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km/h 초과에 300달러… 그래도 좋았던 뉴질랜드

[뉴질랜드2] 밀포드사운드 퀸스타운 스카이타워 와카… 또 가고 싶은 나라

by Keeper of HOPE

남섬과 북섬으로 이뤄진 뉴질랜드는 전체 면적으로 보면 영국보다 조금 더 크다. 인구는 2023년 기준 519만명으로 세계 123위다. 반면 가축인 양은 2500만 마리로 5배나 많고, 소도 1000만 마리로 2배나 많다. 그나마 많이 줄어든 수치라는 게 포인트. 1982년 국민 1인당 양이 22마리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처음으로 5마리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차를 몰고 다니다보면 사람보다 양과 소를 훨씬, 정말 훨씬 많이 보게 된다. 이 녀석들도 사람이 반가운지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으면 한 번씩 관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특히 남섬에서 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오클랜드와 웰링턴 등 대도시가 많은 북섬과 달리 남섬은 크라이스트처치 말고는 대도시가 없었고, 다른 도시들도 자연친화적 이미지가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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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포드사운드에 가는 도중 들리게 되는 에글링턴 밸리와 뉴질랜드 인구보다 5배나 많다는 양떼. 뜬금 없이 귀엽다.


뉴질랜드의 주요 호수 중 가장 남쪽에 있는 테아나우는 북섬의 타우포 호수(Lake Taupō)에 이어 2위, 남섬에서는 가장 큰 호수였다. 전날 저녁에 도착한 탓에 다음날 아침이 밝아온 다음에야 호수를 둘러볼 수 있었다. 호수는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과 세계유산 테와히포우나무(Te Wahipounamu) 국립공원 범위 안에 있는데, 사람이 거주하는 마을도 별로 없었다.


작은 수상비행기와 요트들이 물위에 떠있었는데, 호수 주변으로 사람이 많지 않고 조용했다. 호수는 해발 210m, 최대 수심이 270m으로 알려졌는데, 현지 안내판에는 해발 202m, 최대 수심이 396m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해발이야 수량에 따라 오갈 수 있는데, 수심은 좀 애매했다. 누가 정확한지는 알 수 없겠지만, 암튼 호수 바닥이 해수면보다 낮은 것은 분명했다.


굉장히 넓게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남북 65km 길이로 이어진 테아나우는 노스 피오르드, 미들 피오르드, 사우스 피요르드 등 3개의 큰 피요르드 서쪽에 호수를 형성하고 있었고, 수평선이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충분히 아름답고, 꾸미지 않은 자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흡족했지만, 사진을 많이 찍을만한 절경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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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아나우 호수는 뉴질랜드 남섬에서는 가장 큰 호수다. 밀포드사운드를 방문하기 전에 하루를 묵었다.


사실 이날의 주요 관광지는 밀포드사운드(Milford Sound)였다. 피요르드랜드 국립공원, 피오피오타히 해상보호구역, 세계유산인 테와히포우나무 공원 내에 위치하며 피오르(fjord) 해안으로 이어진다.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 알려진 뉴질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였다. 막상 볼거리가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바다로 이어지는 절벽과 수많은 폭포들이 장관을 만든다.


가는 길에 주변에 유독 아름다운 평원이 펼쳐진다. 빙하가 지나면서 만들어진 U자 계곡과 그 밑으로 이어지는 누런 풀밭이 그냥 지나갈 수 없게 한다. 에글링턴 밸리(Eglinton Valley)였다. 주요 관광지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운전 도중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알고 보니 밀포드 사운드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한 번씩 들르는 곳이었다. 점프샷을 하는 관광객들이 있었다.


초기 유럽 탐험가를 포함해 제임스 쿡 선장도 좁은 입구 안쪽으로 그렇게 큰 만(灣)이 있을 줄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쳤다고 한다. 그러다가 1812년 존 그로노라는 선장이 이곳을 발견한 뒤 자신의 고향인 웨일스의 밀포드 헤이븐으로 불렀고, 이후 존 로트 스톡스 선장에 의해 밀포드사운드로 명명됐다. 차만 겨우 다닐 수 있는 좁은 호머터널을 거쳐서 도달할 수 있다.


