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협착 시술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은 아프다. 수술 전 다리까지 저려 왔던 통증과는 다른 것 같은데 아마 이 아픔은 수술 부위가 아물지 않아서 그럴 거라는 자가 진단을 하면서 어쨌건 수술 후 일정 기간까지 관리의 중요성을 하루하루 깨닫는다.
병명은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 성형술'이지만 척추관 협착증으로 운동 후에만 생겼던 통증이 차츰 심해져서 일상생활을 하기에도 너무 불편하여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 싶어서 진단을 받기 위해 병원으로 갔다.
진료하는 의사 선생님은 MRI 검사를 하시더니 나의 심각함에 비하여 너무나 편안하게 말씀을 하시면서 "오늘 시술을 하시죠?"라고 하니 어두웠던 마음이 순간 사라진다.
'우와~ 의사 선생님은 몸의 병도 고치지만 마음의 병도 고치는구나...' ㅎ
진료부터 퇴원까지...
진료 상담 10분 만에 바로 시술을 권하고 시술 시간은 1시간 이내로 마친 다음 병실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퇴원까지 그야말로 속전속결, 일사불란하게 처리하는 것을 보니 현대 의학의 빠른 행보가 아닐까 한다.
수술 후 처방 약을 복용하고 근력을 키우기 위한 운동을 조석으로 1시간씩 빠트리지 않고 하다 보니 조금씩 차도가 보이기도 하여 4주가 지나자 코트에 나가서 허리에 무리를 하지 않은 상태로 한 게임을 하였다.
허리 시술과는 상관없이 운동 전 스트레칭은 기본이자 필수이다. 근육 스트레칭이 찌릿한 아픔보다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상쾌함이다. 상대와 몸풀기 랠리를 하면서 볼을 주고받으며 조심스럽게 타구를 해본다.
궤적도 포물선이고 스피드도 느릿한 볼이 힘겹게 네트를 넘어간다.
파앙~
파아아앙~
허리에 압박이 생기지 않게 하려니 허리를 앞뒤로 구부릴 수가 없는 스윙 그리고 허리의 탄력이 생명인 서브를 제대로 넣지 못한 상태에서 게임에 임한다. 또한 요동에 의한 충격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대소 보폭의 스텝도 무리다. 이러다 보니 거의 제자리에 서서 팔만 휘두르는 모양이 되고 마는데...
실험 결과는...
내가 주 무기로 하는 체공 시간이 긴 톱스핀 서브를 넣을 수가 없고, 타구 전 스플릿 스텝이나 앞으로 짧게 오거나 좌우로 빠지는 볼은 서서만 바라보고, 제자리에서 팔로만 치는 볼은 영락없이 라켓을 처음 잡았을 때 폼이 잡히지 않은 초보자의 레슨 볼 타구와도 같다.
후유증...
시술 후 한 달 정도가 되자 몸이 회복된 줄 알고 섣불리 라켓을 잡았지만 몸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작은 자극이라도 시술 부위에는 큰 충격을 느낄 수가 있고 회복은커녕 재발의 위험도 있으므로 테스트 자체도 금물이다. 하물며 샷의 만족도가 있을 리는 만무하니 다 나을 때까지는 게임을 관전하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껴야 하겠다.
결론은 몸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제대로 된 샷이 나올 수가 없다는 것. 내 몸의 중심이 되는 허리는 서브를 넣을 때는 허리의 탄력이 받쳐줘야 어깨에 힘을 실을 수가 있고, 볼의 파워를 내기 위해 지면의 반발력을 이용하는 스트로크도 허리의 사용이 클뿐더러 볼을 따라 전후좌우로 기민하게 움직이는 스텝 또한 출발점은 허리라는 것을 새삼 깨우치게 되니 허리는 신체의 위아래와 좌우 모든 근육과 신경이 거쳐가는 허브로써 허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