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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닮은 테니스

承. 이런 마음이라면

by 조원준 바람소리


짬을 내 코트에 와서 운동하는 맛은 출출할 때 먹는 간식이나 야참과도 같은 별미다.

외근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려고 보니 근무도 퇴근시간도 어중간하여 발길을 코트로 돌린다.


요즘 해가 점점 길어져 4시 이후라도 코트에 들리면 한 게임 정도는 할 수가 있으니 운동하는 시간이 특식을 먹는 거처럼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플레이볼~!!!


네트 앞 전위를 피해서 서로 주고받는 스트로크 랠리가 꽤 오래 진행되고, 센터 깊숙이 오는 상대의 볼을 어렵사리 받아넘겼더니 길게 뻗어가는 볼이 라인 근처에 떨어진다.


임팩트 순간에 힘이 더 들어가 조금은 길다는 느낌을 받아서 나의 볼이 아우트(out)된 줄 알았는데 희미한 라인에 낙하지점의 위치를 정확히 짚어내지 못한 상대는 서슴없이 인(in)이라고 인정한다.


설령 아웃이라 해도 무방했을 텐데 좋은 마인드를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승, 패를 떠나서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게임을 이어갔다.




경기 중에 가끔씩 인-아우트 시비가 발생한다. 특히 멀어서 안 보이는 경우에 보통 사람이면 대다수가 본인이 유리한 쪽으로 판정을 하기에 불신이 생겨 다툼이 커지기도 하고 볼썽사납게 되기도 한다.


친선경기라 하여 승부 욕이 없진 않다. 오늘 같은 경우 애매한 상황에서 깨끗하게 상대의 득점을 인정해 주는 이런 마음이라면 코트에서 다툴 일이 뭐가 있을까?


양보는 불필요한 시간의 허비를 없게 하고 서로에게 이로움을 주는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인정(人情)이 없는 사람이면

인정(認定) 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던가.


볼도 고수지만 마음까지도 고수인 상대에게 마음속 경의를 표한다.


꾸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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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