗을 수는 없었다. 결국 포기하고 바닥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바다 속 풍경이 예뻤으나 수중사진을 찍을 만한 장비가 없어 눈으로 감상해야 했다.


1시간가량 삐레 만에 머문 뒤 로달룸 해변(Loh Dalum Bay)으로 향했다. 피피돈의 상업중심지로 백사장이 둘러싼 해변가에 레스토랑들이 많이 있었다. 수영하는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있었으나 대부분은 모래사장을 한가하게 걷거나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삐레 만과 마찬가지로 여기에서도 바다를 지나는 보트의 바닥까지 선명할 정도로 물이 맑았다.


왓찰롱사원은 고명한 세 명의 승려를 형상화한 불상을 보러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마지막 날에는 왓찰롱사원(Wat Chalong)으로 향했다. 태국에 왔으니 사원을 빼놓을 수는 없다. 동남아 사원 방문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푸켓 중심지에서 남쪽으로 8km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덕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복장 규정이 있었는데, 무릎이 닿는 정도의 반바지는 제한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나 중국 사찰과는 전혀 다른, 화려한 분위기가 생경함을 자아냈다.


사원은 정문과 본당, 대탑(Phra Mahathat Chedi)로 이어지는데, 경건한 태도로 기도하는 이들을 방해하지 않으려면 조심해야 했다. 대탑은 높이 60m에 달하는 왓찰롱의 상징이다. 최상단에 부처님 사리를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내부 벽화가 섬세하다. 다양한 자세로 자리 잡은 불상들이 있었고, 사원 한 구석에서 고양이 두 녀석이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다. 귀여웠다.


마라 5세 치하인 1876년 주석광산의 중국인 광부들이 광산업자의 무리한 노동력 착취에 반발했을 때 다친 광부들의 치료를 도왔던 루앙 포 참을 비롯해 루앙 포 차웅, 루앙 포 글루암 등 세 명의 승려들을 불상처럼 앉아있다. 온몸에 금박을 한 채 붉은 가사(袈裟)를 입고 있었는데, 많은 이들이 기도하고 있었다. 승려들의 밀랍인형이 미라(mirra)처럼 만들어져 있기도 했다.


[푸켓 MTA] 피피섬, 마야베이, 로달룸 해변, 왓찰롱사원 빠통비치, 빅부다, 올드타운, 시암니라밋


푸켓은 태국에서 가장 큰 섬이며, 동쪽에 위치한 피피섬이 핫스폿으로 첫손에 꼽을 만하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2017년 9월, 태국의 수도 방콕에 도착했다. 그동안 태국을 다녀왔으나 수도를 가지 않았다는 게 왠지 하다 만 숙제 같이 마음에 걸렸다. 10년 만에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개운한 마음으로 방콕 수완나품국제공항(Suvarnabhumi Airport, BKK)에 도착했다. 2019년 세계 100대 공항 중 46위에 올랐는데 인구 1000만명이 넘는 대도시답게 깔끔했다.


시내 중심의 고급 호텔을 잡았다. 미주나 유럽에 비해 좋은 시설을 매우 경제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었다. 늦은 시간에 도착했기 때문에 샤워 후 바로 잠이 들었다. 우리나라와 시차가 2시간이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다음날 아침 조식을 챙겨 먹은 뒤 방콕에서 100km 떨어진 담넌사두억 수상시장(Damnoen Saduak Floating Market)으로 향했다.


태국에서 가장 유명한 수상시장으로 별도 비용을 내고 보트를 이용할 수 있다. 운하와 수로로 만들어진 대형 시장으로 전통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서 방콕에서 당일 투어로 많이 찾는 곳이다. 과일과 잡화, 기념품을 실은 목선들이 교통체증을 유발하듯이 수로를 지나고 있고, 수상가옥 역시 기념품과 의복, 과일, 전통음식들을 파는 상점들과 일반 주택이 혼재해 있었다.


방콕 인근에서 가장 유명한 담넌사두억 수상시장. 관광객과 상인이 많았지만 수질은 좋지 않았다.


다만 강물은 짙은 회색빛이었다. 운하와 수로로 유명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Amsterdam)이나 이탈리아의 베네치아(Venezia)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혼탁했다. 좁은 수로를 대부분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동력보트들이 오가다보니 물이 맑을 수 없었고, 소음과 매연도 심했다. 노를 젓는 보트(Rowboat)도 있었으나 많지 않다. 최근엔 전기보트가 시도되고 있다고 한다.


‘누들스프(Noodle soup)’라고 적힌 수상식당에는 일본어와 중국어에 이어 한글로 ‘국수보트’가 적혀 있었다. 식사를 마친 뒤 주변을 돌아봤다. 상가가 아닌 주택처럼 사용하는 가옥들이 있었는데, 영화 ‘허삼관’의 세트처럼 낡고 작은 목조주택들이 살림살이로 빠듯하게 채워져 있다.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강아지가 있었고, 제대로 마를까 싶은 빨래들이 널려 있었다.


