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는 안 되는 거죠?

by 조원준 바람소리


아침 운동이 좋아서 이른 아침 동트기 전 산에 오른다. 동지가 지난 지 오래됐지만 아직 차갑게 긴 어둠을 품고 있는 겨울 산 등산로를 오르면서 문득 본능적으로 무서움이 들기도 한다.

그 무서움은 오를 때보다 중턱에서 둘레길 따라 가로질러갈 때 한층 더 생기는데 마른 낙엽 밟아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게 되고, 저 멀리 모퉁이에 하얀 옷을 입은 누군가가 꼭 앉아있는 느낌이 들어 몸이 오싹해진다.

인기척 없는 어둠 속을 걸어가면서 두리번 두리번거릴수록 공포는 더 생겨서 '이런 이런~ 무섭다고 되돌아갈 수도 없고 이럴 때 앞뒤로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하면서 한참을 가다 보니 어둠을 뚫고서 희미하게 소리가 들려온다.

"야호이~ 야호이~"
"어으어으어으~~~~~~~~"

오!... 바짝 조여왔던 긴장감을 풀어주는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저 앞에서 오는 분이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구세주 마냥 반갑다.

평소 저음의 저 소리는 무슨 내공을 수련하는 기합처럼 울려 퍼져서 생각하고 걷는 나의 산행에 방해라도 하듯 귀에 거슬리고 기분까지 나빠져서 되도록이면 그분을 안 만나길 바라면서 산길을 걸었었는데 그 소리가 오늘은 천사의 나팔소리처럼 들려온다.




코트에서 보통 사람이 많을 때는 하수분의 한 게임 요청이 썩 내키지 않을 때가 있다. 어느 날 아무도 없는 코트에서 한 사람이라도 아쉬워서 기다리다가 그 사람이 나타나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나 스스로에게 '너는 필요에 따라 마음을 달리 갖는 참 편리한 사고를 가진 놈이구나...' 하고 꾸짖어 본다.


2009. 1


<테니스에 반하다> 책 본문 101쪽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