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한 첫 주말의 일요일 밤이었다.
아직은 무르익지 않은 봄. 그러나 창을 열어도 좋을 적당한 온도와 얕은 바람.
방금 막 새 블루투스 스피커를 좋은 가격에 사가지고 들어온 길이었다.
거실에 낮은 조도의 간접등을 켜고, 스피커에 음악을 연결했다. 들릴 듯 말 듯 작고 낮은 소리로.
커다란 거실 창 너머로는 새 이웃들이 밝힌 불빛이 반짝거리고, 봄바람은 오락가락 바깥의 소리를 실어 날랐다. 새로운 동네, 새로운 이웃, 낯선 공기, 낯선 소음 그리고 거실의 고요사이에 나지막이 흐르는 음악 소리.
그렇게 거실 한가운데 가만히 앉아 있는데,
예고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내가,
여기,
이곳에 다다르려고 그랬구나.
눈에 닿는 것 중 어느 하나 불편한 것이 없었다.
귀에 들리는 것들 중 어느 하나 거슬리는 것이 없었다.
손을 뻗어 닿는 모든 것이 그랬다.
주변을 감싸는 공기, 소리, 기운, 향기,
어느 하나 내게 우호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래서 그 시간이 필요했었구나.
그래서 그곳에 머물렀어야만 했구나.
내가, 여기에 이렇게 있으려고
그렇게 머물러 비우고 흘려보냈었구나.
눈으로 걸러내고,
마음으로 되새기고,
인사하며 작별하는 그 모든 과정이 그래서 필요했구나.
나는 그제야 남겨진 물건들 속에서 보낸 3년의 시간이 모두 이해되었다.
그리고 나는 또 깨달았다.
결국 나는, 나를 구하였음을.
그렇게 제멋대로 출렁이던 물결은 완전히 잦아들었고
이제 물길은 새로운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음을.
이곳,
새로운 나의 집에서.
안녕, 나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