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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준 바람소리

樂 / 고향 벙개...



국토의 최남단 해남의 땅끝마을에서 더 아래로 가다 보면 거기에 섬과 바다로 이어진 내 고향 완도가 있다.


서울에서 장장 400여 km의 거리...

참으로 멀기만 한 휴가 길이다.


일주일 내내 고르지 않는 일기 속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퍼붓는 빗줄기를 가르며 서해안고속도로 하행선을 질주한다.


부웅-------------------------

서천 지나 금강을 건너 군산에 이르니 약해진 빗발에 브러시도 한숨 돌리듯 양팔의 움직임이 게을러졌고 점점 개인 하늘과 확 트인 시야, 빗물로 깨끗이 씻어진 고속도로 위에 페달을 밟는 기분이 비 개인 후, 잘 정리된 클레이 코트에서 움직이는 볼 따라 좌, 우로 밟아보는 푸트워크처럼 경쾌하다.


출발 후 장장 6시간의 주행...

고향 초입 앞바다에 올망졸망 떠 있는 작은 섬들의 환영 속에 연륙교의 거대한 기둥 사이를 개선문 통과하듯 지나니 향수 속에서 늘 그리워했던 어릴 적 익숙했던 그 냄새 갯내음이 코를 찌른다.


‘고향은 늘 푸근한 곳...’

오랜만에 그리운 어머니와 형제, 친구들을 만나니 타관에서의 노고가 한순간에 달아난다.


저녁 무렵 귀신에 홀리듯이 테니스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23년 전에 네 면이었던 것이 열여섯 면의 대형 코트로 바뀐 입구에서 54년 지기부터 시작하여 테니스 입문 후 나를 가르쳤던 사부, 함께 운동했던 선, 후배들을 만난다.


그리고, 세월은 무수히도 흘렀지만 변치 않는 인심에 어색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게임 매치가 이어진다.

팡팡팡--------------

파앙~

고향에서의 한 게임은 참으로 별미다. ㅎㅎ


한 게임 후 열린 땀샘에서 주체할 줄 모르고 흐르는 땀을 닦으며 앉아있는데 또 한 게임을 챙겨주는 음성이 들린다,,,


“형님 한 게임하시죠~!”

‘감히 내가?...’


초보시절 郡을 대표해서 도민체전에 나갔던 선수들,,, 당시 초절정 무림 고수의 초식 같은 현란한 샷 동작들을 넋을 잃고 보면서 ‘난 평생 저렇게는 못 칠 거야...’라고 생각했던 그런 사람들인데...


세월이 흘러 같이 늙어가다 보니 실력은 많이 모자라도 情에 묻어서 함께 어울리게 된다.

파워는 예전 같지 않다 하더라도 썩어도 준치라... 멋진 스트로크는 여전하네...


볼을 주고받으며,,,

내 나름 서브&발리로 네트 대시도 하고, 리턴에서 포, 백핸드 스트로크 제 스윙이 되는 것을 보면서...

파워와 스피드에 밀려 비록 실력 차는 크지만 그래도 주눅이 들지 않고 네트 앞에서 당당하게 맞설 수 있음은 ‘테니스 산책 효과’라는 생각이 든다.


서경지부에서 학습효과...

일산의 하이에나님, 유박사님, 꿀동이님, 스피드님, 가끔씩 뵙는 인천의 막강파워 스포츠남님, 서우빠님, 에넹님, 창동의 고수 황제님, 그리고 감당하기 힘든 휴리미님과 명지대의 제자들,,,


이렇게 전국구 수준의 쟁쟁한 멤버들과의 어울림이 담금질이 되어서 몸도 만들고 마음도 다져진 값진 시간들이었다고 여겨진다.



고향의 코트에서...

테니스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테니스 산책을 생각하며

많이 감사하다.

20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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