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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준 바람소리 Jun 05. 2024

테니스는 내 삶의 일부...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2)


5년 전으로 기억된다.     


포핸드스트로크가 언제부턴지는 모르겠지만 쉬운 찬스 볼에서 네트에 걸리기 시작하였다. 그때는 어깨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오히려 볼이 안 나가는 현상이려니 하면서 나의 스윙에 문제가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어느 날 게임 도중에 볼이 네트 위로 넘어가지 않으면서 어깨에 힘이 완전히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어깨 인대 하나가 끊어지지 않았을까 한다.)     


당시 경추디스크 인한 통증이 심해서 그 영향인 줄만 알고 목을 치료하면 되겠지 하고서 여기저기 통증 크리닉을 다녔는데도 효과를 보지 못하다가 비수술로 치료하는 한방요법으로 목 상태가 좋아졌고 그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른팔의 힘도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았다.     


그렇긴 하나 나이 서른에 배운 테니스는 10년을 넘긴 시기에 가장 혈기가 왕성하여 어떤 샷이든 잡아서 칠 수 있는 볼은 내가 의도한 대로 파워나 방향 조절도 되어 이 상태는 지속되리라고 각했는데 50대 중반을 넘어설 즈음에 급작스런 몸의 변화와 함께 옛 시절의 상태는 돌아올 수 없는 과거가 돼버렸다.


마음은 젊음 그대로지만 몸은 나도 모르게 노화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항상 넘치는 의욕 때문에 몸의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다.


통증은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다. 거기에는 분명한 원인이 있고 제대로 알고 알맞은 치료를 해야 하거늘 본인이 편리한 대로 자가 진단하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이 결국에는 병을 키운다.


근골격계에 이상이 생기면 초기거나 증세가 가벼운 데도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정밀검사까지는 호들갑일 수 있겠지만 굳이 병을 키울 필요는 없고,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칠 바에는 처음부터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한 진단과 조치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은 대목이다.  




(病)은 널리 알리라고 했던 옛말이 틀리지는 않았나 보다. 선수 출신의 오랜 지인이 내가 다니던 회사 근처를 지나면서 방문을 하였다. 다음(Daum)에서 20년이 넘은 테니스 카페인 ‘테니스 산책’의 멤버이자 회원들에게는 사부 같은 분이다. 차 한 잔과 담소를 나누다가 오래된 어깨 통증에 대해 하소연을 하니 본인도 최근에 어깨 수술을 하여 몸이 아주 좋아졌다며 수술을 권한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내 몸 상태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여 며칠 후 소개받은 병원을 찾았다. 접수 후 환자가 많아서 대기 시간이 50분이 넘도록 기다려서 진료를 받았고, 원장님은 어깨 상태를 체크하더니 MRI로 정밀검사 후에 다시 상담하자고 한다. 안심을 시켜주는 모습이 1800년 전 삼국지 번성 전투에서 오른쪽 어깨에 독화살을 맞은 관운장을 치료해 주는 화타 같은 명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MRI 동굴 속에 드러누우니 천주교에서 관(棺) 속에서 죽음을 체험하는 ‘피정’이 생각났다. 간 스치는 지난날의 반성과 회한이 기계의 소음 속에서 영혼처럼 떠돈다. 

'내 몸 내가 아껴야지 아무리 내 몸이라고 하여도 이렇게까지 혹사시키다니'


결과가 나왔다. 30년 동안 팔을 휘둘러 댔으니 어깨가 배겨 나겠나... 근육이 손상됨은 알았지만 끊어져 2cm 간격이 생겨서 봉합수술은 불가피하다.


수술이야 오늘 당장 해도 상관은 없지만 오는 25일 1년에 한 번 열리는 테니스 산책 전국 모임이 강원도 횡성에 있어 날짜는 2주 후로 잡았다. 나에게는 테니스로 인연이 된 오랜 들과의 만남도 소중하니까.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오래전에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을 때 미세하나마 힘이 없음을 느꼈는데 오늘에서야 그 원인을 정확히 알게 되었다.


조치가 늦었다 생각 들지만 지금 하지 않다면 으로는 그 시절의 감각을 영원히 못 느낄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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