터널에 들어가기 전부터 비가 뿌리기 시작했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금새 터널 주변 바위를 타고 물줄기들이 쏟아져 내린다. 신호등을 한참 기다려서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들이 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입구 앞까지는 왕복 2차선이었으나 터널 내부는 차량 한 대만 지날 수 있는 단일차선이었다. 길이는 1.2km 정도였는데, 내려가는 경사가 매우 급하고 길이 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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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포드사운드는 뉴질랜드 최고의 관광지로 빙하가 만들어낸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수백 개의 폭포가 절경을 이룬다.


갱도 같은 터널을 빠져 나오니, 더 많은 비가 내린다. 내리막길 옆으로 이어지는 산골짜기마다 긴 폭포인양, 마치 두루마리 화장지인양 수십 개의 물줄기들이 형성돼 있다. 백 개의 폭포(Hundred Falls)였다. 터널을 지나고도 20~30분을 운전해서 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드디어 밀포드사운드가 나타났다. 입구에서 어렵게 주차를 한 뒤 크루즈회사들 있는 터미널로 갔다.


얼핏 보면 아주 잔잔한 호수 같다. 높은 산봉우리는 대부분 비구름에 덮여 있었고, 왼편에는 커다란 폭포처럼 물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강우량이 많으면 흩날리는 물방울과 안개로 인해 밀포드사운드의 절경을 보기 힘들다고 하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 크루즈를 타고 들어가면서 1200m 높이 절벽에서 수백 개의 폭포가 쏟아내는 물줄기를 온몸으로 즐길 수 있었다.


빙하기에 얼음덩어리가 천천히 흘러가면서 만들어낸 거대한 U자형 골짜기에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바닷물이 채워졌다. 침수된 U자형 골짜기는 좁고 깊은 만(灣)의 형태를 이루고, 지질학적으로 피오르 지형이라 부른다. 빙하가 수직으로 지나면서 수백 미터에 달하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만들었고, 터널처럼 깊게 침식된 탓에 밀포드사운드의 최대 수심 380m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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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포드사운드 크루즈투어는 2시간 내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단 안개비 같은 물방울을 감수해야 한다.


경치를 감상하며 50분을 달리면 어느새 태즈먼 해(Tasman Sea)와 연결되는 지점이 나온다. 태즈먼 해는 뉴질랜드와 호주 사이의 바다인데, 남태평양의 일부다. 크루즈 외부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날씨가 추워서 오래 버틸 수는 없다. 내부에서 잠시 몸을 녹인 뒤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지거나 멋진 풍경이 나타나면 재빨리 뛰어나가서 사진을 찍어야 했다.


다시 크루즈터미널로 오는 길 왼편으로 물개인지, 바다표범인지, 바다사자인지… 덩치가 커다란 녀석들이 경사가 제법 급한 바위 위에서 늘어져 게으름을 부린다. 어떻게 올라갔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조금 더 나아가니 커다란 폭포가 엄청난 수량을 쏟아내고 있었고, 모든 선박들이 바로 옆을 지나며 승객들에게 샤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럴 땐 그냥 맞아야 한다.


2시간의 짧은 운항이었는데, 잊기 힘든 경험이었다. 마지막으로 밀포드사운드의 풍경을 담고 차를 돌려 나왔다. 나오는 길에 캐즘(the Chasm, 틈새)을 들러 짧은 트래킹을 한 뒤 호머터널을 지나 빙하교차로(A glacial cross-roads), 건 호수(Lake Gunn), 미러 호수(Mirror Lake)를 들렀다. 미러 호수는 놀라울 만큼 깨끗한 거울처럼 주변 산과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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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아나우 다운스 인근과 미러 호수 등 밀포드사운드를 가는 여정은 여러 차례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게 한다.