수로 옆에 왓쪼티타야까람(Wat Chotithaykaram) 사원이 있었다. 선착장이 사원 입구다. 잠시 내려서 내부를 둘러봤으나 유명한 곳은 아니었는지 볼거리가 많지는 않았다. 다시 보트에 올라 수산시장을 통과해서 야자수가 늘어진 수로를 지나 처음 보트를 탔던 곳으로 돌아왔다. 이후 경험한 암스테르담이나 베네치아와 달리 훨씬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보유하고 있었다.


방콕으로 돌아와서 한국문화원에 들렀다. 한국인이 많이 찾을 것 같진 않았지만 숙소 인근이라 편하게 방문할 수 있었다. 이듬해 열릴 2018 평창동계올림픽 홍보에 여념 없었는데, 다양한 동계스포츠 모형들과 입간판뿐 아니라 대형 마스코트 수호랑(Soohorang), 김연아 선수와 이민호 배우의 실물 크기 사진이 있었는데, 사진 찍기 좋게 포토존처럼 구성해두고 있었다.




2017년에 방문한 방콕의 시암니라밋은 한국대사관 옆에 있었는데, 현재는 영구 폐쇄된 상태다. 푸껫에서 같은 쇼를 볼 수 있다.


다음 날은 점심시간에 맞춰서 쇼핑몰 터미널21을 찾았다. 시암파라곤(Siam Paragon)이 유명했지만 4km나 떨어져 있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고, 터미널21은 1km가 되지 않아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제일 높은 층에 한인식당이 있었는데, 깨끗하고 넓게 자리 잡고 있었다. 마음에 들어서 이튿날 저녁에도 태국에 거주하는 지인가족을 만났다.


방콕의 4일째. 시암니라밋(Siam Niramit)에 코끼리를 보러 갔다. 주태국 대한민국대사관 바로 옆에 위치한 대형 공연장이었는데, 지금은 폐쇄된 것으로 나온다. 현재 푸껫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하는데, 2017년 당시에는 상당히 인기가 좋은 공연장이었다. 코끼리가 인파를 누비면서 음식을 얻어먹었고, 태국 전통복장을 한 무용가들이 광장 복판에서 무대를 펼치기도 했다.


파타야 수상시장은 걸어서 충분히 관광할 수 있는 규모였다. 출렁다리와 촘촘하게 연결된 통로가 인상적이다.


그리고 5일째는 방콕에서 동남쪽으로 145km 떨어진 관광도시 파타야(Pattaya)로 향했다. 파타야 수상시장을 들어갔는데, 며칠 전 갔던 방콕의 수상시장보다는 나았으나 역시 회색빛 수질은 혼탁했다. 보트를 타는 관광객들이 있었지만 걸어서 구경하기로 했다. 출렁다리가 있었고 목재로 만든 4층 높이의 전망대가 살짝 위태로워 보였다. 메인스트리트 같은 수로도 있다.


1시간30분을 둘러본 뒤 농눅빌리지(Nong Nooch Tropical Garden)로 향했다. 입구부터 화려한, 무려 200만평이 넘는 개인 소유의 농장이었다. 1954년 농눅 탄차나가 남편에 대한 사랑으로 150종의 선인장과 500종의 난초, 200종의 고사리 등으로 열대식물원을 세웠는데, 아들 깜퐁 탄사차(Kampon Tansacha)가 아시아 최대 식물원이자 테마파크로 키워냈다고 한다.


농눅빌리지는 압도적인 규모와 퍼포먼스로 관광객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그 넓은 공간에 한 곳도 방치하지 않았다. 여느 테마파크에도 밀리지 않을 다양한 장식들이 정원을 채우고 있었고, 걸어서 다니기 힘들 정도로 거대하고, 다양한 볼거리을 갖추고 있었다. 수십 대의 슈퍼카가 전시된 공간이 특이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막판에는 커다란 극장에서 태국 전통쇼와 무에타이 대결이 벌어졌고, 코끼리쇼는 별도의 야외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날은 그동안 빼놓았던 방콕 시내투어를 진행했다. 방콕 왕궁(The Grand Palace)을 입장했는데, 1시간을 둘러보고 나왔다. 볼거리는 충분한 것 같았지만 일반적으로 1시간 안팎을 체류한다고 한다. 금빛으로 두른 왕궁 건물들과 정교한 조각들이 지금까지 태국을 지배해온 역대 왕들을 떠올리게 한다. 화려한 건물들과 넓은 공간이 묘한 위엄을 느끼게 한다.


태국왕궁은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며 평균 관람시간은 1시간 정도다. 방콕 시내에 건립한 민주기념탑은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방콕 MTA] 왓포(Wat Phra Chetuphon), 방콕왕궁, 왓 아룬(Temple of Dawn, Wat Arun), 방콕 왓 프라깨우(Temple of the Emerald Buddha, Wat Phra Kaew), 담넌사두억 수상시장, 왓쪼티타야까람, 시암파라곤, 시암니라밋(폐쇄)


[파타야 MTA] 진리의 성전(the Sanctuary of Truth), 꼬란(Koh Larn), 백만년 바위 공원과 악어 농장(Million Years Stone Park & Pattaya Crocodile Farm), 수산시장, 파타야 비치(Pattaya Beach), 농눅빌리지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유명 휴양도시 파타야를 가려면 145km를 달려야 한다. 그리 멀게 느껴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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