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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준 바람소리 Jun 14. 2024

사계(四季)를 보내며...

꽃의 사연...


꽃의 자태가 계절마다 다름은 꽃마다 사연을 품고 있기에 그런 것이 아까?




동토(凍土)의 삭막한 대지에서

죽어있는 듯 땅에 박혀있는 나무의
메마른 가지마다 생기가 돌고,

가지 끝 화봉(花峰)에
꽃불이 점화(點火)되면
그 화려함이 시작되
방방곡곡을 수놓은 오색의 향연은
사람의 눈을 한정 없이 홀리도다.

-봄-




이미 봄꽃의 화려함에 주눅 들 만한데

큰 키로 태양과 맞서기도 하고
못에  자비를 베풀기도 한다.

대체로 소박하게 핀 길가의 꽃들은

무더위에 지쳐서 사람 눈을 외면하고

석양에 퇴색된 표정 시무룩다.


지기 전까지는 그래도 꽃인 것을
행여 꽃임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쓰럽기만 하다.

-여름-




산 아래 꽃 하나하나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거친 흔적이 사라지고
단정하고 소박한 모습에서
단아한 기품마저 느껴진다.

멀리서 바라보면 온 산을 삼색으로
불살라 영혼을 남김없이 태워버렸으니
이대로 스러진 해도
한 시절 여한이 없도다.

-가을-




나무마다 하얗게 덮인 신비로움은

사람들의 발길을 머무르게 하고,
가지에 곱게 붙은 꽃은 언제 시들 줄 몰라
침묵으로 일관하는구나.

꽃이로되 꽃이 아니어서
볕에 녹아 땅으로 스미는 물은
다음 계절중물이 리라...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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