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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준 바람소리 Jun 26. 2024

테니스는 내 삶의 일부...

알고 보니...


사랑도, 미움도 내게 있었다.      




우리 클럽 회원 중 고수 한 분으로 게임 파트너 기피대상 1호로 꼽히는 분이 있었는데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까지도 그분의 게임 매너가 고쳐지 않 것을 보면 아마, 그분의 천성이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못된 매너의 예를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보통 다른 코트에서도 볼 수 있는 광경으로 악의는 없다지만 파트너 에러에 핀잔도 하고, 포지션의 범위도 넓게 차지하여 종횡무진으로 다니면서 남의 볼에 대해서도 관적인 터치, 그리고 상대 팀 에러에 놀리는 듯 실실 웃는 등등 여러 가지다.      


아무튼, 코트에서 그분의 모든 행동은 상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게임을 할 때 상대는 그분의 움직임과 표정에 신경이 쓰인 만큼 어깨에 힘이 들어가니 스트로크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한때 나도 그분과 게임을 할 때면 그랬었고 그분의 게임 매너에 대하여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에이~ 이보셔~!!” 하고 소리 내어 지적하고 싶을 정도로 그 사람에 대한 미운 감정이 솟곤 했다.     


지금의 나는 그분에 대한 감정은 미움보다는 '모두들 싫어하시는데 참... 왜 그러실까?' 안타까운 정도로 바뀌었으며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이유가 있었다.


몇 해 전 겨울 아버님을 저세상으로 떠나보냈던 날 나는 시골에 있었다.     


부~~~ 부~~~

父~~~~~~~~~~~~~      


휴대폰의 진동음마저 아버님을 잃은 슬픔처럼 가슴을 때리는데 클럽의 코치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다.     

“어~! 형... 뭐 하세요~”

“빨리 나와서 한 게임해요~~!!”

"..............................."

"네에~? 서울이 아니라요?

아... 네에~"      


코치 선생님이 회원들에게 부고를 알렸는지 아침에 소식을 들은 클럽의 회원 다섯 분이 장례식장에 오셨다. 여기가 어디라고  서울에서 우리나라 최남단인 완도까지 장장 왕복 900km 정도 되는 거리인데 이곳까지 문상을 오셨으니 깊은 슬픔에 눈물은 흘릴 만큼 흘렸건만 아버님 영전에 향을 피우고 절을 올리는 회원님들을 마주하니 다시 콧등이 찡해지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고마워요 수만 형~! 고마워 고 회장!!’

‘모두 다 고맙고 고맙습니다.’     

이건 또 뭐? 40명이 넘는 분들이 조의금을 냈다며 하얀 봉투를 손에 쥐어주는데 클럽 회원님들의 마음 씀이 또다시 눈물샘을 자극시킨다.    

 

상을 치른 후 문상을 오신 분들을 기록하는 중에 우리 클럽의 회원님들 조의금 봉투가 무더기로 잡힌다. 김 oo, 이 xx, 박 cc, 아니? 이 oo 氏가? 그분이?  생각지도 않았던 분이어서 난 믿을 수가 없었다. 세상 흔한 일에도 함께 어울리진 못할  같아서 모두들 싫어했고 나도 은근히 내색하여 클럽 내 그런 분위기를 파악 못할 분 아니신데 그분이?     


'내가 미워한 만큼 그분도 날 미워한 줄만 알았는데 ... 나 혼자만 그 사람을 미워했구나...’하고 생각하니 자신이 많이 부끄러워진다.




한 가지 일로만 전부를 평가하고, 그렇게 인정하기에는 무리라고 여겨집니다. 그리고 이 일은 제게 국한된 사안이고 개인적인 고마움이지 다른 분들에겐 상관이 없을 수도 있고요. 그러나, 깨우침이 있다면 누군가를 미워해서 내게 무슨 도움이 되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달라진 것은 그분과의 게임 시 예전과는 달리 꼭 이기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없어진 후에는 오히려 내 플레이가 부드러워졌다는 사실...    

  

평상심을 잃은 건 누구 탓이었을까?


알고 보니...

사랑도, 미움도 내게 있었는데...      

 

200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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