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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에 테니스를 담다

지상담병

by 조원준 바람소리


지상담병(紙上談兵)


기원전 3세기 중반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진(秦) 나라와 조(趙) 나라가 천하통일의 권을 놓고서 국운을 걸고 바지에 벌린 전투 장평대전(長平大戰) 이야기다.




기원전 265년 진은 명장 백기(白起)를 보내 한(韓)을 공략했고, 한은 영토가 남북으로 두 토막 나 북쪽 상당(上黨) 지방이 고립되었다. 그러자 한나라 상당 군수 풍정은 진나라에게 땅을 뺏기느니 조나라에게 준다고 조에 항복해 버렸고, 효성왕(孝成王)이 덜컥 받은 것이 진나라의 노여움을 사게 되어 전쟁이 발발하였다.


조나라 효성왕 7년, 진나라 소양왕(昭襄王)은 조나라를 치기 위해 출병했고 양측의 군대는 장평(長平)에서 맞섰다. 조나라에서는 염파(廉頗)를 장군에 임명하여 진나라 군대에 대적하게 했다. 염파의 전략은 철저한 수비로써 진나라 군대가 여러 차례 도전해 와도 응전하지 않고 방벽을 굳게 지키기만 했다.


진나라는 이 전투의 어려움이 조나라의 명장 염파에 있음을 알고 눈엣가시인 염파를 제거하기 위해 첩자를 풀어 진나라가 두려워하는 것은 염파가 아니라 마복군 조사(趙奢)의 아들 조괄(趙括)이라고 헛소문을 퍼뜨렸다.


진나라의 심리전에 넘어간 조나라 효성왕은 염파를 파면하고 조괄을 장군으로 삼으려 했고 문무백관 앞에 선 조괄은 실력을 정받기 위해 "병법에서 실전 전략은 자연의 변화처럼 무궁무진하다"라고 하면서 다섯 가지 지론을 펼친다.




하나. 오음(五音)...

궁, 상, 각, 치, 우, 다섯 가지 음률이 만들어 내는 소리는 광풍이 몰아쳤다가 고요함이 찾아오는 순간순간 자연의 변화처럼 끝이 없으며,


둘. 오색(五色)...

청, 백, 적, 흑, 황, 색영롱한 다섯 가지 색깔의 조합으로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은 눈이 부시고,


셋. 오미(五味)...

쓰고, 달고, 시고, 짜고, 매운 다섯 가지 양념이 요리사 손에서 황홀한 맛으로 탄생한다.


이는 변화의 오묘함을 잘 다스리고, 또 부려서 상대를 무너뜨리는 전략을 말함이다.


조괄이 자신만만하게 내세운 다섯 가지 지론은 병법으로 삼기에는 훌륭했지만 결국 큰 소리로 끝이 났고 훗날 '지상담병(紙上談兵)' -종이 위에서만 병법을 말하며 현실을 반영 못 하는 탁상공론만 일삼는 짓-이라는 고사성어를 남긴다.




테니스의 지상담병...


테니스의 기술은 오기(五技)라고 할 만한 서브, 리턴, 스트로크, 발리, 스매시 다섯 가지가 있다.


볼의 변화는 내가 서 있는 위치에서 볼과 라켓이 마찰하는 임팩트 순간에서부터이며 오기(五技) 모두 이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이처럼 테니스는 몇 가지 안 되는 기술을 사용하면서 경기에 임한다. 게임 중 상황에 따라 변화가 생기고 거기에 맞게 대응을 해야 하기에 어려운 운동인 것이다.


그러기에 오기(五技)를 잘 알고 있으나 이를 실전에서 반영하지 못하면 이 또한 지상담병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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