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1도ㅣ멈춤ㅣ목요일

by 온도계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어두컴컴한 터널 같은 길을 계속 걷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지쳤나..

이젠 포기해야 하나..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희미해져 가는 빛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잡을 지푸라기 한 올조차 느껴지지 않은

공허함만 가득하다.

나의 외침은

이내 지쳐버린 침묵이 되었고,

나의 몸부림은

어느새 버림받은 아기 독수리 같았다.

쓸쓸함을 등에 업고 어딘지 모르는 길을 걷다

거센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나무의 용기가 부러워

잠시 멈춰본다.

이 순간이 왜 그리도 그리웠는지

축축이 적셔진 옷소매에

연약함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

시뻘게진 눈을 떠보니

안개에 가려졌던 우뚝 솟은 산이

같은 자리에서

한결같이 기다리고 있었다.

툭툭 털고 다시 일어서서

신발을 동여 메고

발걸음을 옮겨본다.

‘모르는 것도 괜찮고, 흔들리는 것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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