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켓 메고 떠나는 테니스 여행
轉. 나비효과
나비효과란 어떤 일이 시작될 때 있었던 아주 작은 변화가 결과에서는 아주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이론이다. 미국의 어떤 기상학자가 주장하는 것으로써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의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이론이다.
쏴와와------------------
금요일 밤부터 하늘을 뚫고서 시원하게 쏟아지는 장대비가 메마르다 못해 푸석해진 대지와 함께 타들어가는 농심(農心)에 생기를 돌게 해준다.
테니스를 배운 이후 클레이 코트를 젖게 하는 비 소식은 언제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었는데 오늘따라 허공을 가르는 빗소리가 상쾌하기만 하다.
두어 달 넘게 내내 코트의 흙먼지 일으키며 마냥 즐거웠던 나와 오랜 가뭄으로 말라가는 저수지를 바라보면서 하늘을 원망하는 사람들을 대조하면 라켓 메고 운동하러 다니는 것도 미안한 마음 가득했는데 저수지를 채워주는 단비가 그동안 송구스러운 마음까지 해갈시켜 준다.
단비가 그친 후의 일산 모임은 적당한 해가림으로 자외선은 차단됐지만 잔디코트에서 올라오는 습한 기운 때문에 코트 주변은 그야말로 야외 한증막이다. 이리저리 뛰다 보니 거친 호흡과 함께 땀구멍이 열리면서 주체할 줄 모르고 줄줄 흘러내리는 땀과 함께 몸 안의 노폐물이 배출되면서 엔도르핀이 절로 솟구친다.
거참 이상한 일이로다. 비가 왔을 뿐인데 내 몸에 이토록 좋은 현상이 생기다니 이것이야말로 진기한 나비효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산 모임에 아직 못 오신 분들은 한 번쯤 오고 싶고, 한 번 다녀가신 분들은 다시 오고픈 마음이 생기는 것은 이유가 있다. 그것은 손님을 편안하게 해주는 진심 어린 마음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맞이하는 한 분 한 분의 작은 입김이 커다란 훈풍이 되어 밖으로 전해지니 멀리서 가까이서 많은 분들이 가족을 만나는 기분으로 찾아오는 것은 당연한 일.
남양주에서 남산지기님이 오셨고,
동해에서 나도에넹님 부부가 오셨고,
원주에서 테로만처 일가족이 오셨으니
이 또한 나비효과라 여겨진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기대되는 잘 짜진 경기대진표, 점심으로 넉넉한 오색 면발 풀어헤친 뜨끈한 잔치국수, 운동 후 먹는 세상에서 제일 맛난 음식들과 관전하면서 주고받는 유머러스한 테니스 이야기가 나비효과를 더욱 증폭시키지 않았나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