다음은 퀸스타운(Queenstown)이었다. 밀포드사운드에서 직선거리로는 가까운데, 차량으로는 11시에서 1시, 반시계 방향으로 운전해야 했다. 다시 에글링턴 밸리와 테아나우 호수를 볼 수 있다는 점은 좋았으나 300km 가까운 거리를 4~5시간 달려야 했다. 늦은 시간에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 앞은 바로 호수였는데, 얼마나 예쁜지는 다음 날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


와카티푸 호수(Lake Wakatipu) 주변의 퀸스타운은 인구 3만명의 작은 리조트도시였지만, 어마어마한 풍경을 자랑한다. 개인적으로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로 꼽을 수 있다. 등반과 트레킹 뿐 아니라 제트보트, 패러글라이딩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의 인기가 높다. 번지점프를 상업화하고 대중적으로 알린 곳도 퀸스타운 인근 카와라우 다리(Kawarau Bridge)다.


20170416 Queenstown New Zealand003.jpg 스카이라인 퀸스타운에서 바라본 와카티푸 호수. 개인적으로는 뉴질랜드 최고의 호수로 꼽고 싶다.


곤돌라를 타고 제법 급한 경사를 올라 스카이라인 퀸스타운(Skyline Queenstown)에 도착했다. 저 앞으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이 지나간다. 당장 타고 싶었지만, 오늘 중으로 오클랜드에 가야 했다. 한국처럼 조교와 같이 타는 것도 아니었다. 줌으로 당겨서 호수를 보니 모터보트가 질주하고 있었고, 관광객이 많은 탓인지 인구에 비해 큰 타운을 형성하고 있었다.


기념품을 매입한 뒤 다시 곤돌라를 타고 아래로 보이는 호숫가로 향했다. 다운타운에 도착하니 줄이 길게 늘어진 베이커리가 눈에 띈다. 맛집이다. 빵을 산 뒤 메인 거리에 갔는데, 펑키스타일의 젊은 남성이 업라이트 피아노로 멋진 연주를 보여주고 있었다. 호숫가에는 오리가 여러 마리 있었다. 비록 뉴질랜드가 키위(kiwi)의 나라였지만, 아무리 봐도 키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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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한 관광지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단연 퀸스타운이 아닐까.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빌린 렌터카를 퀸스타운에서 반납해야 했다. 공항에서 복잡한 절차 없이 차를 반납한 뒤 게이트가 9개인 공항에서 비행기에 올랐다. 공항 주변은 광활한 허허벌판이었다. 이제 남섬을 떠날 시간이다. 사실 자연이 아름다운 뉴질랜드는 남섬 여행이 메인이다. 북섬을 생략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다 똑같을 순 없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map029_뉴질랜드 남섬02.jpg 테아나우 호수에서 밀포드사운드, 다시 퀸스타운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뉴질랜드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뉴질랜드 남섬 MTA] 테아나우 호수,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 테와히포우나무 국립공원, 백 개의 폭포, 밀포드사운드, 더캐즘, 미러 호수, 건 호수, 빙하교차로, 퀸스타운, 와카티푸 호수, 스카이라인 퀸스타운




2시간 남짓 비행하니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한다. 공항에서 바로 렌트카를 픽업했다. 이번에는 좀 더 큰 차를 택했다. 북섬에서는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5일간 교통법규와 제한속도를 지키며 그 어렵다는 우핸들, 좌측통행을 해온 터였다. 참고로 뉴질랜드 고속도로는 최대 제한속도가 100km/h였다. 속도를 낼 수 있는 차가 필요한 나라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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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옛 수도 오클랜드는 가장 뉴질랜드답지 않은 대도시였다.


