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樂·訓

by tennis...

by 조원준 바람소리

樂 / '24. 365ET BAND 하계 캠프 후기...



1980년도 초 공전의 히트로 디스코 열풍을 일으켰던 ‘연안부두’란 노래가 있다. 그 당시 가사 “어쩌다 한 번~ 오는 저 배는~”를 생각하면 왠지 구슬프고 애잔하다.


지금은 정기 여객선이 섬 주민이나 관광객을 싣고서 목적지로 향하는 출발지이자 주변 섬을 일주하고 돌아오는 사람들이 붐비는 항구이며 인천 연고 모 프로야구단의 응원가로 힘차게 불러서 활기차기까지 한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이다.

365ET BAND의 여름 하계 캠프 지역은 인천의 아담한 섬 자월도로 정해졌고 캠프에 참여한 회원들은 정해진 날짜 출발시간에 맞춰서 연안부두로 모였다. 표정을 보니 바다 건너 처음 가보는 섬에서 좋아하는 테니스를 한다는 생각에 고무돼서인지 설렘을 감춘 상기된 모습들이고 손에는 무거운 짐들을 들고서 축지법을 썼는지 가벼운 발걸음으로 날듯이 승선을 한다.


올여름은 가끔씩 종잡을 수 없는 날씨였지만 오늘만큼은 바람 없는 바다는 잔잔한 호수로 배는 수면을 다림질하듯이 한 시간 남짓 스쳐 지나서 목적지인 자월도에 도착한다. 안내자는 밴드의 이규택 회원님의 지인으로서 리들을 쌍수로 환영하여 구부러진 해안로를 따라 최종 목적지인 테니스 코트까지 안내를 한다.

오는 도중 차창 저 멀리 보이는 바다는 썰물로 갯벌이 드러난 해안선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져 있고 갯벌에는 게와 낙지 바지락이 바삐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 듯하다.


테니스장 문을 열자 잔디 코트 두 면이 작열하는 태양 아래 반긴다. 길 건너 바로 앞에는 아담한 해수욕장의 모래 해변이 발끝을 간지럽히니 이런 곳이 또 어디 있으랴 내가 테니스 투어 다닌 이래 최고의 장소가 바뀌는 순간이다.

우리들이 찾아온 하계 캠프 장소에 대하여 누군가가 그곳 어땠어? 하고 물어본다면 나는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라고 서슴없이 대답을 해 줄 것이다.




am 9:32...


벌써 두 면의 잔디 코트에는 노란 공이 오가며 하계 캠프의 첫 시동을 건다. 새로운 사람들의 볼 맛은 늘 그런 것처럼 긴장 속에서 상호 동시에 느끼는 신선함이다. 섬 깊숙이 숨어있는 맛집에서 꿀맛 같은 점심을 먹은 후 중천에 뜬 해가 넘어가기를 기다리면서 조개를 캐러 가는 사람, 수영을 하는 사람, 각자의 시간을 즐긴다.


pm 3:45...


올해 처음으로 힌 꽃게가 삶아져서 상 위에 오른다. 그 맛 또한 일품로 짭조름하서 달달한 게살 맛에 무한정으로 손이 가고 게딱지에 부은 소주는 몇 잔을 들이켜도 취할 길이 없다. 숯불에 구어 기름기 빠진 삼겹살이 햇반과 김치와 어우러지니 새로운 삼합이 즉석에서 탄생고 밖에는 금씩 낮아진 기온에 교류전 같은 친선경기를 몇 게임씩을 했는지조차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다음날 자월도의 아침은 해변의 갈매기와 인사를 나누면서 해가 차오르기 전 테니스 경기로 하루를 연다. 시원하고 얼큰한 바지락국에 한 수저 말아서 먹는 아침밥이 록 걸인의 찬이라도 황후의 밥이 되고 곁들인 해삼으로 몸을 보양하니 피곤함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찬거리 없이도 점심까지 행복 밥상을 차려준 조관섭 총무께 감사한 마음이다.

전날 아홉 경기의 대미지 때문인지 육신이 나른하여 배가 떠나기 전까지는 휴식 중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이제 떠나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안부두로 떠나는 배에 올라 아쉬움을 뒤로하면서 월도와 점점 멀어진다. 이곳에서 냈던 이틀간의 여정은 우리가 살아왔던 인생길에서 두 번 다시 오지는 않겠지만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만은 가슴속에 깊이 간직될 것이다.




인천 자월 테니스클럽 회원님들...


자연이 빚은 그대로 가공되지 않고 아담한 섬만큼이나 소박한 분들이었습니다. 테니스 인생 36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맑은 심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분들을 만났다는 것도 행운이라고 생각하면서 모두의 환대에 진심을 담아서 고마움을 전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