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어느 휴일에 어깨 수술 후 재활 중인 나는 여성으로 인정되어 다음 게임에서여성 세 분과함께경기에 임하게 됐다. 여성 분들은 최소 구력 25년 이상으로보통 실력은 넘는 분들이다.
양 팀의 전력이 엇비슷하여 타이트한 경기 속에 스코어는 1-1, 2-2 시소게임으로진행되고 4-4에서 상대의 서브 게임 때 리턴 준비자세를 취하다가 서브가 네트를 스치는 소리를 들은 순간 렛(let)을 외치면서 볼을 잡았는데 상대 팀에서 렛이 아니라고 하여 실점을 하였다.
순간 착각하여 내가 잘못 들은 것이다.
몇 해 전 허리부터 시작된 신체의 노화가 어깨 수술, 최근에는 백내장 노안 수술을 하게 되었고, 이제는 청력까지 떨어지는 현상이 왔으니 신체의 부분 부분이 점점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게임이 끝난 후 남자 복식경기를 관전한다. 요즘 중급 진입이 초읽기인 신예(新銳)의 눈부신 성장을 보면 마치 떠오르는 태양이 중천을 향해 가는 것 같다.한참 파워가 넘칠 때다.
눈을 돌려하늘을 보니 우주의 궤도(軌道)에 놓인 해가 시간을 따라서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해가 뜨고 중천에 머물다가 낙조(落照)가 되는 하루 중의 자연현상이 삶의 궤적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몸은 어느덧 석양의 자리에 서 있다.
옛 시절이 생각 나 몸을 다져서 역주행을 꿈꿔보지만 지금은 호기 부릴 때가 아니다.자연의 섭리를 거역해 봤자몸에 재앙만 일으킬뿐이다.
석양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하루를 부족함 없이 다 쓰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듯이 서녘 하늘에 자연스럽게 번지는 노을은 아무 힘은 없지만 누구나가 경탄(驚歎)을 아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