오클랜드는 지금까지 봐온 뉴질랜드와는 달랐다. 딱 대도시였다. 다만 행인은 놀라울 정도로 적었다. 공항에서 스카이타워 근처로 이동했다. 20분 정도 걸린다. 간단한 시내투어에 이어 바이덕트 하버(Viaduct Harbour)에서 바다를 구경한 뒤 바로 스카이타워로 가서 티켓을 끊었다. 대기하는 동안 직원이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정중히 사양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유리 바닥 아래로 오클랜드 거리가 보인다. 유리가 깨끗하지는 않아서 그런지 별로 무섭지는 않았다. 소심하게 점프를 해본다. 분명 환한 낮 시간에 올라간 것 같은데, 뉴질랜드의 4월 일몰은 빨랐다. 어느새 해가 지고, 서쪽 바닷가 너머로 남아 있던 석양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불과 30분 만에 낮 풍경과 밤 풍경을 모두 감상하고 사진을 찍은 뒤 타워를 내려왔다.


오늘 숙소는 로토루아 호수(Lake Rotorua) 인근이다. 240km 이상 남쪽으로 달려야 한다. 뉴질랜드 피자헛을 어떨까. 커다란 피자와 탄산음료를 들고 속편한 여행을 시작했다. 도중에 뉴질랜드 제4의 도시 해밀턴(Hamilton)을 거쳐서, 영화 ‘반지의 여왕’ 3부작과 ‘호빗’의 촬영장 호비튼 영화세트(Hobbiton™ Movie Set)에 들렀으나 캄캄한 밤이다. 야경으로 몇 컷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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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토루아 박물관과 와카레와레와. 마오리 족의 역사와 전통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로토루아 숙소는 사우나 시설이 있었는데 지붕 없이 별을 볼 수 있었다. 비가 살짝 흩뿌리는 게 오히려 좋다. 자고 일어나니 대지는 젖었으나 뉴질랜드에서 머문 1주일 중 가장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뉴질랜드에서의 마지막 날을 환송하는 듯했다. 인근 마트에서 쇼핑했는데, 한글로 “기념품점”이라고 써놓은 상점이 있었다. 뉴질랜드에서는 유독 한글을 자주 접한다.


간단한 요깃거리를 구입한 뒤 로토루아 박물관을 갔다. 로토(Roto)는 호수, 루아(Rua)는 둘, 두 번째라는 의미다. 즉 로토루아는 두 번째 호수의 의미를 지닌다. 박물관은 로토루아 중심부에 위치했으며, 2000개 이상의 마오리 타옹가(Taonga)를 소장하고 있다. 넓게 펼쳐진 잔디 위로 원주민 마오리족(Māori People)을 상징하는 조각품들과 온천시설들이 드문드문 있었다.


사실 뉴질랜드 여행은 남섬 위주로 계획했다가 마지막 1박2일로 북섬을 끼워 넣은 상황이라 일정이 촉박했다. 와카레와레와(Whakarewarewa)로 향했다. 와카레와레와는 ‘와히아오의 전쟁 무리가 모이는 곳’이라는 뜻이며, 지역에서는 ‘와카(Whaka)’로 줄여서 말한다. 1325년 점령한 마오리 테 푸이아(Te Puia)의 요새였으며, 전쟁에서 함락할 수 없는 요새로 알려졌다.


티케팅을 하고 내부로 들어가니 하의만 입은 마오리 전사가 창을 들고 춤을 추는데, 검무(劍舞)는 아니고 창무(槍舞)라고 부르면 될 것 같았다. 관광객들이 실내로 들어간다. 따라 들어갔다. 마오이 전사들과 여성들이 때론 다이내믹하게, 때론 부드럽게 고전 군무를 이어갔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무대 위로 불러서 간단한 장비를 주고 마오이 전통춤을 추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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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 푸이아는 지열을 바탕으로 뜨거운 염화온천과 7개의 간헐천이 여전히 활동하는 곳이다.


