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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nkorwriter Oct 21. 2024

YVR, 만남의 환희

주마간산 여행기 (9)

YVR, 만남의 환희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기 마련이고. 간 사람은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부처님의 열반을 슬퍼하는 제자 아난다 존자에게 던진 석가모니 말씀이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중략)---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만해 한용운 스님의 시 ‘님의 침묵’중 몇 구절이다.


 밴쿠버 국제공항에 오면 그런 글귀들이 생생해진다. 세계 곳곳 99개 공항에서 62개 항공사의 비행기를 통해 약 17백만 명(2011년 추산)이 만남과 헤어짐의 교차점을 오간다. 고향의 사랑하는 부모형제, 가족과 친구들과 헤어진 이민자들은 이곳에서 새로운 꿈과 희망을 만난다. 유학생이던, 관광객이던, 또는 사업차 방문 중이던 모두가 색다른 삶의 기대를 여행가방에 담고 올 것이다. 돌아가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올 때 어떻게 왔던 캐나다에서 살아 온 세월만큼 쌓인 정을 환송 객들과 나눈다. 그리고는 떠난다. ‘다시 오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그 말을 믿을 수 밖에 없다.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을 수 밖에 없지 않는가. 

 

 밴쿠버 국제공항(Vancouver International Airport)은 흔히 YVR로 불리어진다. 뭐 특별한 뜻이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nternational Air Transportation Association)에서 항공기 조종사들의 공항식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1930년부터 지정한 3자리수의 코드이다. 예컨대 뉴욕 케네디공항은 JFK, 로스안젤레스는 LAX, 일본 동경의 하네다공항은 HND, 우리나라 인천공항은 ICN이다. 공항 영문이름의 약자에서 코드를 따 오는 경우가 많은데 캐나다는 유별나게 주요 공항코드가 Y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오타와(Ottawa)는 YOW, 캘거리(Calgary)는 YYC, 밴쿠버는 YVR이다. 토론토-피어슨(Toronto-Pearson)공항은 YTP가 아니다. 이름과 전혀 관련없는 YYZ이다. 왜냐고 묻지도 따지지도 말 일이다. 처음에 공항코드를 만든 사람은 이미 사망하고 없을 터이니 누구에게 유래를 묻겠는가.   

 

  YVR이 공항으로 탄생한 것은 챨스 린드버그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1927년 5월 20일, 단독으로 뉴욕과 파리 간 무착륙 대서양 횡단비행에 성공하여 유명해진 그를 밴쿠버에서 초청한 모양이다. 그것을 챨스 린드버그는 싹 무시해 버렸다. “착륙할 적당한 곳도 없잖아(no fit field to land on)”라는 한마디와 함께. 


  그래서 밴쿠버 사람들이 열 받은 모양이다. 1930년 리치몬드에 있는 바다섬(Sea Island)에다 당장 730m의 활주로를 만들었고, 그게 YVR의 시작이었다.  1940년대에는 2차대전의 발발로 캐나다공군기지로 사용되었고, 보잉항공기의 제조창도 들어섰다. 


  그러나 1960년대 제트항공기시대가 도래하면서 승객의 증가로 공항은 확장되기 시작했고 1968년에 32백만 달러가 들어간 공항터미널 건물이 만들어지면서 그 해 190만 명의 승객을 맞이할 수 있을 만큼 확정되었으며 이어 1996년 5월 2억5천만 달러가 소요된 국제공항터미널이 완공되면서 본격적인 국제공항으로서의 위상을 획득하게 되었다.  


 공항 건물 좌측으로는 캐나다 국내선, 중앙에는 국제선, 우측에는 미국 국내선 터미널이 위치하고 있으며, 각종 기념품가게가 있고, 식당이 있고, 커피전문점이 있고, 머무를 수 있는 호텔이 있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 공항이나 같다. 크기로 말하자면 인천공항보다 작은 듯 하지만 여기저기 원주민 조각상이 시선을 끈다는 것으로 밴쿠버 공항의 특징을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다. 미국보다는 덜하다지만 조상대대로 살아온 원주민의 땅을 뺏고 그들을 모두 보호구역(reservation area)으로 보내버렸던 백인들이 캐나다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원주민 문화예술품을 내세운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첫눈에 내 반쪽 알아 보고

밤 잠 설칠 때처럼


눈도 못 뜨고 오물거리던

신생아 실 아들 볼 때처럼


뉴욕의 모마(MOMA)에서

살바도르 달리를 만날 때처럼


밴쿠버 공항에 처음 내려

무뚝뚝한 토템을 마주칠 때처럼


피천득 선생의 수필집

첫 장 내음처럼


주페의 경기병이 되어

마상에 오를 때처럼


1월은 항상

새로운 한 걸음에

가슴 설렌다. 

