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날
어제 내린 비로 하늘은 더 파랗고, 나무들은 더 푸르러져 5월의 신록을 보면 자연스럽게 흥얼거려지는 노래가 있다. 어린이였을 적엔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를 목청 돋우어 불렀고, 다 자란 우리들은 오월의 싱그러움을 한껏 누리기 위해 밖으로 떠날 일밖에 없다.
오늘은 내가 속해 있는 365 ET 밴드의 상반기 정기모임이 있는 날이다. 모임의 참가자들은 정해진 장소 포천으로 떠나기 위해 출발 장소로 집결한다. 좋아하는 운동 테니스를 야외로 나가서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고무됐을까? 모두의 표정은 밝고 설렘 가득하다.
주말치고는 도로의 교통 사정이 원활한 흐름이다. 예정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포천의 일동 테니스클럽, 비가 개인 후의 쾌적한 상태의 코트를 보니 심장의 박동수가 달라진다. 오늘의 초대자 백종기 회원님의 일동 테니스클럽은 포천의 명문클럽답게 실내외 시설이 완벽했고, 모두는 오월의 태양 아래 펼쳐질 청백전에 임하는 준비를 한다.
그 옛날 테니스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 땡볕에서 헉헉거리면서 노란 공을 쫓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어느 양반 댁 어르신이 "아이고야 저런 일은 머슴을 시키지 왜 저리 사서 고생하노~" 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 어르신은 하늘에서 보면서 이제는 이해를 하실 듯하다. 왜 우리들이 뙤약볕에서 저리 즐거이 노는지 말이다. 테니스는 하지 않는 사람들은 결코 알 수 없고 또한 반으로 떼어서 나눌 수도 없는 즐거움이다.
오늘의 이벤트 남녀 청백전을 마치는 소감으로 테니스 여제(女帝) 나브로틸로바가 했던 어록이 생각난다. "이기는 것은 덧없다. 하지만 시합에서 매너 있게 행동하고 자신과의 시합에서 명예롭게 게임하는 것에 느끼는 것에 더 할 수 없는 즐거움은 평생 지속된다." 365 ET 밴드 모임이 지향하는 바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회원들의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5월 17일에 열린 포천 나들이는 우리 생애 기억할 만한 또 하나의 테니스 여행이었다. 우리들의 삶의 여백을 채우는 공간 테니스 코트에서 보낸 하루, 그리고 운동 후 보양식을 먹으면서 체력을 보충하고 백종기 회원 님의 생수공장 견학과 선물을 낑낑 안고서 집으로 향하는 길에는 운동하는 동안 참아줬던 비가 세차게 내린다. 도착 후 마무리로 차 한 잔의 여유와 함께 오늘의 일정이 마무리된다.
우리는 매년 이때를 생각하면서 오늘을 '어른의 날'로 정했으면 좋겠다.
2025.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