한바탕 신나는 춤마당이 끝나고, 테 푸이아를 본격적으로 관람하기 시작했다. 마오리 예술공예연구소(NZMACI)가 있는 지열계곡으로 500개의 풀이 있으며, 대부분 알칼리성 염화온천이라고 한다. 7개의 간헐천이 활동하고 있는데, 포호투 간헌철은 간간히 30m 높이까지 뜨거운 증기를 뿜어 올리고 있었다. 키위가 사는 집이 있었고, 접근을 통제한 작은 연못들도 있었다.


마오리 전사를 조각한 나무는 우리나라 하회탈을 떠올리게 했고, 전사들이 탔을 기다란 배가 깔끔하게 전시돼 있었다. 예전 주거시설을 복원한 초가집들은 일부 지붕이 허물어진 채로 있었는데, 그 또한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다. 마오리 전통 조각인 모코(Moko)를 현대적 디자인으로 표현한 입구를 지나서 나오는데, 서서히 하늘이 흐려지더니 이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검은 백조가 인상적인 로로루아 호수를 들른 뒤 와이토모 동굴(Waitomo Caves)을 꼭 보고 싶었지만 출국시간이 빠듯했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부지런히 차를 달려 주차하고, 다시 티켓박스까지 뛰어갔지만,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았다. 애초 무리한 일정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클랜드 공항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올랐다. 통행료를 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20170417 Waitomo Caves New Zealand001.jpg 뉴질랜드의 마지막 날 하늘에 떠오른 무지개


왜냐하면, 속도위반 스티커가 워낙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급한 마음에 6일간 잘 지켜온 제한속도를 어긴 것이다. 눈치껏 속도를 내려고 했는데, 딱 121km/h에 달했을 때 전면 갓길에 서있는 작은 박스카를 발견했다. 급하게 속도를 줄였는데, 딱히 사이렌을 울리거나 시그널을 주지 않고 그때부터 따라오기 시작했다. 혹시나 싶어 갓길에 차를 세우니 경찰이 다가왔다.


천천히 입을 연다. 21km/h를 초과했으며, 뉴질랜드 법에 따라 뉴질랜드 300달러를 부과하게 되는데, 이 내용은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Wellington)으로 전달된 뒤, 대한민국 서울로 가게 되고, 거기에서 아마 당신 집으로 전달될 것이라고 했다. 가뜩이나 급한 마음에 조금만 빨리 설명해달라고 했다. 여권을 확인하고 주소를 받아 적는데, 우리말을 옮기는 게 또 한참이다.


“직접 적어도 되느냐”고 물으니 어깨를 으쓱하면서 펜을 건넨다. 빠르게 집주소를 적으면서 순간 유혹에 빠졌다. 주소가 조금만 틀리면 날아오지 않을 스티커였다. 그래도 정직하게 적었다. 다른 특별한 확인 없이, 경찰은 다시 몇 가지 설명을 한 뒤 뉴질랜드에서는 어느 곳에서도 100km/h 이상으로 달릴 수 없다는 주지의 사실을 강조하고 한국인 운전자를 방면했다.


100km/h로 부지런히 달려서 약 3시간 만에 공항에 도착했고, 빛의 속도로 렌터카를 반납하고, 공항 세관을 통과했다. 세관을 지나니 그제야 마음이 편하다. 그동안 챙기지 못한 뉴질랜드 기념품과 티셔츠, 초콜릿을 챙겨서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3주 뒤 어김없이 뉴질랜드산 스티커가 우리 집 우체통까지 배달됐다. 그날 송금했다. 개운했다. 뉴질랜드는 또 가고 싶다.


[뉴질랜드 북섬 MTA] 오클랜드 스카이타워, 바이덕트 하버, 로토루아 호수, 호비튼 영화세트, 로토루아 박물관, 와카레와레와(Whakarewarewa), 테 푸이아, 와이토모 동굴


map030_뉴질랜드 북섬.jpg 뉴질랜드 북섬은 오클랜드와 로토루아, 와카레와레와 등이 주요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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