(1월, 필자의 시집 ‘이방인 향단이’ 중에서)

[1] MOMA는  Museum Of Modern Art(뉴욕현대미술관)의 준말

[2] 살바도르 달리(1904년  ~ 1989년), 스페인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

[3] 프란츠 폰 주페(1819년 ~ 1895년), 오스트리아의 작곡가이자 지휘자.


내 삶의 터전을 바꾸기 위한 과감한 모험이 시작된 것이 2003년 7월 이었다. 아이고 금쪽같은 내 손자 보고 싶어 어떻게 하나 하시면서 눈물 그치지 않으시던 어머니께 금방 다녀 오겠습니다 하던 것이 수삼 년. 그 약속 지키지 못하고 결국 영정 앞에서 어머니, 제가 왔습니다. 손자 며느리 함께 왔습니다 하며 슬픈 거자필반의 약속을 지키던 때가 엊그제. 이제는 담담해졌지만 그렇게 떠나온 그 때가 내게는 1월이요, 새로운 탄생일이었다.


출애급(出埃及)한 이스라엘 민족을 가나안으로 이끌던 모세처럼 나도 가족을 ‘약속의 땅’으로 이끌어왔다는 흥분에 들떴다. 말이 ‘이주’이지 해외 여행 온 기분과 진배없었다. 비행기에서 내려 세관검색 대를 가기 전에 첫 번째로 만나는 날으는 물래방아(Flight Spindle Wholr)와 머스퀴엠 원주민 환영상(Musqueam Welcome Figures) 부터 이국적 풍경을 보여 주었다. 


캐나다는 백인들의 나라라고 생각해 왔지만 살아가면서 지겹도록(?) 보게 될 원주민 조각 상들이 밴쿠버와의 첫 만남에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마치 한국의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을 보듯이 떡 하니 입국심사 전부터 버티고 서 있는 것이 낯선 동네에 온 이방인에게 텃세라도 부릴 듯 보였다.

나르는 물레방아(Flight Spindle Whorl)


머스퀴엠 원주민 환영상(Musqueam Welcome Figures)


 지름이 4.8m 인 나르는 레방아는 머스퀴엠 원주민 조각가인 수잔(Susan A. Point)의 1995년 작품이다. 실을 자아내는 전통적인 직조 도구로 쓰여졌지만 전체적인 형태는 물과 바위와 대지를 표현하고 있다. 


돋을새김으로 그려진 독수리는 ‘비행’을 뜻한다. 오랜 시간 동안 하늘을 날아 온 여행객들을 반긴다는 상징이다. 독수리의 몸체에 그려진 남자는 두 팔을 벌려 방문객들을 환영하고 있다. 남자의 가슴께서부터 원형 물레의 아래 부분까지 연어(Salmon)가 헤엄치고 있다. 


캐나다 BC주 뿐 아니라 미국 워싱턴 및 오레곤 주를 아우르는 북미주 서부해안에서 부락을 이루고 연어잡이를 하면서 살아온 코스트살리시(Coast Salish) 민족들을 표방하고 있다.   

 

원주민 남녀가 방문객들을 환영하는 미국삼나무(Red Cedar) 조형물도 수잔의 작품이다. 1996년에 제작된 목상은 전면에 전통적인 코스트살리시 민족의 의상을 입은 남녀가 보이고 후면에는 일부 글래스패널(Glass Panel; 채색 유리판)에 고대의 산과 독수리가 조각되어 있다.

 

그러나 환영하는 두 원주민 사이를 지나면 입국자들, 특히 밴쿠버를 처음 찾는 사람들은 긴장하기 시작한다. 입국검사대에 앉아있는 CBSA(Canada Boarder Service Agency; 캐나다세관)직원들의 표정이 원주민 조형물들과 달리 그리 환영일색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테러리스트나 불법체류 목적의 입국자는 아닌가? 밀수 범이나 타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도망자가 아닐까? 여권은 가짜가 아닐까? 이런 내용을 엄밀하게 조사해서 색출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질 나쁜 방문객들이 캐나다에 들어와 저지를 불법행위를 사전에 차단해야 하는 중차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이들이니 마냥 좋은 낯빛일 수는 없겠다. 


