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된 공을 치는 당구는 테니스와 비교될 것은 거의 없다. 다만 사용하는 큐대로 둥근 공을 쳐서 본인이 원하는 형태가 만들어진다거나 의도한 대로 구사되어 그 희열감을 맛볼수록 점점 그 매력에 빠져들어 더 높은 단계로 실력을 향상해서 고수의 반열에 오르기를 희망하는 점과...
당구도 테니스처럼 기본적인 원리를 터득하면 기량 향상의 속도가 몇 배 빠른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사각의 당구대 위의 둥근 공은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서 변화가 오는데 당점(상중하 좌우 측면)과 타법(밀어 치기, 좌우 하단 언더스핀)도 다르고 파워의 세기에 따라 쿠션을 맞고 구르는 공의 각도도 차이가 있음으로 여기서도 테니스처럼 힘 조절이 필요한 대목이다.
요즘에는 쓰리쿠션을 주로 치지만 옛날에는 4구 경기를 많이 했다. 게임도 테니스 단식처럼 혼자서 승부를 겨루는 개인전이 있고, 둘이서 페어가 되어 상대 팀과 겨루는 일명 ‘겐뻬이’라는 팀 경기가 있는데 팀 경기는 고수와 하수가 한 팀으로 편성된다.
팀 경기에서 양 팀은 정해진 당구 수를 다 친 다음 마지막으로 쓰리쿠션 2개와 가락구(예술구)를 먼저 끝내는 팀이 이기게 되는데 당구도 테니스와 마찬가지로 경기를 하면서 가끔씩 고수가 하수에게 지도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들어온다.
양 팀이 정해놓은 알 당구를 끝내고 쓰리쿠션으로 진입하면 상대 팀과 승부를 예측하기 힘든 치열한 접전이 되는데 이때부터는 공 하나하나에 심중을 기해야 하므로 하수의 차례가 올 때마다 뭔가 못 미더운 고수가 하수에게 아주 구체적으로 코치와 주문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치는 공의 원하는 방향으로 회전을 많이 주고 앞 당구를 얇게 맞추라는 등 심지어 게임을 마무리하는 가락구 같은 경우에는 칠 곳의 위치까지 손가락으로 짚어주거나 타구 할 볼의 회전량이나 파워까지 계산해서 그 자리에 쵸크까지 놓으면서 그곳을 향해 치라고 한다.
문제는 고수가 저리 코치를 했으면 공은 원하는 대로 가야 하는데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고수와 하수의 실력이 동일하지 않음에서 오는 차이와 또 칠 때마다 사람마다 다른 힘이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지문이 같은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듯이 각기 고유 스타일이 다 다른데 저렇게 가르쳐준다고 그것이 원하는 대로 될 일인가?
당구대에서 쵸크까지 놓고서 치는 방법까지 소상하게 설명하는 상수, 코트에서 라켓을 들고서 열심히 레슨을 해주는 상급자, 공히 자세하게 가르쳐 주는 성의는 고맙지만 자기 위주의 주입식으로 하는 교육을 보게 되면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테니스에서 상급자나 지도자는 배우는 자의 특성에 맞춘 교수법으로 각 샷에 대한 기술과 타구 원리나 개념을 정립시켜 주고 또 배우는 자는 이치를 깨닫고 타구 시 손맛이 머리에서 느껴진다면 비로소 그 기술을 터득하게 되리라고 여겨지는데....
남을 가르치는 일 또 배우는 일...
남의 몸을 내 몸처럼 만드는 것이 의도대로 쉽게 되겠는가?!... 자칫 영혼 빠진 좀비 스윙이 안 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