  취조하듯 딱딱하게 구는 이들에 괜히 주눅이 들어 눈조차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다면 입국심사도 지연될 수 있다. 특히 영어가 자유롭지 않는 경우는 정말 불안하다. 내 딴에는 네댓 번의 해외여행 경력이 있고, 꾸준히 영어회화 공부를 해 왔다고 자부했지만 역시 긴장되기는 매일반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밴쿠버에 왔을 때 정장을 하고 온 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우선 생김새나 차림새를 보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 가족은 모두 범죄형으로 생기지 않았고 옷도 잘 입고 와서인지 크게 문제될 일은 없었다. 영어도 그럭저럭 통했다. 여권에 입국스탬프를 쾅 찍고 ‘굿럭(Good Luck)’소리를 듣는 순간 캐나다에서의 첫 여정이 실감되었다. 


그게 벌써 10여 년 전 내 이야기지만 아직도 영어를 잘 못해서 입국심사에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2007년 폴란드 이민자 로버트 자칸스키(Robert Dziekanski)의 예도 그 중 하나이다. 


 7년간 유토피아를 꿈꾸며 기대에 부풀었던 선진국에 기쁜 마음으로 발을 디뎠으나 영어를 못하는 바람에 검색 대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고 10시간 동안 공항에 머물렀던 그는 어떤 통역원의 도움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의자를 집어 던지는 등 화풀이를 한 모양이었다. 그러자 세관원들은 경찰을 불렀고, 출동하자 마자 전기충격총(taser gun)을 발사했다. 


  거기까지였더라면 괜찮았을 터인데 두 번 세 번 발사하여 종래는 로버트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 광경을 찍은 동영상이 전세계에 퍼져 캐나다 사람들을 분노하게 했고 그가 숨진 밴쿠버 공항에는 약 300여명의 애도 객들이 모여 음악회와 촛불기도를 가지기도 했다. 


  그러니 ‘그대(입국 심사원)앞에만 서면 나는(입국자) 왜 작아지는 가’ 하고 지은 죄도 없는데 괜히 움츠려 드는 것이다. 그 느낌은 시민권을 받기 전까지 공항 입출국시마다 계속되었던 것 같다. 캐나다 시민권자에게는 출입국절차가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세관검사대를 빠져나오면서 다시 원주민 남녀의 환영을 받는다. 이번에는 누찬누트 원주민 남녀의 환영이다. 이름하여 ‘환영의 형상’. 


 ‘환영의 형상(Welcome Figures)’ 도착장 입구에 서 있다. 



체스터존슨공원 안의 토템


‘환영의 형상’은 왼쪽이 여자, 오른 쪽이 남자란다. 그냥 봐서는 도무지 모르겠는데 여자 키가 3m로써 남자 키 3.3m 보다 작다. 1986년 밴쿠버에서 열린 세계 박람회(Expo 86)때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 배정된 전시장 앞을 지키던 시더나무 목각상이었다. 행사 후 잠시 밴쿠버 박물관에 소장되었던 것을 공항 도착 장(Arrival area)으로 옮긴 것이다. 남녀 모두 전통모자를 쓰고 있는데 남자는 혹 모양의 고깔이 모자 위에 올려져 있다. 이는 대(大)추장의 높은 지위를 나타내는 것이다. 앞치마처럼 생긴 하의는 그들의 전통 복장이다. 누찬누트(Nuu-chah-nulth) 원주민 출신 유명 조각가 죠 데이비드가 만들었다. 


 공항도착 장을 완전히 빠져 나가면 공항 주차장 좌측에 아담하고 작은 공원을 보게 된다. 체스터존슨 공원이다. 여기에서 본격적인 원주민의 토템폴과 만나게 된다. 공원 안의 토템폴은 머스퀴엠(Musqueam) 원주민 출신 월터 하리스와 얼 멀도가 1970년에 제작하였다. 


  원주민의 토템은 무엇이 새겨져 있는 가를 보는 재미가 있는데, 세 개의 토템폴 중 왼쪽 것은 위로부터 독수리 머리 위에 앉은 사람, 개구리를 잡고 있는 사람, 해변가의 그리즐리 곰, 아녀자를 낚아 채는 고래, 그 고래의 등지느러미에 매달려 있는 아녀자, 그리고 맨 아래 그 아녀자의 남편이 돋을새김으로 조각되어 있다. 중간 것은 네 개의 원형 통 위에서 망을 보는 사람, 갈가마귀, 개구리를 잡고 있는 곰, 뿔매(mountain hawk), 하프웨이 아웃이라는 이름의 산등성이에 앉아 있는 사람이 새겨져 있다. 오른쪽 것은 왼쪽 것과 같이 아녀자를 낚아챈 고래, 고래의 꼬리를 붙잡고 매달린 아녀자, 마누라 잃은 슬픔에 고개 숙이고 쭈그려 앉은 남편, 새 매와 전설 속 인물, 개구리를 잡고 있는 올빼미, 그리고 맨 아래는 독수리가 조각되어 있다.


 캐나다 땅을 밟은 사람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밴쿠버에 입성하게 된다. 어떤 만남이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는 지 모른다. 좋은 인연을 만나면 행복도 덤으로 오겠지만 알 수 없다. 한국에서의 50여 년 세월도 마냥 좋은 인연과의 만남만은 아니었다. 인연이란 선택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선택 불가능한 경우가 더 많지 않은가? 부모형제 자매는 물론이고 직장상사 동료들도 그렇고 운명도 그러하였다. 


몰랐다

네가 그리 나를 염려하며

긴긴 날 나 모르게

애간장을 태우었는지


동으로 갔다 서로 갔다

천방지축 세상 내 것인 양

휘젓고 다닐 때

가슴 졸이며 지켜 보던 네 모습

그때는 정말 몰랐다


나는 천하에 제일 가는 바보 멍충이

네 눈물 한 방울 닦아주지 못하고 그저

이글거리며 내 멋대로 살아 왔구나


내가 먹구름에 가려 빛을 잃을 때

내가 어둠의 마수에 지배되어 사라져 갈 때

너는 얼마다 상심하였더냐 그 속

나보다 더 타 들어 갔으리니


상심 마라

나는 다시 떠 오르리라

저 쪽 세상에서는 저버린 해였으나

이 쪽 세상에서는 떠오르는 해 되리니

여명이 되어

긴 밤의 침묵을 깨고 일어 서리라


그리하여 내 다시

화사하게 웃는 네 얼굴 마주 보리니

그리하여 내 다시

찬란한 기쁨의 아침을 그대에게 돌려 주리니

(해바라기에게, 필자의 시집 ‘이방인 향단이’중에서)  

 

아내는 내 몇 안 되는 운명의 선택이었다. 아내는 자신의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내 아내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가 될 것이다’라는 신념을 가진 확고한 나의 선택이었다. 그러기에 서로 엇갈릴 뻔 했던 만남을 내가 바로잡았던 것이다. 


지금은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추세여서 서른 한 둘은, 특히 남자 나이로는 그리 걱정할 일이 못되지만 70년대 후반에는 서른 넘어서면 슬슬 집안에서 걱정들 하셨다. 예나 지금이나 여자는 신데렐라를 꿈꾸고 남자는 온달장군을 꿈꾼다. 


20대 후반이 되면서부터 이성과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탐색전이 되어 나를 피곤하게 했다. 여자들은 내가 그네들을 호강시켜 줄 수 있을 가 살피는 듯 했고, 나는 내 꿈을 이루는데 힘을 보탤 수 있는 가를 가름했다. 그런데 ‘첫 눈에 내 반쪽을 알아 보고’는 그런 탐색전이 헛됨을 간파했다. 내 마지막 여자가 된 아내를 위해서는 지니(알라딘의 요술램프의 요정)처럼 모든 것을 다 해주겠다고 다짐했었고, 그 모든 것은 곧 ‘부, 명예, 권세’와 직결된다고 생각했었다. 


좌충우돌하며 그러한 것들을 위해 내 중, 장년의 나날들을 투자했지만 어느 한 고지에 오르면 항상 또 다른 고지가 눈에 들어왔고, 그 고지를 올라서면 또---. 우물 가에서 목마름을 느끼는 사람처럼 한정 없던 욕심은 IMF로 일단락 되었다. 


떠오르는 태양 이려다 지는 석양이 되어서야 나는 항상 내 동분서주하던 나날들을 염려하며 가슴 조이던 해바라기를 닮은 여인이 내 곁에 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녀의 행복은 호화맨션 아파트나 고급 승용차, 박사학위나 고위 간부직, 이런 데 있지 않았다. 오히려 출퇴근시의 가벼운 입맞춤, 애정이 담긴 포옹, 달 밝은 밤의 담소, 함께 부르는 옛 노래, 산책길에 살며시 잡는 손, 결혼기념일의 적(赤)포도주 한 잔과 장미 한 송이, 짧은 여행준비에 대해 공유하는 설렘 등이 더 그녀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저 세상(한국)이 아니라 이 세상(캐나다)에서 비로소 발견하게 되었다.      

 

YVR. 기대에 부풀어 다른 세상을 만나는 환희에 젖어보는 장소. 비록 도착 장 문을 나서자마자 행운이 손짓하든 불운이 할퀴려 들든 괘념치 말자. 한 해의 첫날, 첫 달 같은 낯선 운명과의 첫 만남, 첫 출발은 희망으로 수놓아 보자. 주눅들지 않게 어깨 활짝 펴고 당당하게 미지의 세계로 첫 걸음을 내딛자. 그러면 잘 몰랐던 이 세상이 ‘You are most welcome(아주 많이 환영합니다)’하고 다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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